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지난 11.12 촛불 민심은 과거 촛불 민심과는 달리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몇 가지 훌륭한 특징을 남겼다.

첫째, 11.12 촛불집회는 순수한 자발성이 특징이었다. 둘째, 촛불의 참여자들이 남녀노소, 각계각층으로 다양하고 범국민적이라는 것이다. 셋째, 책임있는 모든 정당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넷째, 소위 보수층이라는 집권당을 비롯해 개혁적 보수도 참여했다. 다섯째, 시위 중 폭력 부재, 시위 후 쓰레기 청소 등 성숙된 민주적 평화적 시위문화의 훌륭한 모범을 남겼다.

요약하면 11.12 촛불집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선진화된 촛불시위로 한국민주시민운동의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전달된 촛불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측근과 직간접으로 관여해 국정을 농단했으니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즉각 퇴진하라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였다.

100만 촛불은 박 대통령이 국면 회피를 위한 일시적 제스처가 아니라, 즉시 하야하고, 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선거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민심은 더 이상 박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정도면, 정치인인 대통령은 법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으로 이미 물러나야 한다. 관련 비선 측근의 국정농단이 국정 전반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서 확정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처음 몇 번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해 책임총리 추천을 형식적으로 부탁하는 면피행동을 잠깐 보이다가 이제는 서서히 주변 맹신 보수세력을 총동원해 자신의 보신 및 변명과 촛불민심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들과 한판 승부를 가리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수정권 지난 8년 동안 평화를 갈망하는 보통국민은 헌법에 명시된 전문의 평화통일 및 대한민국의 정통성 그리고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주의, 공화주의가 제대로 지켜지는 나라를 갈망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인공위성발사를 빌미로 이를 무시했다. 한반도 평화, 통일, 외교, 안보와 관련해 주무장관 및 핵심전문가와의 심도 있는 검증 절차와 토론을 거친 정책이 아니라, 비선라인과 밀실에서 그것도 미신에 근거해 한나라의 외교안보정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우리는 통일 대박론이나, 드레스덴선언, 신뢰프로세스, 통일준비위원회가 객관적 정책 검증없이 비선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결정일 것이라는 개연성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항간에 떠도는 통일대박론이 오대산 탄허 스님의 예언에 근거한다는 사실이 사실인 것을 파악하고 더욱 실망했다.

국가의 중차대한 안위와 관계된 사드배치, 12.28 위안부 한일합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등이 비선과 미신에 근거해 결정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국민은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비선의 비과학적 사적인 동기에서 이루어진 국가정책에 국민의 혈세가 쏟아 부어졌다고 생각하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창피하다.

박대통령의 개인적 비리와 범범행위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 국내외언론에 이미 모두 알려져, 해외에서도 박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위해 제대로 된 국가원수로서의 외교행위를 이제 할 수가 없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가원수가 외국원수를 상대로 신뢰를 주는 힘있는 외교를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외교는 국민적 신뢰가 출발이다.

통일외교를 위해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사법적 판단에 자기의 범법행위처리를 맡기고, 즉시 하야하는 것이다.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가 원수가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한국의 평화통일외교는 무너지고 미래가 없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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