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65회부터는 남측 교회와 해외교회가 주도해 북측 영토에 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건축사업이 중단된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그 원인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자 한다. 이중에는 ‘평양조용기심장전문병원’내에 마련될 30평 규모의 ‘병원교회’와 평양 대동강변 IT단지에 설립될 ‘평양국제하베스트교회’, 예장 합동 측의 ‘평양장대현교회’등이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추진 중인 미국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주도로 지어질 ‘평양국제외국인교회’도 다루고 평양 조선영화촬영소 산속에 지어진 ‘형제산교회당’과 거기 딸린 목사관을 방문한 이야기를 전할 것이며 나진선봉교회도 다룰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로부터 이단으로 분류된 ‘통일교’가 평양보통강호텔 앞에 설립한 ‘국제평화센터’와 평화자동차 공장 방문이야기들을 다룰 것이며 안식일교와 몰몬교의 대북사역 등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 필자 주 

 

몰몬교리의 영향을 받아 보수적 성향에 머물고 있는 신자들
     
한국에 몰몬교가 전파된 이래 지금까지 한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선교사들은 무려 2만 5000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은 한국을 매우 우호적으로 바라보면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몰몬교 회원(신자)들 중에는 이른바 친한파(親韓派)가 많아 미국 정부와 중요기관, 연구소나 기업 등 사회 요소에서 다양하게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 일각에선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친한파 몰몬교와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이다. 또한 몰몬교는 규정상 대외적인 정치문제와 종교문제에 대해 그동안 ‘그 어떤 종교와도 결코 논쟁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 종교와 종교적인 의견 차이나 마찰이 발생 할 경우 몰몬교 신자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을 상대에게 차분하게 알려주는 방법외에 다른 불미스러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몰몬교는 내부적으로도 분쟁이 없을 뿐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에서도 분쟁이나 다툼이 거의 없다.
   
정치적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몰몬교는 ‘정치적인 문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라는 규정 때문에 한미관계나 한일관계, 남북문제에 대해 그들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몬교가 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공식적인 선교사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1995년부터 다양한 인도주의적 대북 구호사업을 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외부에 거의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북지원에 대해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적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서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규율 때문에 미국에서는 몰몬교가 네 번째로 큰 교파로 정착했으며 심지어 남아메리카에서는 몰몬교가 그보다 더 큰 종교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 세계 1600만 명에 이르는 몰몬교 신자들 중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몰몬교 신자보다 스페인어를 하는 몰몬교도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난주에 몰몬교 선교사 스네든의 평양거주 문제와 북한의 몰몬교 신자에 대한 파악에 주력했다. 오늘은 몰몬교 선교사 출신의 로버트 킹 대북 인권대사가 그동안 벌여왔던 다양한 활동들을 토대로 그의 대북관과 대북 인식론을 살펴보며 그가 매우 보수적인 몰몬교 교리의 영향을 받아 왔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미국의 유명 몰몬교 신자들 중에는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나 메리어트 호텔의 존 윌러드 메리어트 회장 등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지난 2012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오바마와 최종 대결을 벌였던 롬니가 지니고 있던 초강경 대북정책론과 그의 대북관을 살펴보면서 몰몬교 선교사 출신의 롬니가 몰몬교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아왔는가를 살펴보았다. 아울러 당시 롬니와 미국 복음주의의 상징적 대부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만남 이후 어떤 결과가 벌어졌는가도 살펴보았다. 필자는 특정한 종교가 추구하는 목표로 인해 그곳에 몸담고 있는 신자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받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몰몬교 선교사 출신의 로버트 킹 북한 인권대사
   
지난 2009년 9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인권특사(United States special envoy for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로 임명된 로버트 킹(Robert King)은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 상 평소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의 주 임무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직책이라 북측의 오해와 비난을 받는 일은 다반사였다. 또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때로는 ‘민간 대 민간’ 혹은 ‘당국 대 당국’의 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역할을 피스 메이커처럼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주관적이고 강경한 대북인식 때문에 2013년 8월 당시 북에 억류 중인 한인출신 미국시민권자 케네스 배 선교사의 석방을 추진하기 위해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과의 소통 부재로 결국 결렬되었으며 특사로 임명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북을 방문한 적이 없는 대북 전문가이다.
   
