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예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나는 오래 전에 시인 두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인 적이 있다.

 ‘설마 시인이 돈을 떼어 먹으랴?’

 나는 그들을 굳게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내가 그리도 ‘시인’을 믿었는지 웃음이 나온다.

 시인도 이 세상에 사는 평범한 사람인 것을.

 오랜 직장 생활을 접고 자유인이 되어 시를 공부하며 시라는 것에 대해 환상을 품었나보다.    

 나는 그 뒤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신(神)처럼 위대하기도 하고 악마처럼 악하기도 하다는 것을.

 시인 두 사람을 비롯하여 완전히 믿었던 네 사람에게 돈을 떼이고 나서 대오(大悟)한 나의 인간관이었다.

 일찍이 마키아벨리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고.

 돈을 떼이고 나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사람 보는 눈이 이리도 없다니!’

 ‘불탕지옥’에서 수 년 간의 고행을 겪고 나서 나는 비로소   

 ‘그런 사람들이/엄청난 고생 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그런 사람들이/-/다름 아닌 시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을 믿어야 할까? 믿지 말아야 할까?’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을 것이다.

 물은 낮은 곳에 있을 때는 맑고 잔잔하지만 높은 곳에 있을수록 언제 가로막는 것들을 마구 휩쓸며 아래로 내려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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