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2차 집회와 달라진 시국집회의 양상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열화와 같은 외침에는 해내외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고국 이외에 동포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이 곳 남가주에서 재미동포들도 한국의 11.12 촛불집회에 맞추어 11월 11일 1차 집회를 가진데 이어, 5차 촛불항쟁일이었던 지난 토요일, 11월 26일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LA 행동’  2차 집회를 개최했다.

그 날은 미국인들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이동하는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 중간이었고 날씨도 11월 남가주 날씨답지 않게 비가 퍼붓던 궂은 날씨였지만, 조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동포들의 열의를 잠재울 수 없었다. 참가자들은 태평양 너머 광화문에도 미국에서 지르는 함성이 들리게 하자는 결의로 “박근혜를 구속하라. 즉각 퇴진하라” 하고 목청높이 외쳤다.

▲ 한국의 5차 촛불집회에 맞춰 11월 26일 토요일 오후 4시30분에 열린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LA 행동’ 2차 집회. 사람들 통행이 빈번한 윌셔와 웨스턴 지하철역 입구에서 열렸다. (사진 정연진)

 

▲ 지금까지의 시국시위와는 다르게 청소년 참가자가 부쩍 는 것이 눈에 띈다. 박정희 시대를 기억하지 못할 나이의 청소년들이 ‘박정희 18년 아직도 계속되냐’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정연진)

 

▲ 윌셔가와 웨스턴 코너에서 집회를 마치고 윌셔가를 행진하고 있는 남가주 한인들 (사진 Brain Jung) 박근혜 퇴진 LA행동의 페북 페이지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http://bit.ly/2g33Ash

 

지난 1차 집회는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LA총영사관 앞에서 했었고, 2차 집회는 통행인구가 많은 윌셔가와 웨스턴가 북서쪽 코너 지하철역 입구를 택했다. 약 3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참가자들의 자유발언, 시국을 풍자한 즐거운 노래와 구호 제창, 그리고 집회장 주위 두 블럭을 걷는 거리 행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집회에 참여하면서 그 동안의 한국 시국관련 집회와 달라진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첫째, 가족을 동반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지고 따라서 청소년 참가자도 많아졌다. 특히 젊은 층에는 여성들, 아이엄마들이 많다. 시위 연령대가 한층 젊어진 느낌이어서 시위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국시위에 계속 참여해온 연장자들도 여전히 참여하고 있고, 따라서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는 집회가 되고 있다.

둘째, 즐거운 시위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시국을 패러디 하는 노래, 민요나 찬송가에서 가사를 바꾼 ‘하야송’ 등 다른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재기발랄한 노래들이 시위 현장을 가득 메아리치면서 참여자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남가주에 노래패들이 있어서 노래패 사람들이 노래를 주도해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젊은 참여자들이 많아진 만큼 촛불이나 야광스틱 대신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휴대전화에 촛불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하는 모습도 달라진 모습이다.

▲ 시위 중간에 비가 뿌렸지만 주최 측에서 우비를 준비하여 지장 없이 시위가 이어졌다. 사회자의 주도에 따라 함께 노래하고 외치며 즐겁게 시위에 임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 정연진)

 

▲ 이번 집회에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었고 이들은 매우 열성적인 참여자들이다. (사진 브라이언 정) 시위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 살아있는 브라이언 정 Brian Jung 씨의 사진첩 페북 주소 http://bit.ly/2h4gLel

 

▲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도 많았다. ‘박근혜 퇴진’ 피켓을 어린 딸이 색종이를 붙여서 직접 만들었다고 흐뭇해 하는 엄마. (사진 정연진)  

 

셋째, 세월호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특히 시위에는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새 얼굴 참여가 부쩍 늘었다. 그만큼 ‘박근혜 퇴진’을 위한 행동에 많은 지금까지 행동으로 동참하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많은 공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번 2차 시위에서도 구호를 박진감 있게 잘 외친 참여자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집에서 SNS에 댓글만 달다가 1차 집회에 이어 오늘도 나왔습니다. 친일세력, 독재세력 척결하지 못해 오늘날의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박근혜는 즉각 사퇴해야합니다!”라고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앞으로도 그 동안 정치와는 상관없는 일상을 유지하던 사람들의 참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

넷째, 대학생들의 시국선언과 집회가 부쩍 많아졌다. 대학생들은 주로 캠퍼스에서 시위를 하기 때문에 일반동포 시위에는 많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11월 26일을 전후로 한 67개 도시에서 해외동포들의 집회 중 대학생 시위에서 가장 먼저 시국선언을 한 곳은 UC 버클리 한인 학생들이었다. 그 뒤를 이어 UCLA, 그리고 미 동부지역에서도 콜롬비아, 조지워싱턴, 코넬 등 수 많은 대학들에서 학생들의 시국 선언이 있었다.