특히 그의 직책은 북미관계의 전반적인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임무뿐 아니라 북한 인권문제와 핵 문제에 대한 현안을 다루는 임무를 부여 받았기 때문에 그의 특사직책은 대사급(ambassador) 직위와 동일하다. 킹은 미국 몰몬교의 본 고장 유타주에 있는 ‘브리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이하 B.Y.U)’를 졸업한 후 ‘터프트 대학교(Tufts University)’에 있는 플레처 법률외교대학원(The 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적인 관료출신이다.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 선교부(New England Mission)에서 몰몬교 선교사로 파송돼 봉직할 정도로 그의 몰몬교 이력은 화려하며 그의 아내 ‘케이 킹(Kay King)’ 또한 독실한 몰몬교 신자이다. 케이는 남편 킹처럼 미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여성으로서 ‘국무부 부차관보(deputy assistant secretary of state for legislative affairs)’를 지내는 등 매우 보기 드문 몰몬교 출신 고위 공직자 부부이다.
    
그러나 로버트 킹 대사는 미국 의회가 위탁한 북한 인권문제 연구 기관들과 북한 인권 단체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들과 문제 제기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해서 가장 정확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진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매우 무지하고 인권문제에 대한 의혹들도 가장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의 이런 취약한 대북관과 대북인식으로 인해 그의 업무 능력은 매우 빈약하며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자체가 불통 중에 있다. 오죽하면 남한에 있는 NCCK 목회자들이 그를 찾아가 설전을 벌였겠는가?

킹 대사와 NCCK 대표단 목사들과의 설전
    
개신교 목회자들과 성공회 신부들로 구성된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화해통일위원회 소속 22명의 대표단은 지난 2016년 7월 18-30일까지 북미간의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LA, 시카고, 인디아나폴리스, 워싱턴 등을 횡단하며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미국 현지교회에 한반도 평화 조약체결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미국 정계에 평화조약 체결의 절실함을 설득하려는 목적의 방문이었다. 특히 18-19일 이틀에 걸친 첫 기착지로서 LA를 방문한 대표단들은 한인교회 지도자들과 평화 활동가들과 함께 캠페인과 간담회 등을 개최했는데 필자도 이 당시 함께 동참했다. 특히 대표단과 미주 목회자들은 LA 연방청사로 자리를 옮겨 평화조약체결을 촉구하고 남한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연대 집회를 열었다.       
    
26일에는 마지막 기착지인 워싱턴 D.C에 도착해 감리교 빌딩에서 미국 NCC 총무인 ‘짐 윙클러(Jim Winkler)’ 목사의 초청 만찬을 시작으로 사흘간의 캠페인을 시작했고 27일 오전에는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Cory Gardner)’ 상원 의원실 정책담당관인 트랜트 비숍과 만남을 갖고 북한에 대한 정책이 제재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동안 모아온 평화조약체결을 청원하는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어서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의장 비서관인 조나단 사라거와 함께 회의를 진행하면서 아태위가 준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의견을 아래와 같이 교환하였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 해제와 함께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인권 문제보다 선행되어야 하며 북한의 인권은 분명 개선되어야 하지만 인권 문제가 적대 정책의 축으로 이용되거나 대북 압박의 수단 등 정치적인 의도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압박이 아닌 대화만이 북 인권을 증진하는 지름길이다.”
    
