폭우가 쏟아지던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현직으로는 처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격으로 전사한 미군 병사 1만3,000명이 누워있는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다음날에는 퇴임을 앞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가미카제 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전함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방문해 위령행사를 했다.

과거 전쟁 범죄에 대한 사죄나 반성은 하지 않았고, 진주만 방문 직후인 12월 29일 역시 현직으로는 처음으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도록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논평원 명의로 발표한 글 ‘아베의 진주만 상륙은 무엇을 보여주는가’에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평화’의 허울 밑에 ‘대동아공영권’의 옛 망상을 기어코 이루어보려는 일본 군국주의 괴수의 기만행각, 전쟁행각이었다”고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 패전국가가 된 일본을 전후체제에서 탈피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아베 총리가 전범국·패전국의 법적 책임을 전면 부정한 ‘헌법개정’에 이어 해외 파병 등을 위한 법률적 준비도 마쳤으며, 이제 마지막 남은 미국의 군사적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희생자 추모’를 흉내 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사죄 한마디 없는 단 한번의 진주만 행각으로 미국의 후원을 받아 과거를 백지화하고 새로운 재침 주로에 본격적으로 나서 보려는” 아베의 의도와 달리 “미국은 과거 패망에 대한 극단적인 복수심을 안고 있는 일본이 재생하는 경우 제2의 진주만 사건과 같은 스산한 악몽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담보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반세기가 넘도록 일본의 과거 전범죄를 묵인하는 것은 일본에 과거사라는 족쇄를 채워 놓고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공손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일본이 영원한 ‘손아래 동맹자’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은 이번 아베의 진주만 방문은 트럼프 새 정부의 등장으로 ‘급격히 흔들리는 미일 동맹을 수습하기 위한 구걸행각’이기도 하다고 비꼬았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트럼프가 선거기간 중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주일미군철수와 미일안보조약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에 이어 당선이 확정된 후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지하겠다고 선언을 하자 아베는 그의 비위를 맞추고 환심을 사기 위한 수습책이 필요했다는 것.

신문은 일본을 “미국에 의존하여 잔명을 부지해오느라 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난쟁이”로 지칭하고 “침략의 전철을 밟는 것은 기필코 패전을 재현하는 법이다. 아무리 열두 가지 속타산을 품고 미국에 매달려도 실현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본을 구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오직 하나 저지른 과거 죄행을 성근히 사죄하고 그 죄값을 철저히 배상하는 것이며 재침야망을 영원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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