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판도라>가 클라우드펀딩 최대치인 7억원을 훌쩍 넘어 8억1천만원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예산155억, 기획4년, 촬영 1년반.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홍보로 시작한 펀딩이 일정을 채우기도 전에 최고목표치를 넘고 말았네요.

핵발전소 재난영화 판도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아마도 지구촌 땅 밑을 흔들어대는 지진일 것입니다. 불의고리라고 하는 환태평양지대에 속한 엘살바도로, 뉴질랜드, 대만, 일본 지진소식이 연일 들립니다.

11월 22일 일본 후쿠시마 규모 7.4의 지진은 5년전 후쿠시마 지진과 쓰나미, 핵발전소폭발사고를 경험했던 우리들을 잔뜩 긴장시켰습니다. 일본 통역사인 지인은 SNS를 통해 시시각각 일본소식을 전했습니다. 후쿠시마 앞바다 화면위에는 빨간글씨로 ‘당장 도망가!’라고 쓰여있고 NHK 아나운서는 다급한 멘트를 쏟아냅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쓰나미가 관측됐습니다. 연안으로 곧바로 밀려옵니다. 서둘러 도망가십시오. 동일본대지진을 상기하십시오. 바다를 살피러 가지 마십시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도망가십시오. 높은 곳으로, 해안에서 먼 곳으로 도망가십시오. 자신이 있는 곳이 안전하리라 믿지 마십시오. 주변에 몸이 불편한 분, 고령자가 계시면 살펴주십시오…."

지진, 쓰나미도 무서운 자연재해지만 더 큰 걱정은 2011년 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전기가 끊어져 폭발한 후쿠시마 제1발전소 4기를 포함, 가동을 멈춘 후쿠시마 10기의 핵발전소입니다.

[7시33분]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 3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냉각 장치가 정지! 핵연료 냉각수가 순환되지 못 하고 있는 상황. 보관 중인 핵연료는 2,544개!

아, 5년전 폭발해 버린 제1핵발전소가 아닌 제2핵발전소 3호기가 다 쓰고 식히려고 핵연료봉을 넣어둔 저장수조를 식히는 냉각장치가 멈춰 섰다는 보도에 덜컥 가슴을 조입니다. 저장수조에는 고준위핵폐기물인 핵연료가 2,544개나 담겨져 있는데 말이지요.

[8시00분] 냉각 펌프 가동 재개.

다행히 냉각 펌프가 가동하면서 저장수조의 열을 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핵연료는 4~5년동안 저장수조 담아 열을 식힙니다. 멈춰선 핵발전소라고 위험까지 사라지진 않습니다. 핵폐기물을 잔뜩 품고 있는 핵발전소는 존재자체가 핵무덤입니다. 안전한 해체를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8시16분] 경보가 추가되어, 현재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 쓰나미 경보 발표 중. 쓰나미 파도 상승 중 표시 지역이 확산 중. 지진 규모 7.3을 7.4로 상향 수정함.

[9시06분] 5시59분에 지진이 발생한 후, 3시간 가까이 NHK를 켜놓고 있음. 7시 조금 넘어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방문 중인 아르헨티나에서 일본으로 방송. 7시 40분 경, 스가 관방장관 기자회견. 8시 30분 경, 도쿄전력의 기자회견. 후쿠시마 핵발전소 안전하다고 함.

5시59분 발생한 후쿠시마 지진이후 3시간여 동안 NHK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지인의 SNS를 실시간 들여다보며 한숨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쓰나미 경보는 멈췄고, 큰 피해는 없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지진대국(?)답게 일본 정부의 대처는 빨랐고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 덕인지 규모에 비해 피해는 적었습니다.

이틀 뒤인 24일, 또다시 규모 6.1 지진이 일었고 25일 현재 9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일 아르헨티나에서 6.4도의 지진, 그보다 며칠 앞선 7.4의 뉴질랜드지진, 뉴질랜드 지진 하루전인 14일 한국 보령에서도 2.3도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9월 12일 규모 5.8 경주지진이후 500회가 넘은 경주의 여진이 아닌 새로운 지진이 서해안쪽에서 발생된 것입니다.

22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4 지진이 경주를 비롯한 한반도의 지진 다발 지역에서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은 5m 동쪽으로 끌려갔고, 한반도도 5cm 동쪽으로 이동되었습니다. 그 뒤 한반도의 지진 발생이 최고 2배까지 늘어났는데, 최근 후쿠시마 7.4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과 비교하여 에너지가 250분의 1 정도이지만, 땅 속 단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진대 위의 핵발전소

지난 10월말 원불교환경연대와 정의당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평화활동가이며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의 일성은 ‘양산 활성단층 지진대위의 핵발전소가 위험하다’였습니다.