이어서 이날 오후에는 미 국무성의 북한인권대사인 로버트 킹과 한 시간 동안 만남을 통해 북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인권대사 집무실에 딸린 어느 하나의 부속실에서 대표단을 만난 로버트 킹 대사는 북한의 인권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추상적으로 지적하면서 특히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식으로 무조건 강조만 했다. 그러나 대표단은 로버트 킹의 대북인식론에 맞서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제한적이지만 교회나 성당, 사찰 등이 있고, 남한 기독교 대표단이 평양에 가면 언제나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가정교회 등지에서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으며 사회주의 특성상 종교를 권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압하지도 않는 체제임을 알려주었고 대부분의 현재 북한 기독교 신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킹 대사와 정면충돌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백악관에 보내는 평화조약 체결 청원서 서명부를 전달하면서 인권이 완벽한 나라는 없으며 인권을 가지고 압박하기보다는 인권이 개선되도록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원해야 하며,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상호 존중의 정신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외교정책에서 대화를 통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고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바로 북한과 미국의 평화조약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킹 대사를 만나고 나온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마치 ‘소귀에 경 읽기’처럼 매우 편협되고 주관적인 인식을 지닌 불통 인사로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로버트 킹 특사는 남한 외교부의 이정훈 인권대사를 비롯해 일본 측 가토 가츠노부 납치문제 담당상과 함께 3국 공조를 통해 북 인권문제를 대북 압박용으로 활용하는데 가장 주도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 몰몬교 선교사 출신으로서 대북 인권특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로버트 킹 대사의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 북미 간의 평화협정 체결 촉구를 위해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화해통일위원회 소속 대표단이 LA를 방문해 현지 목회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념촬영한 모습. 뒷줄 좌에서 여섯 번째가 필자, 앞줄 좌측에서 두 번째가 존 캅 교수(2016.7.19.). [사진제공 - 최재영]

 

▲ 킹 대사와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단 목회자들과 북 인권문제에 대한 견해차이로 설전을 벌이는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프랑스로 2년간 몰몬교 선교사를 다녀 온 미트 롬니
    
2012년 미 대선에 공화당 최종 후보로 출마해 오바마와 겨루었던 미트 롬니의 종교는 창립 당시부터 5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독실한 몰몬교 가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종교를 볼 때 전통적인 기독교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서도 이단으로 분류된 몰몬교를 믿는 후보가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기독교계와 종교계에서도 논쟁이 분분했었다. 롬미는 연소득이 230억에 달하는 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항상 이코노미스트석을 애용하는 검소한 실용주의자이며 호텔 스위트룸에 체류하면서 호텔 식사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는 등 몰몬교식 청렴을 추구하는 생활 패턴을 지녔다.
   
그는 유타 주에 위치한 몰몬교 계열의 ‘브리검 영 대학(B.Y.U)’을 졸업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2년간 몰몬교 선교사로 헌신적인 활동을 할 정도로 몰몬교에 심취해 있는 정치인이다. 종교인으로서 몰몬교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맡기다시피 해 온 그는 결혼 전 그의 부인이 원래 일반 기독교인이었으나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자신을 따라 몰몬교로 개종하도록 했다. 롬니는 몰몬교 교리와 규정에 따라 수입의 십일조로 철저히 헌금하고 있으며, 동성결혼과 낙태를 강하게 반대하며 술과 담배는 물론 커피조차 입에도 대지 않았다. 몰몬교의 교리를 보면 가정을 파괴하는 성적(性的) 범죄를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술, 담배, 커피는 물론 심지어 홍차까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개인의 삶과 가족의 평화를 깰 수 있다는 요인으로 보고 미리 차단하려는 차원이었다. 
   
아무튼 당시나 지금이나 몰몬교는 기독교 보수주의 진영으로부터 이단으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시 CNN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들의 17%가 “몰몬교 후보에게는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는 등 그의 종교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었고 득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오히려 당시 그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러나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오바마에게 패하고 말았으나 오바마 지지세력과 롬니 지지세력의 선거에서 롬니의 종교문제는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만일 롬니가 오바마를 누르고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몰몬교 신자 대통령이 탄생할 뻔 했다. 

