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유적존재(類的存在)이다- 마르크스

 

후세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 브레히트

우리

친절함이 가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코자 했던 우리는

스스로 친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너희,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세상이 되거든

우리를 기억해다오

너그러움을 갖고서

 

요즘은 이사를 가도 떡을 돌리는 풍습이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이웃에 살면서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살아가면서 우리의 가슴은 갈수록 황량해진다.

그래서 항상 삶이 허기진다.

인간은 ‘유적존재(類的存在)’이기에 같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남에게 ‘친절할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없다.

서로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질을 믿는 사회이기에 그렇다)

그러다 우리는 촛불을 함께 켜며 알았다.

‘아, 우리는 서로 마음이 같았구나!’

그래서 엄마들은 백만 명이 모인 곳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다.

사람들은 도시 한복판을 산책 나온 사람처럼 여유롭게 걸어간다.

우리는 평소에 안다.

‘이유 없이 친절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촛불이 켜지는 순간 세상은 별천지가 된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마음껏 친절할 수도 있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촛불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불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가슴은 다시 먹먹해진다.

내가 사는 마을에 ‘마을협동조합 소란’이 생겼다.

그 곳에 가면 내 가슴에 촛불이 켜진다.

곳곳에 생겨나는 마을협동조합들은 컴컴한 우리의 가슴에 다시 촛불이 켜지게 하는 불씨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가슴의 촛불들이 이 세상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우리 가슴의 촛불을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서로 친절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세상에 살아갈 먼 훗날의 후손들’을 생각하며 우리 가슴의 촛불들을 소중히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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