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네루다)


 감꽃
 -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 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나도 어릴 적엔 감꽃을 셌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오면 감나무 아래에 감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감꽃을 주워 먹었다.

 떫은맛이 입안에 가득했다.

 항상 배가 고팠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느 날 부터인가 세상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우리 마을이 헌 마을이 되어 초가지붕이 벗겨지고 그 위에 알록달록한 슬레이트 지붕이 덮어졌다.
 
 ‘잘 살아보세!’

 이 구호를 외치며 우리는 앞으로 돌진했다.

 항상 전운이 감돌았고 우리는 오로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한 손엔 총을 들고 한 손엔 펜을 집었다.  

 세상엔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집값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세상이 ‘달나라의 장난(김수영)’ 같았다.

 2016년 겨울, 우리는 돈을 세던 손으로 촛불을 들었다.

 우리는 지금 촛불의 숫자를 센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세게 될까?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만 달려오면서 세상이 전쟁터처럼 황폐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앞에 커다랗게 놓인 ‘박근혜’ ‘최순실’.

 이 두 사람을 넘어서면 그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이제 하늘에서 우리를 보기 시작했다.

 ‘학익진(鶴翼陣)’을 펼치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 우리는 먼 훗날엔 무엇을 세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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