몰몬교 정치인의 상징 롬니와 복음주의 상징 빌리 그레이엄
   
잘 알다시피 몰몬교는 정통 기독교가 이단종파로 여기고 있다. 특히 성경지대(바이블 벨트)라고 부를 정도로 철저하게 복음주의적인 조지아주, 루이지애나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알라바마주, 미시시피주 등 미 남부지역에는 정통 복음주의에 목숨을 건 기독교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 지역들이 모두 롬니를 지지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런 남부 지역이 흑인 대통령에게 표를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며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사회적 이슈에서 볼 때 남부 보수주의자들은 낙태를 합법화하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락하는 공약들을 내세운 오바마를 극렬하게 반대해 차라리 몰몬교 신자에게 표를 찍더라도 오바마는 지지할 수 없고 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대선 후보들은 최근까지 수십 년간 현직 대통령들의 신앙적 멘토 역할을 해왔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한번 정도는 반드시 방문하는 것이 일종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롬니도 대선을 몇 개월 앞두고 그레이엄 목사 자택을 방문했는데 이때 93세의 빌리 그래함은 롬니와 만난 뒤 그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으며 공화당 후보인 그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모두 할 것이라며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했다. 미국 복음주의 최고 지도자로 알려진 그가 비록 롬니가 몰몬교라는 종교를 믿고 있지만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를 만나 그를 위해 기도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감동적인 것은 미트 롬니의 성공 이력보다 가치와 도덕에 대한 그의 강한 확신이었다. 나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94살이 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교차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미국인들 다수가 국가를 위해 그리고 결혼에 대한 성경적 정의를 지지하고 생명의 신성함과 종교적 자유를 수호하는 후보를 찍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면 좋겠다.”

한편 빌리 그레이엄은 롬니가 다녀간 한 주간 뒤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 Billy Graham Evangelistic Association, 이하 BGEA)’의 웹 사이트에서 ‘이단(cult)’으로 규정한 이단종파들 명단에서 몰몬교를 삭제했는데 이에 관해 CNN 방송이 BGEA 측에 문의했더니 총책임자인 켄 바룬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 협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일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였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쟁점이 되었던 무엇에 관한 신학적 논쟁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서 웹페이지에서 관련된 글을 삭제했다. 대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연관된 신학 논쟁에 우리가 연관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편 그 이전에 빌리 그레이엄의 장남이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기독교 방송 네트워크(MSNBC)에서 “롬니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몰몬교를 기독교로 보지 않는다. 물론 그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만 우리가 교리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을 믿고 있다”고 답변하면서도 “롬니의 몰몬교 신앙은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가장 근사한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국정 운영의 확실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롬니를 지지할 의사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현재 미국 대선이나 총선에서는 후보자의 종교를 문제시 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보다는 후보자의 정책적 선택과 이념적 선택 등 정견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은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이고 공직자를 뽑을 때 후보자의 종교보다는 정책적 선택이 정치행위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미국의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의 정책적 선택은 종교적 가치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래서 미국 개신교의 몰몬교 후보 지지라는 결정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중요성을 지녔던 큰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미트 롬니의 대북관과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대북정책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부시나 오바마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폈던 미트 롬니
    
2011년 연초가 되자 미트 롬니는 북한과 이란 문제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 대표적 실패 사례로 들며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오바마가 대화를 통해 북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별로 진전이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외교에서 대화와 협상을 앞세우면서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를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도 핵문제 해결 전까지는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고 있다. 이때부터 시작된 롬니의 강경한 대북정책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점점 더해 갔다.
    
