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남이 뭐라고 말하든 자신의 성격대로 살아라(마르크스) |
똥지게
- 심호택
우리 어머니 나를 가르치며
잘못 가르친 것 한 가지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 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내 어린 시절은 공부가 최고인 시대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는 오전 수업이 끝나면 전교 석차대로 교실의 자리가 재배치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땐 복도 벽에 전교 50등까지의 성적표를 붙여놓았다.
그럼 이제 막 은퇴하고 있는 동창생들의 삶은 어떨까?
행복도 성적순일까?
대체로 다들 불행해 보인다.
다들 ‘소인배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말했다.
‘소인배는 한평생 편안함을 추구하다가 죽을 때 힘들고 군자는 일생을 힘들게 살지만 죽을 때 비로소 편안하다.’
‘소인배’로 산 인생이 어찌 행복할 것인가!
하지만 이제 조물주가 준 ‘좋은 머리’로 편하게 살기조차 힘든 시대가 되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기 때문이다.
한 동창생은 나라가 부도가 났을 때 열심히 건물을 사 놓았다.
그 덕분에 그 친구는 조물주보다 더 높은 건물주가 되었다.
그 친구 자식들은 공부를 못해도 평생 호의호식할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무나 건물주가 될 수 있나?
오랫동안 ‘소인배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는 깊은 허무가 느껴진다.
편하기로 말하면 저 굴러가는 돌멩이가 더 편하지 않는가?
괴테는 말했다.
‘나이 30이 넘으면 살았다 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30세 전까지는 ‘군자의 삶’을 산다.
적어도 ‘쪽팔리는 삶’을 살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
그러다 30이 넘으면 서서히 염치가 없어지고 소인배가 되어간다.
대선 후보들이 ‘기본 소득제’를 공약으로 내 걸 것이라고 한다.
국민 누구에게나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면 - 어느 경제학자가 쓴 글을 보니 우리나라 경제력으로 보아 일인당 200만원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한 100만원씩만 주어도 - 사람들은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까?
우리는 비로소 ‘소인배의 삶’을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편안한 삶보다는 무언가 의미 있는 삶, 보람 있는 삶, 신나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소인배의 일생(一生)’이란 얼마나 슬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