영덕 부근에서 부산에 이르는 동해안 쪽에 170km 양산활성단층위에 핵발전소가 몰려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핵재난을 예고합니다. 영화 판도라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활성단층은 지구 40억년 역사 중 180만년 전에 시작된 4기에 형성된 단층인데 180만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을 말합니다. 땅이 흔들릴 수 있는 곳에 핵발전소와 같은 위험시설은 지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인지 핵산업계는 활성단층이 아닌 활동성단층이라는 교묘한 논리로 그동안의 활성단층 주장을 피해왔습니다.

핵산업계가 주장하는 활동성단층의 정의는 2가지인데 ‘50만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 또는 3만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을 말합니다. 50만년 이내에 두 번 움직인 단층은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한계여서 활동성 단층에 대한 정의는 3만 5천년 이내에 움직인 단층이라는 것이 핵산업계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2009년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의 20억원 용역을 받아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을 했고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최성자 박사는 “(양산, 울산, 일광단층에 대한)지질조사 결과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공청회에서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짓지 말아야 하는 양산활성단층에는 부산, 울산, 경주 등지에 핵발전소 19기가 몰려있고 30km안에는 380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인구밀집도는 세계1위입니다.

움직이는 지구

지난 10월 26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히로세 씨는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라시아판, 북미판, 태평양판, 호주판 등 4개가 모여 있는 일본은 지진다발지역입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지진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아프가니스탄, 네팔, 대만, 미얀마, 이탈리아 심지어는 프랑스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히로세 씨는 2004년 지구의 큰 힘이 작용하고 있어서 대지진이 온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해 연말 진도9.0 규모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과 2008년 진도7.8 규모의 중국 스촨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히로세는 자신은 결코 예언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구의 움직임을 보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지극히 과학적인 주장입니다.

히로세 씨는 5년전 동일본 대지진과 올해 4월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10월에 발생한 돗토리현지진은 일본의 지진대인 중앙구조선에 위치한 지역이고, 지구가 25년전 고베지진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뒤틀렸다가 펼쳐지는 중에 발생한 지진이라고 주장합니다.

활성단층에서만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1995년 고베지진처럼 지진대가 있지 않는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재치기중입니다. 재채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멈출 수 없습지요.

내륙직하형 경주지진, 내진설계 무용지물

경주지진은 내륙직하형 지진이라서 더욱 위험하다고 히로세 씨는 경고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가 10기중 그나마 4기의 폭발에 그친 것은 진원지가 바다였고 후쿠시마 내륙까지는 137km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진 감지후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주지진은 내륙에서 일어났고 수평흔들림이 아닌 수직으로 흔들리는 직하형이기 때문에 땅속 흔들림인 P파와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수평흔들림인 S파까지의 시간이 1~3초로 거의 동시에 일어나 핵분열을 멈추는 제어봉을 삽입할 시간이 없이 폭발의 위험이 더 높습니다. 경주로부터 27km 거리에 월성·신월성 핵발전소 6기가 있습니다.

한국 핵발전소의 내진설계 기준으로 0.3g을 정한 것은 턱없이 낮은 기준입니다. 일본은 95년 고베 지진과 후쿠시마 지진을 거치면서 내진 기준을 최대 2.34g로 높였지만 최근 재가동에 들어간 센다이 핵발전소는 내진 성능이 0.63g에 불과하여 직하지진을 당하면 붕괴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한국은 그보다 한참 낮은 0.3g입니다.

2016년 11월말 기준 핵발전소 25기, 양산활성단층대위의 핵발전소 19기, 경주여진 500회 이상. 핵발전소를 멈추기전에 지진과 핵폭발이라는 재앙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입니다.

시절이 하수상합니다.
1978년 4월 상업발전을 시작한 부산 고리1호기 핵발전소는 박정희 정권이 시작했습니다.
2016년 12월 박정희-박근혜 정권의 지독한 평행이론 레이스가 펼쳐집니다.
박정희 정권이 시작한 핵발전소 박근혜 정권에서 함께 끝내야 합니다.

오늘도 전기는 남아돌고, 핵발전소보다 6기나 용량이 더 많은 가스발전소는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에 밀려 가동율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만하면 핵발전소 멈춰도 되지 않나요? 영화 판도라가 현실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말이지요.

 

 

이태옥은 핵발전소가 6기나 있는 영광지역에서 여성농민회와 여성의전화를 만들고 활동했다.

현재는 원불교환경연대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등 에너지개벽운동을 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소 협동조합인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상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