그해 7월 20일에는 필자가 거주하는 LA지역을 찾아와 노스 할리우드에 있는 밸리 플라자 쇼핑몰에서 통상적인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롬니를 붙들고 필자 일행이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재하던 시기였는데 “북한 문제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북한 지도자들과 대화를 할 계획이 있는가?”를 질문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 문제와 관련해 따로 언론과 대화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는 짧은 답변을 한 후 마치 ‘할 말은 많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총총 걸음으로 사라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그가 주장하는 대북 정책론을 살펴보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의 취임 1기 때보다 더 강력하고 무모했다. ‘엘리엇 코헨(Elliot A. Cohen)’ 존스 홉킨스대학교 교수가 정리한 ‘롬니의 대선 백서’에는 롬니의 강경한 대북성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북핵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단호하고 강경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북한에 대한 미국 정책의 실수는 환상에 불과한 협력을 기대하며 당근을 계속 주려는 것이었다. 세계가 그렇게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추가 도발과 핵 프로그램 확산이었다. 수년 간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필요한 물자와 외교적 보상을 쌓았다. 그러나 미트 롬니는 다르게 할 것이다. 평양이 계속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가 도발을 하면 보상 대신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다. 동맹들과 함께 북한 정권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과 회사들을 단속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펼칠 것이다. 북한의 불법 수출을 막는 핵 확산 방지 구상을 강화해 북한 선박에 대한 조사를 늘리고 외국 항구들이 북한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도록 할 것이다. 이 조치들은 북한정권을 지탱하게 했던 교역 수입을 막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길들을 차단할 것이다.”

또한 롬니의 대선백서 외에도 2012년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우리는 고통 받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회복과 평화와 자유 가운데 있기를 원하는 그들의 바람이 성취되기를 기대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복구 불능한 북 핵 프로그램 폐기와 북한의 핵 확산 활동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롬니의 대북 정책론은 이런 공화당의 정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한 술 더 떠 롬니는 북한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의 동참을 촉구하며 심지어 ‘북한정권 붕괴 후’를 같이 대비하자기 위한 제안하기에 이른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정치, 경제적 지렛대를 갖고 있지만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해서 쓰지 않고 있다. 중국이 자신들과 국경을 접한 북한의 불안정과 북한 정권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붕괴했을 경우 야기되는 인도주의적, 안보적 이슈를 중국 혼자서 떠맡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북한정권이 경제, 정치적 모순의 무게로 무너질 경우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자세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지도자가 북 붕괴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롬니가 최초이다. 당시 롬니의 외교안보 자문역을 맡고 있는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식시키기 위한 것 외에 다른 목적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6자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6자회담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을 타협의 대상이 아닌 ‘타도해야 할 악’으로 규정한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롬니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심지어 롬니는 그해 연말(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타계하자 조의를 표하기보다는 ‘무자비한 폭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랄하게 비판을 하는 외교 상식에 어긋나는 몰염치를 보여주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을 때 사치품을 쓰면서 살아온 무자비한 폭군이었다. 그는 무모하게 핵무기를 개발해 다른 불량국가들에게 핵과 미사일 기술을 팔았으며 동맹인 한국에 무력 침공을 저질렀다. 사람들은 전혀 그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미국이 우방들과 함께 북한을 잘못된 길에서 나오게 하고 지역안보를 보장하는 기회가 왔다. 미국은 이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오래되고 잔인한 국가적인 악몽에서 고통 받고 있다. 나는 김정일의 죽음으로 이것이 속히 끝내기를 희망한다.”

또한 며칠 뒤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깡패국가라고 비난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선의 정책은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그의 잘못된 대북인식은 왜곡된 북한 정보와 자료가 미국 지도부에 제공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며 그런 자료를 기초로 해서 자신들의 대북관이 형성되어 잘못된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만일 미트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지금보다 더 북미관계가 악화되었거나 전쟁이 발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여겨졌다. 미국 지도자들의 잘못된 대북관은 왜곡된 정보 수집과 자신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계속)

▲ 미트 롬니가 몰몬교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당 입구에서 신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좌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 - 최재영]

 

▲ 5 2012년 대선 직전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빌리 그레이엄 목사 부자를 만나는 장면(우측부터 플랭클린 그레이엄, 빌리 그레이엄, 미트 롬니). [사진제공 - 최재영]

 

▲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자문역할을 해온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전.현직 대통령들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앞줄 좌부터 존슨 대통령, 닉슨 대통령, 빌리 그레이엄목사). [사진제공 - 최재영]

 

▲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와 경쟁한 롬니 후보가 한 토론회에서 오바마와 함께 크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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