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북.미 간 비공개 접촉에 대해, 23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전혀 관계 없는 것”이라고 거듭 선긋기에 나섰다. ‘한국 왕따’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금번 미측 참석자들은 길게는 20여년 전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인사들로서 미 정부의 현 대북정책과 무관하며 과거에도 유사한 ‘트랙 2(민간)’ 회의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상기 회의를 주관한 미측 인사들도 거의 동일한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 소장으로 핵 협상에 관여했던 조지프 디트라니,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학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 하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성급히 대화 거론시 북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8일 미-아세안 정상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북접근방식은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 21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공동 회견에서 북한을 “불법 정권(illegitimate regime)”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증거로 들었다.

이 당국자는 “최근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차 방미 계기 간담회에 참석한 다양한 학계 인사 및 별도 접촉한 대선후보 진영 관련 인사들도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며, 강력한 제재 압박을 지속해야 할 때라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이 여사한 트랙 2 회의마저도 현직 당국자들을 파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과 북미대화가 진행되던 시절에도 김계관, 리근, 리용호, 최선희 등 주요 당국자들을 트랙 2 회의에 꾸준히 파견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대북 제재 압박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은 오는 27일 도쿄에서 제5차 3국 외교차관협의회를 열어 대북 제재.압박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 협의회 직후인 28~29일 한국을 방문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2일 오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리언 시걸 국장은 “개인적 생각으로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미국 새 정부와의 공식 협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를 원한다는 것이 북한 입장이며, 핵무기 중단이 우선이라는게 미국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쿠알라룸푸르 접촉에 참석한 북한 측 인사는 대미관계를 담당하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지난 7월 미국의 ‘김정은 제재’에 반발해 북한이 차단한 뉴욕채널 담당자였던 장일훈 유엔 차석대사로 밝혀졌다. 

(추가,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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