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여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사회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만약 박근혜에게 본인이 입만 열면 강조했던 애국심이라는 것이 실제로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하루 빨리 대통령직을 사퇴하라. 그것만이 국가와 민족공동체의 평화와 안전에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대통령직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민주주의국민행동, 사월혁명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한국진보연대 등 80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박근혜퇴진 촉구 시민사회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권 퇴진, 내각총사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포함한 정국 수습을 위해 각계각층과 시민사회, 정치권을 아우르는 비상시국회의 즉각 결성”을 제안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에게는 “이번에 드러난 ‘최순실 파일’을 근거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안에도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일말의 양식을 가진 의원들이 있다면, 그리고 정히 박근혜와 운명을 같이 할 생각이 아니라면, 주권자인 국민의 민의를 따라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의 소위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대통령’ 노릇을 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지난 24일과 25일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며, “공직자도 아닌 한 개인이 국정을 농단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20시간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겨우 90초 동안 사과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으며, 이나마도 녹화로 방영되었다”며, 그 사과의 진정성을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통령 호칭을 생략한 채 “우리는 박근혜가 즉각 대통령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거듭 ‘대통령직 즉각 사퇴’를 외쳤다.

“국가안보에 관련된 기밀들을 개인 최순실에게 알려 현행법을 어겼음은 물론이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얼토당토 않은 무자격자에게 위임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잃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사퇴해야만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지난 2004년 3월 헌법재판소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를 “대통령직 유지가 헌법 수호의 과정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라고 설명한 바 있다며, 현재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넘치도록 ‘충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중배 민주주의국민행동 고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중배 민주주의국민행동 고문은 “이 사건은 ‘최순실 게이트’도 아니고 ‘연설문 유출 사건’은 더욱이나 아니다. 이것은 나라의 치욕이다. ‘박근혜 게이트’이고 국민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국치 게이트’이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국기문란이 아니라 국기가 붕괴되고 파괴되고 국가가 전복되는 상황에 우리는 서 있다”며, “이런 참혹한 불의를 쳐다보고도 이렇게 근본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도 참고 견뎌야 하는가. 인간으로서 과연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을 우리는 묻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 고문은 “나라를 회복하고 인간을 회복하는 실마리는 간단하다. 박근혜라는 자가 한시바삐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그리고 박근혜라는 개인 인간을 위해서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그 결단이 빨리 이뤄지도록 온 힘을 모아 나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는 이 정권의 속성을 분명히 보았다. 생때같은 아이들을 수장시켜놓고도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해하고 죽음을 모멸하던 그 때 이 정권은 사실 끝난 것”이라며, “이 나라는 어느 한구석 안전한 곳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이 살인정권, 악마적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는가를 새롭게 시작해야만 하는 자리에 서있다”며, “박근혜 한 사람만 사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하에서 호가호위하고 온갖 거짓말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모든 세력을 송두리째 갈아엎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오동석 아주대 로스쿨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박근혜 정권은 지금 무너지고 있다. 박근혜는 더 이상 국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지금 즉시 하야해야 한다”고 짧게 말했다.

“그 길만이 국민을 더 이상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길”이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심판을 받을 것이다. 즉시 하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위임된 일 중의 하나는 평화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라는 것인데, 박근혜는 취임하자마자 이전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남북합의를 외면, 무시하고 대북 대결정책으로 일관했다”며, “개성공단을 망가뜨리고 북한 주민들을 남으로 오라는 선동을 일삼는 것은 전쟁을 부르는 일이며, 대통령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법학 전문가인 오동석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국민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고,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 법률적 차원의 ‘죄’가 아니라 헌법적 수준에서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규명조차 박근혜 체제에서 명확히 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 문제해결을 기대하거나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헌법이 보장하는 절차 중 ‘탄핵’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박 대변인 사퇴하고 최 대통령 하야하라'는 비아냥이 적힌 피켓이 인상적이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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