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탄핵가결 후 첫번째 열린 촛불대회에도 광화문 80만, 전국 104만의 촛불이 모여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회의 탄핵가결 후 첫 번째 열린 촛불대회에 광화문 80만, 전국 104만명이 모여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을 밝혔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와 헌법재판소(헌재)에 맡기라는 일부의 언동이 무색하게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여든 시민들은 전날 국회의 탄핵가결을 ‘승리’로 받아들이면서도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을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정했던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7차 촛불을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로 명명해 오후 4시부터 청와대 포위행진을 진행한데 이어 저녁 6시부터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본 대회를 개최했다.

저녁 7시 30분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청운동, 삼청동 방면으로 2차 포위행진을 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으며, 3만여명의 시민들은 안국동을 거쳐 헌재 사거리까지 행진해 ‘국민의 명령이다’, ‘탄핵을 인용하라’ 등 함성을 외쳤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구속’등의 피켓과 함께 부역자의 혐의를 붙여 김기춘·우병우 구속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 내각총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재벌 독식의 사회구조를 비롯한 각종 ‘박근혜 정책’의 폐기, 누적된 적폐 청산을 위해 ‘다시 촛불의 힘으로 이제 진짜 시작’을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무대에 선 가수들도 있는 힘껏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시민들과 뜨거운 연대를 표시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는 마지막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리는 조속한 즉각 퇴진과 공범 처벌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되던 매일 촛불과 주말 광화문 집회는 지속된다.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밝혔다.

▲ 정강자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적폐 폐기를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광장에서 촛불을 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강자 퇴진행동 공동대표(참여연대 대표)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헌재의 탄핵안 인용 결정이 나와야 한다며, “헌재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정의로운 결정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국가의 비상사태가 벌어진만큼 헌재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신속하게’ 인용 결정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날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조위 무산을 시도한 조대환 민정수석을 임명하는 등 아직도 상황 반전을 노리고 있다며, 특별검사(특검)가 성역없는 조사를 하는지 계속 광장에서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정 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남긴 수많은 적폐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광장에서 촛불을 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말로 나라다운 새 사회를 시민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전날 국회 탄핵안 가결을 방청석에서 참관한 세월호 가족들을 대표해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어제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국회의 탄핵과정을 방청할 수 있도록, 그걸 가능하게 해준 촛불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이유는 오직 하나. 결국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국민의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확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의 힘이 얼마나 강하지 이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를 믿고 간다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독하게 가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김태연 재벌특위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은 부모의 일자리를 빼앗아 자식에게 주자는 기상천외하고 패륜적인 노동개악을 강행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뇌물을 갖다 바친 재벌들의 요구에 부응했다”며,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권력과 공범이기 때문에 재벌총수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세습을 위해 국민연금이 6천억원의 국민 세금을 농단한 것도 권력의 개입없이는 가능하지 않으며, 현대의 비정규직 양산, 골목상권에 침투해 수백만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롯데의 횡포도 권력의 비호없이 진행된 일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전날 전봉준투쟁단 대장으로 농민들의 트랙터를 몰고 국회의사당 앞까지 진입했던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무대에서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제기한 12대 폐정개혁안을 빌어 ‘새나라 건설 폐정 개혁안’을 낭독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평택에서 올라온 고등학교 1학년 이수진 학생은 “우리 사회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이며,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회라는 소식을 뉴스에서 듣고 싶다”며 “평등하고 안전한 나라, 그래서 행복한 나라,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최근에 새로 선출된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는 탄핵되었으니 즉시 내려와야 하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장지져야 한다”는 일성으로 무대 아래 시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고구마 캐다 무령왕능 발견한 이화여대’라는 세간의 농담을 언급하며, “다음 주 종강하는 대학들이 많은 만큼 오는 17일에는 대학생 종강 촛불, 24일에는 크리스마스 촛불로 박근혜가 즉각 퇴진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 청와대 200미터 지점인 청운동 교차로에서 늦은 시간까지 집회가 계속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들은 본대회를 마친 후에도 청와대 포위행진을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으며, 이날 밤 늦도록 청와대 200미터 거리인 청운동 교차로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전라남도 여수시 거문도 주민들은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박근혜 즉각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해상 퍼레이드를 벌이고 저녁 6시에는 거문도 내 백도 유람선 선착장 앞에서 촛불행사를 개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도 지난 3일과 마찬가지로 저녁 7시 소등 행동이 진행됐다. 이번엔 박근혜 정권하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위한 기억과 추모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강서, 이운남, 이호일. 박근혜 당선 직후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입니다.

고창석, 이영숙, 권혁규, 박영인, 남현철, 허다윤, 조은화, 양승진, 권재근. 세월호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 이름입니다.

김관홍, 최종범, 염호석, 한광호, 송국현, 백남기, 김주영. 박근혜 정권 아래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파주의 남매, 송파 세 모녀, 구의역 19살 청년.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 분들이 길을 열어주셨기에 오늘 이 광화문에서 촛불항쟁이 가능했습니다."

(추가-11일 0:49)

▲ 가수 이은미 씨가 전인권, 양희은, 한영애씨에 이어 7차 비상국민대회 무대에 올라 강렬한 무대 연출로 시민들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가수 권진원씨는 기타 연주자 함춘호씨와 함께 ‘살다보면’, ‘아리랑’ 등을 열창하고 평화의나무 합창단과는 ‘한 겨울에 국민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는 의미를 담은 신곡 ‘그대와 꽃피운다’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날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는 길놀이에 최순실과 박근혜로 분장한 시민들이 구속 상황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주노총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기막힌 현실을 개탄하며,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과 박근혜 구속을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정부서울청사 앞 경찰차에 부착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5대 종단이 함께한 사드배치 반대 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세월호 상징물과 함께 행진대열이 광화문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시민들은 대회를 진행한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어젯밤에 뭘 하셨냐”고 묻자 “닭 먹었다”며 기쁨을 만끽하면서 추운 날씨를 이겨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날 저녁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8.5미터 높이의 대형 촛불이광화문 광장에 점등됐다. 광화문 광장 캠핑촌 미술인들이 제작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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