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21일 프레스센터에서 통일공감포럼 제4차 통일공감대화 '트럼프 시대의 미국,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한반도'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100% 방위비 지불 문제를 제기한 것이 한반도 내에서 우리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 이후 ‘혼돈의 시대’를 예측하는 여러 견해가 제기되는 가운데 김기정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은 “동맹은 현실이지만 현실은 늘 가변적이고 영구히 갈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아가 “우리의 비전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부분에 외교 전략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며, 주도적 책임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한반도’를 주제로 지난 21일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홍사덕, 민화협) 통일공감포럼 제4차 통일공감대화에서 대담자로 나서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겠지만 마이너한 부분에서 인식적인 변화가 올 가능성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흔히 전략동맹, 가치동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치’에서 전반적으로 ‘이익’으로 넘어가는 변화의 추세에 트럼프가 마치 피아노 건반을 탕하고 두드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한국의 안보, 한국의 미래에 있어 한미동맹은 상당 부분, 상당 기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동맹이 완성된 형태인가에 대해서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트럼프가 선거기간 중 ‘주한미군 방위비를 왜 미국이 100% 다 내느냐’고 한 언급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은 주한미군의 주둔에 따른 양국의 이익을 비교해볼 때 적절한 수준”이라며, “우리가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부담한다면 미군은 우리의 용병으로 전락할 텐데 미국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국의 일부 군인들은 한미동맹에 이미 중독되어 있다”며, “동맹은 그저 안보를 위한 수단인데, 동맹을 너무 신성시하는 인식의 경직성으로 인해서 대한민국 안보를 전시작전권 연기와 같은 것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심윤조 전 국회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김 교수와 함께 대담자로 나선 심윤조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한미동맹은 안보에서 시작하여 FTA체결로 경제동맹까지 이루었고, 이제는 국제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까지 발전했다”며 한미동맹의 성과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한 트럼프의 이해가 충분한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이 구성되어 정책을 검토하는 기간동안 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협상요구에 대해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한미동맹이 한국에만 이익이 있는 것인가를 따져보고 만약 100% 분담금을 낸다면 그에 상응하는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적인 협력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작전권 환수, 이양을 몇 차례 연기한데 대해서는 대단히 잘못되었다면서도 “우리 군대를 보면 전작권을 가지고 와도 될까하는 우려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 교수가 트럼프 현상을 ‘변화의 열망’이 빚어낸 결과라는 코드로 읽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주도적 태도를 강조했다면, 심 전의원은 대체로 전통적인 보수담론의 틀 안에서 트럼프 현상을 해석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과 북핵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대선 기간에도 언급된 내용이 많지 않고 그나마 서로 상반된 내용이어서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 전 의원은 “처음에는 북한이 상당한 대화공세, 평화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으며, 트럼프 또한 실용적인 태도로 미루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체결’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없기 때문에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경제적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본인과 외교안보 참모들이 이를 ‘잘못된 과거 패턴의 반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트럼프는 강력한 대북제재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 김기정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반면, 김 교수는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체제 사이에 강온을 오가는 폭은 일정하게 유지가 되겠지만 여러 가지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오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시점에 와있다”는데 방점을 찍어 해석했다.

김정은 체제가 8년전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하면서 협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제적 도발로 나간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지만 워싱턴에서는 8년간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도 과거와 같은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상황 변화 속에서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 8년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하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북한은 그 사이에 핵능력을 더 강화했고 남한의 대북정책은 강압적으로만 진행되었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정부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외교적 역량으로 남북관계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북미관계의 진전과 한미동맹에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한반도 문제의 책임있는 당사자로서 한국이 가져야 할 외교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이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증오만 가지면서 오로지 강압정책만으로 남북관계를 경직시켜 온 것이 결국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 스스로 움직일 수 공간을 좁힌 결과를 초래했다며, “증오는 절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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