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사실 서른 살이 넘으면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괴테)


 이방인
 - 보들레르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 수수께끼 같은 사람아,
   응? 아버지냐, 어머니냐, 또는 누이냐, 아우냐?
 ____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아우도 없다.
 ____친구들은?
 ____당신이 지금 한 말은 나는 오늘날까지 그 뜻조차도 모른다.
 ____조국은?
 ____그게 무슨 위도 아래 자리 잡고 있는지도 나는 몰라.
 ____미인은?
 ____그것이 불멸의 여신이라면 기꺼이 사랑하겠지만.
 ____돈은?
 ____당신이 하느님을 싫어하듯 나는 그것을 싫어한다.
 ____그래! 그럼 너는 대관절 무얼 사랑하느냐, 괴상한 이방인아?
 ____나는 구름을 사랑한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에…… 저기에…… 저 신기한 구름을!


 영웅 신화들을 보면 영웅들은 다 집을 떠난다.

 우리도 한 때 다 영웅이었다.

 기회만 있으면 집을 떠나려 했다.

 그래서 집 바깥의 세상이 항상 신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은 시간이 아주 길고 삶 전체가 신비였다.

 그러다 나이 서른이 되면 더 이상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야!

 국가, 직장, 각종 단체, 모임들이 집이 된다.

 집은 얼마나 편안한 곳인가?

 스위트 홈!

 무덤도 음택(陰宅)이라 이름 붙여 집이 된다.

 집에서는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된다.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떼쓰면 되고 무슨 잘못을 해도 울면서 빌면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지 않은 인간이 어찌 진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으랴!

 그래서 진정한 인간(영웅)이 되려면 집을 떠나야 한다.

 집을 떠나면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된다.

 온갖 역경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서 항상 마음이 깨어 있다.

 모든 잠재력이 깨어난다.
 
 한 인간에게 있는 모든 인류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모든 영웅 신화는 이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개고생하고 싶지 않아서다.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평생을 힘들게 살고 죽을 때 비로소 편안하다.’

 그래서 군자의 길, 영웅의 길을 가는 사람은 이 사회의 이방인이 된다.

 그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아우도 없다.

 친구라는 말의 뜻조차도 모른다.
 
 조국이 무슨 위도 아래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미인도 돈도 싫어한다.
 
 그는 오로지 ‘저 구름을 사랑한다…… 흘러가는 구름을……/저기에…… 저기에…… 저 신기한 구름을!’

 우리 사회는 왜 이리도 집을 강조할까?

 왜 우리를 어른이 되지 못하게 하는 걸까?

 어른이 되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는 점점 어떤 모습이 되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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