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퇴진을 분단기득권 체제의 종말로

올 것이 왔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임기를 못채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릴적 청와대에 들어가 퍼스트 레이디 행세까지 하며 구중궁궐 공주로 굳어진 오만과 불통의 통치자가 21세기 역동적으로 급변하는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이 된 목적이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현대사의 역린을 건드리는 싸움이 예고되었다. 일제부역자는 대대로 잘 살고 떵떵거리는 반면, 독립운동가는 제대로 인정도 못받고 가난을 대물림해야 하는 부조리가 일반화된 이 나라의 비극. 게다가 독재를 일상화하고 반공을 국시로 한 박정희 정권에서 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문받고 또는 처형당한 흑역사에 대해  옳고그름을 가려야하는 싸움이 언젠가 한 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싸움은 실로 숙명적이라, 어느 쪽도 추호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고 너무나 광범위하고 치열해서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린 싸움이 될 것이었다. 국민들과, 일반 서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완전 결여된 이 통치자가 정말이지 ‘프랑스대혁명 때 마리 앙뚜아넷트 신세가 되지나 않을까’ 했던 나의 불길한 예감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그래도 차마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파렴치한 국정농단 세력과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을 모르는 낯 부끄러운 부패와 권력 비리의 사슬을 볼 때 이 나라가 망하지 않고 버티어 낸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11월 12일 광화문에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100만 촛불 시민이 모여 새 역사를 썼고, 이제 11월 마지막 주말, 광장으로 나오는 시민들 수는 200만을 헤아릴 것이라 한다. 전국 곳곳 광장에서 결집되는 시민의 힘, 또한 그와 못지 않은 지속적인 열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재외동포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앞에서 11월 초부터 매일 1인 피켓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재미동포들 (사진제공: John Yu)

 

▲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앞에서 매일 열리고 있는 1인 피켓시위는 종종 1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22일 시위 광경 (사진제공: 이철호)

앞으로 광장의 민주주의가 대의를 수렴해 나가면서 대한민국의 적폐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정부, 새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는 헌법 제 1조의 존엄함을 바로 세우는 이러한 과정은, 풀뿌리 시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유사 이래 최대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시민세력이 박근혜 정권 퇴진에 성공하면 대한민국 정치에서 억압과 겁박, 기만과 야합으로 이루어진 후진적인 통치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며, 개발독재 논리의 허구성이 드러나면서 박정희 시대의 신화가 서서히 몰락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거기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한 시대가 일단락 될 뿐 아니라, 체제의 종말이어야 한다. 바로 분단논리에 기생하여 살아온 기득권 세력의 청산이 이루어져야 하고 분단체제의 종말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에 제 나라 군사주권을 남의 나라에 갖다 바치기를 원하는 백성이 어디 한 명이라도 있으랴. 박근혜 정권은 이미 회수하기로 했던 전시작전권도 제 손으로 도로 갖다 바치더니, 일본과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졸속 타결해 버렸고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일본의 군국주의 재무장을 사실상 가능케 하는 ‘제2의 을사늑약’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막무가내로 체결해 버렸다. 그 저열한 흑막 뒤에 얼마나 많은 비리와 부패의 사슬이 똬리를 틀고 있을지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난파선이 된 대한민국호는 행정관료뿐 아니라 검찰, 사법부, 국회, 재벌위주 경제, 교육, 문화계 등 사회 곳곳에 부조리와 적폐를 청산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 많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능했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분단이라는 구조와 이에 기생하는 분단기득권 때문 아닌가? 촛불항쟁은 궁극적으로 70년 분단체제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우리에게 선사하게 될 것이다.

나무를 닮은 횃불정신으로 세계민중사에 새로운 챕터를

11월 백만 시민의 촛불 항쟁은 세계사에서 새로운 챕터가 될 잠재력 또한 크다.

▲ 트럼프의 당선에 항의하며 캘리포니아가 미연방에서 탈퇴하자는 미국인 시위를 다룬 한인뉴스. 11월 12일 (사진자료 정연진)

트럼프의 당선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말한 것처럼 젊은 세대가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것을 반항심에서 부모세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 일부러 트럼프를 찍을 것이라고 하더니 실제로 그러한 현상으로 이어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현 시점에 분노에 찬 미국인들도 거리에 나서 항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연방정부에서 탈퇴하자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민심은 들끓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를 쓰라리게 경험하게 된 이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보겠는가.

또한 2011년 OCCUPY WALL STREET 월스트릿을 점령하라는 운동이 뉴욕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전개되었지만 지금은 명맥이 끊겨버린 거나 마찬가지이다. 1%의 이익을 위해 99%가 절망의 삶을 살아야 하는,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구조에 대한 항쟁이 다시 점화될 수 있지 않을까.  날로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에 신음하는 지구촌 대다수의 민중들에게 한국의 백만, 이백만이 넘는 촛불시민들의 행진은 희망과 용기를 선사할 것이므로. 

아무튼 세계사적으로도 불의에 대한 투쟁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촛불항쟁이 말이다.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자.

▲ 11월 11일 금요일 저녁, 한국의 11.12집회보다 약간 앞선 시간 로스앤젤레스 동포들이 한인타운에서 대중집회를 갖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는 모습. (사진 정연진)

 

▲ 11월 11일 금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대중집회는 약 500여명이 참석해 세월호 시위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다.  (사진 정연진)

 

▲ 11월 11일 금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 동포들의 대중집회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참여자들이 매우 많았다. (사진 정연진)

민심은 해내외가 따로 없었다. 조국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재외동포들도 11월 12일을 전후로 하여 전 세계 39개 지역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꺼이 촛불을 들었고 11월 26일을 전후로 하여 22개국 67개 이상의 도시에서 재외동포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집회와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11월 26일 오후 4시30분 (현지시각)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LA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2차 대중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촛불로는 미약하다. 횃불이 필요하다. 2013년 AOK 로고를 만들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촛불은 전국 여기저기에서 현안문제가 있을 때 타오르지만 촛불은 사그러들기도 한다. 사라지는 촛불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어두움을 밝히며 시대를 이끄는 횃불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에게는 ‘횃불을 닮은 나무’이자 ‘나무를 닮은 횃불’이 필요하다.”  시대를 밝히는 횃불정신으로 임해야한다.
 

▲ 횃불을 닮은 나무, 나무를 닮은 횃불을 의미하는 AOK 로고 (자료사진 정연진)

너와 나의, 우리의 촛불이 만나 이 시대를 밝히는 드높은 횃불이 되어야 한다. 단, 금방 활활 타버려서는 이 시대의 소명을 다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나무를 키우는 심정으로, 지속적인 인내심과 뚝심으로 오래 오래 시대를 밝히고 이끌어야 한다. 풀뿌리 시민의 역량으로 통일시대를 펼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조급함은 금물이다. 장기전으로, 멀리 높게 보며, 나무를 가꾸는 심정으로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2016년 11월에서 12월. 제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오더라도 새로운 시대, 당당한 나라, 역사의 주인이 되고자 광장에 서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날을 지구촌 곳곳에서 조국의 민주시민의 대열에 동참하는 동포들의 마음과 마음을 모아 뜨거운 가슴과 함성으로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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