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07년 10월 4일, 조국통일의 비전과 경로를 제시하였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이 아직도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 올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연구소는 10.4선언 9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세 번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1. 대결에 사로잡힌 박근혜 대통령
2. 북한붕괴만을 쫓은 외교-국방부
3. 정부 자격을 상실한 통일부

 

3. 정부자격을 상실한 통일부

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난 것은 남북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책임이 큽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국가안보의 모든 문제를 북한 때문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입니다.

대한민국이 헌법에 명시한 ‘평화통일’ 원칙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을 때에만 적용되고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자동폐기되는 ‘조건부 원칙’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차원의 평화통일 원칙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40년간, 우리정부는 북한과 평화통일 원칙을 합의해왔으며 지금도 우리정부의 공식 통일정책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자주, 평화, 민주를 통일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가 남북대화와 남북관계를 담당할 주무부서로 통일부를 구성한 것도 남북관계 발전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내외의 뜨거운 열기를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겉으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남북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핵활동을 빌미로 대결을 전면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면에는 남북관계를 전담한다는 통일부가 있었습니다.

청와대 한 마디에 개성공단 중단

통일부 홍용표 장관은 북한이 4차 핵시험을 단행했던 1월만 하더라도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분명한 위치가 있고 그런 것이 두루 이해가 됐기 때문에 그동안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국제적인 공감대 속에 운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안정적 운영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홍용표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0일, 개성공단의 전면 가동중단을 결정하자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며 청와대에 그대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아가 홍 장관은 2월 14일, <KBS>에 출연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폭탄발언을 하였습니다. 그 후 홍용표 장관은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말씀드린 것이며 구체적인 증거자료는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임을 인정하면서도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입장을 확고히 하였습니다. 홍용표 장관이 과연 통일부 장관인지, 종편언론에 출연하는 뜨내기 방송꾼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일개 부처의 장관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폭탄발언을 하였는데, 그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증거를 말씀드릴 수 없다”도 아니고 “증거자료는 없다”며 자신의 주관적 견해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를 볼모로 두고 청와대의 입장에 맹종맹동한 것입니다.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가동중단 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리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대해 북한은 남북경협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개성공단을 폐쇄시켰습니다. 통일부가 3월 10일에 밝힌 바에 따르면 북측 지역에 남아있는 남측 자산의 총 규모는 1조 4287억 원이라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이 북한을 응징하기는커녕 도리어 우리기업만 응징당한 격입니다.

대결의 전면에 나선 홍용표 장관

개성공단 중단의 사례에서 보듯, 통일부의 남북대결 공세의 전면에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통일부 연두 업무보고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모든 힘을 합해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들어올 수 있도록 우선은 확실히 압박을 해야 될 때”라며 대북압박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홍용표 장관은 4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5월 6일에 열렸던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 대해 “정권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개최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생각하는 출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대회가 북한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하였습니다. 지난 개성공단 자금발언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장관 개인의 견해였습니다. 홍용표 장관은 이처럼 남북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발언을 이어가서 통일부장관으로서의 직무수행 가능성을 완전히 무산시켰습니다.   

일체의 남북대화를 외면

통일부는 스스로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노력은 고사하고, 북한의 대화제의마저 거부하였습니다.

지난 6월 27일, 북한이 8.15를 전후해 남북과 해외의 정당과 단체, 주요 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적 대회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참여자와 의제에 사전 전제조건을 달면서 정치공세를 펼치지 말고 의제를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만나 대화로 갈등을 풀자는 제안은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을 담당하는 통일부가 북한에 앞서 먼저 제안했어야 할 의제였습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북한의 연석회의 개최 제안은 과거부터 되풀이해 온 전형적인 통전 공세”라고 북한의 연석회의 제안조차 거부했습니다.

북한이 8월 15일, ‘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며 남북대화를 제안하였을 때에도 통일부는 또 다시 “위기의 본질을 도외시한 통일전선전술에 따른 기만전술”이라며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를 일축했습니다.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고 거듭된 핵실험이 자멸로 가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정도면 남북대화를 주관하는 통일부인지, 군사대결을 주관하는 국방부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통일부는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시험을 계기로 “유엔안보리 결의와 독자제재를 철저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북한이)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통일전선을 책동할 경우 ‘비핵화 최우선’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북한과 대화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심지어 9월 19일, 북한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통일부는 “북한의 요청이 있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이것(수해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좀 낮다고 보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의 수해지원조차 외면하였습니다. 지난 보수정권에서도 해오던 일조차 모조리 외면한 것입니다.

남아도는 예산

통일부는 말 공격만 열심이었을 뿐, 실제로는 한 일이 없습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9월 23일, 정기국회 보도자료를 통해 통일부가 남북관계 정상화 등 3개 대과제,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해결 등 12개 세부과제를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 사업으로 추진해왔으나, 거의 대부분 사업의 집행율이 절반 이하였다며 비판하였습니다.

김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통일부는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부터 관련 예산을 매년 920억 원, 3,300억 원, 5,200억 원으로 증액 편성했지만 각 470억 원(51%), 1,700억 원(50%), 2,200억 원(42%) 만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 사업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으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렸다는 것입니다.

실정법 위반한 통일부 장관은 해임해야

이는 평화통일을 명시한 대한민국의 헌법과 그 하위법안인 남북관계 발전기본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남북관계 발전법에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책무로 한반도 평화증진,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민족동질성 회복, 인도적 문제 해결, 대북지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통일부는 대화를 거부하고 대북제재를 전면화해 한반도 평화를 증진한 것이 아니라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가동중단 해 남북경제공동체를 구현한 것이 아니라 파괴하였습니다. 북한 수해지원조차 외면하여 인도적 문제와 대북지원도 외면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통일부, 그리고 홍용표 장관은 남북관계 발전기본법을 심각히 위반한 것입니다.

김종수 더불어민주당 통일전문위원은 우리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통일부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차단하고 ‘반통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는 홍용표 장관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스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모든 부서는 자신의 직능이 있습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부서로 민족의 숙원사업인 통일의 환경을 조성하고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부서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부는 통일의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앞장서서 파괴하는 행동으로 일관하였습니다. 통일부가 반통일에 나서면 나서는 만큼, 민족의 숙원사업인 평화통일은 그만큼 더 멀어지게 됩니다.

통일부 대결정책의 전면에 섰던 홍용표 장관은 해임되어 마땅합니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남북관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으며, 남북경협에 참여했던 기업들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습니다. 그가 남북관계 발전 기본법이라는 대한민국의 실정법까지도 어겨가며 대북대결에 나선 결과 지금 남북관계는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초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통일부가 반통일에 나서는 역설은 이제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