다섯째, 맞불시위 즉, 박근혜 지지자들의 시위도 1차, 2차 LA집회에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동력이 떨어지고 주로 노인층이 많다. 상대적으로 수적으로 적고(많이 참여하는 경우도 50명 내외) 시위 시간도 짧은 편이다. 별다른 문화행사 없이 주로 구호를 외치고 사진을 찍고 해산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50대 여성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이들은 주로 교회 단위로 나오는 것 같은데 신참자가 많아서 그런지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지켜본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 집회 장소에 먼저 나타나 목이 좋은 곳을 선점해 버리는 맞불시위자들 때문에 미리 자리맡기를 해야 하는 때가 종종 있다. 지난 11월 26일에도 박근혜 퇴진 LA 행동 사람들이 시위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모였다. (사진 John Yu)

 

▲ 11월 26일 같은 장소에서 맞불시위를 하고 있는 ‘자유대한지키기 운동본부’ 회원들. 노인층 여성의 참여가 많아진 점이 눈에 띈다. (사진 John Yu)

 

과거에는 우리 시위대에게 험한 욕설을 퍼붓는 노인들도 더러 있었으나, 우리 쪽이 맞불시위대에 별 응대를 안 해서 그런지 시위대 간의 충돌이나 욕설은 이전의 시국집회와 비교하면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난 1차 집회엔 맞불시위 하는 분들이 확성기를 가지고 나와서 LA 경찰이 양쪽 다 마이크를 빼앗아 버렸다. 그래서 마이크 없이 시위를 진행하느라 주최측에서 땀 좀 흘렸었지만…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앞에서는 1인 시위 형태로 평일 점심 때에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며칠 전 영사관 앞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돈을 안받고 자발적으로 이런 시위를 하는 거냐’ 하면서 무척 신기해 했다. 맞불시위대 참여자들은 아마도 돈을 받는 것 같다. 어디에서 나오는 자금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위에서 받는 돈으로 교회 헌금을 했다‘라는 말이 오가는 것이 들렸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광범위한 시국참여와 앞으로의 과제

UC버클리에서는 한국학위원회 Committee for Korea Studies (CKS) 와 Berkeley Opinion 동아리가 주축이 되어 정문 앞 스프라울 홀 광장에서 규탄 시위 및 선언문 발표를 했다. “어떻게 대통령 대신 민간인이 국정 운영 전반에 개입할 수 있냐는 동료 미국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한인 학생들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연설문을 낭독한 CKS 회장은 ‘UC버클리 한인 학생들의 시국 선언이 기폭제가 되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유학생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정에서 공과 사는 엄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떻게 대통령 대신 민간인이 국정 운영 전반을 개입할 수 있냐는 동료 미국인 학생의 날카로운 질문에, 우리 한인 학생 들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참담하다. 동료 학생의 질문에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들이, 이렇게 전세계 학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시국선언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너무나 참담하다. 부끄러움은 대통령이 아니라 왜 바다 건너 우리들의 몫이 된 것인가.” (버클리대 시국선언 전문은 http://calfocus.com/archives/16191)

▲ 11월 1일 UC 버클리 한인 학생들의 시국선언과 시위. 학생들의 ‘순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 ‘그래 곰탕은 좀 넘어가느냐’ 등 재치 넘치는 피켓이 눈에 띈다.  (사진 북가주 ’공감’ 제공)

 

▲ 11월 1일 UC 버클리 한인학생들의 시국선언과 시위 가운데 학생이 사진제공자 버클리 학생 윤미리. (사진 윤미리 제공)

 

▲ UCLA 한인 학생들이 11월 9일 로이스 홀 앞에서 '정의를 위한 한인학생 모임' 이름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캠퍼스를 행진하는 모습 (사진 이철호)

 

UC버클리 학생들의 시국선언에 뒤를 이어 각 대학에 시국 선언이 잇따랐다. 동포학생들의 시국선언문은 아래 뉴욕 맨하턴 소재 콜롬비아 대학 학생들의 시국선언처럼, 한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야 함을 촉구하는 무척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 11월 17일 콜롬비아대학교 한인 학생들이 법대 앞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박동주)



“우리는 단순히 박근혜 게이트의 철저한 수사 및 관련자 처벌을 넘어, 대한민국이 잘못된 것에 책임을 지는 사회, 권력이 견제 받고 민의가 반영되는 새로운 사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지금의 위기는 우리나라를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게 할 기회이기도 하다. 현 사태에 대한 분노가 민주주의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고 더 나은 국가를 만들어갈 생산적인 힘으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콜롬비아대 선언문 전체 bit.ly/cukoreans_kor 동영상https://youtu.be/u-COBjBe4Fg)

현 정권이 퇴진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서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대학생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무척 반가운 현상이다.

앞으로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통일운동 차원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차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들의 관심사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통일문제를 생각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시위 외에는 없을까? 그렇지 않다. AOK는 <촛불항쟁과 역사가 만나다>라는 특별 역사워크샾을 3차례에 걸쳐 마련했다. 11월 21일에 이번 촛불항쟁을 보는 역사의 시각을 동학혁명의 관점에서 그리고 세계민중의 저항과 진보의 역사에서 바라보았다.

오는 12월 5일에는 ‘1789 프랑스, 1848 영국, 그리고 2016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내가 프랑스대혁명과 세계 최초 노동자 참정권 운동인 차아티스트 운동에 비추어 민중항쟁이 성공하려면, 이라는 주제로 워크샾을 개최할 예정이다. 불의와 불평등에 저항해온 역사의 큰 줄기를 살펴보고 시민혁명으로 성공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짚어볼 예정이다.

12월 3일 이번 토요일에도 로스앤젤레스의 3차 집회가 예정되어 있고, 세계 각지에서 동포들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칠 것이다. 박근혜 퇴진은 종착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국가로, 통일지향적인 자주적인 나라로 바로 서는 시발점이 되어야한다. 이번 촛불항쟁이 시민혁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해내외 동포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70년 분단세력이 만든 적폐를 청산하고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자 역사의 주인이 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가 자랑스런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싸움은 기필코 국민이, 정의를 원하는 세력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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