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 전 동국대학교 교수

이 글은 6·15학술위 10·4선언 아홉 돌 기념토론회(2016 10 01) 발표문인 강정구, “신냉전 시기 사드배치, 한반도 운명의 결정판” 논문 가운데 2절인 “사드의 북 핵·미사일 대비 효율성”을 아주 약간 수정한 것이다. / 필자 주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종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구상의 한 부분이다. 이들 MD체계는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과는 반대로 결코 방어체계가 아니라 전형적으로 대 중국·러시아 겨냥 핵공격무기체계이다. 그 핵심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핵공격 한 후 그들의 보복 핵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핵 보복을 당할 걱정 없이 상대에 핵공격을 할 수 있으므로 미·중의 핵능력을 무력화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상호확증파괴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무력화하여 미국이 쉽사리 대 중국·러시아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게 됨으로써 굴기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여 미국의 세계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세계지배전략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미국과 중국은 상대방 겨냥 ICBM을 각기 450기와 56기 정도 보유).

이런 MD체계의 한 구성부분인 사드는 고도 40~150km에서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MD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곧, 상대방의 핵과 미사일 관련 군사적 움직임을 탐지하는 레이더(주로 X-band 레이더로 불림), 탐지 후 이를 식별하고 대응작전을 구상 및 결심하여 요격 지침을 하달하는 작전통제소, 작전통제소의 명령을 받아 실제 상대방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요격미사일로 구성되어 있다.

탄도미사일은 미사일방어체계(MD) 기본개념도에서 보면 발사->상승단계->중간단계->종말단계를 거치는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데, 사드는 바로 종말단계의 상층 고도(40~150km)에서 상대 미사일을 요격한다. 또한 사드는 마하 8-9의 속도로 단거리, 중거리, 중간단계 미사일(IRBM)을 요격하지만 마하 20이상 속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요격할 수 없다.

이러한 사드MD체계를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남한 주둔 주한미군에 배치한다고 한다. 문정인이 전하기를 이를 발판으로 F-35의 도입처럼 미국이 3개의 포대를 남한에 강매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5-6조원 이상 돈이 들 것이란다. 다음 단계는 이미 언급되고 있듯이 중간단계 위주의 요격체계인 SM3의 도입일 것이다. 

이 사드배치를 두고 한국 대통령은 2016년 9월 5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 운운하면서 사드배치를 계속 강변하고 있고, 또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그 이튿날인 6일 “사드는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방어하기 위한 순전히 방어적 체계”라고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이들 대통령이란 자들의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결론적으로 남한 배치 사드는 한반도에서 대북 방어용에는 무용지물이고, 단지 중국과 북한의 대 일본·미국(오키나와, 괌 군사기지) 겨냥 중거리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함이고, 5천km를 투사하는 AN/TPY-2 고성능 엑스밴드(X-Band) 레이더로 중국과 러시아를 통째로 감시하고, 종국적으로는 한·미·일 통합 MD체계를 갖춰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보복핵공격을 무력화하여 미국의 대중·대러 ‘마음 놓고 핵공격’할 수 있게 되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 거의 필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제1의 선제타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포스톨 교수는 중국이 성주를 200Kton의 중단거리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초기 폭발 몇 초 안에 20㎢ 지역이 모두 불에 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약 600만평으로, 여의도의 10배에 이른다. 더 무서운 것은 치명적 수준의 방사능을 함유한 먼지들이 폭 5~15㎞ 정도로 100~150㎞까지 이동해 쌓인다.”(<한겨레> 2016년 8월 25일)고 분석한다.

경제적으로도 스스로 쪽박을 차는 꼴이다. 작년 중국시장은 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해 홍콩 5.8%를 합치면 실제 31.8%가 되어 2위인 미국의 13.3%를 2.4배나 능가한다. 또 무역흑자가 468억 달러에 달해 전체 흑자의 43%나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한국은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의 한국 채권 보유 금액은 17.4조원(17.3%)이고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은 23,000여(2013년)에 이른다. 관광객 또한 598만으로 45.2%를 차지하며, 중국관광객 1인당 지출은 전체 평균 5배로 2천 달러에 이르고, 면세점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한국경제의 10배를 훨씬 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중국과의(구매력기준 GDP by IMF 2014년: 중국 18.0조 달러 미국 17.3 일본 4.7 한국 1.7) 충돌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 됨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사항이다.

이런데도, 위의 오바마처럼 미국은 사드를 억지로 대북 방어용이라면서 한국에 온갖 협박과 거짓으로 그 배치를 강제하고 있다. 이는 이란 핵을 거짓 빌미로 내세워 러시아 겨냥 터키나 동유럽 MD배치와 같이 주로 중국을 겨냥한 거짓 명분 쌓기이다. 동시에 그 설치 및 운용비용을 한국에 전가하고 한·미·일 통합MD체계를 완결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 귀결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굳건히 하여 대중국 포위봉쇄적대의 신냉전 구도를 다져 미국의 유일패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곧 역사의 흐름을 역류시키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노쇠한 제국 미국의 종말단계의 발악이다.

대북 방어에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는 사드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이 부분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약칭 평통사 자료에 의거함)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 종심이 짧아 북 미사일이 2~5분이면 남에 도달하므로 시간적으로 조기 탐지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북 탐지용으로 남한은 이미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600~900km 탐지)와 이지스 레이더 (1,000km 탐지)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배치된 2대의 사드 레이더로도 북 미사일을 탐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사드의 엑스 밴드 레이더(X-Band Radar)와 같이 사드요격체계에 적합한 조기 탐지는 불가능하다.

둘째, 북의 산악 지형이 70% 이상에 달해 탐지와 요격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 국방연구원과 미국 미사일방어국도 1년 6개월 여 공동 연구 끝에 이런 요인 때문에 “한반도에서 PAC-3는(사거리 30km, 요격고도 15~20km의 종말저고도 MD체계-필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혀졌다.”(<내일신문> 2012. 10. 25).

셋째, 북 미사일은 회피기동이 가능해 사드 요격을 피할 수 있다. 북의 KN-02는(약 100기 정도 보유) 사거리가 120~160km로 정점 고도가 아예 사드의 요격 고도인 40km 아래로 형성되어 사드로 요격될 수 없다. 사거리 300km의 스커드 B나 사거리 500km의 스커드 C도(B,C 합쳐 약 600-800기 보유) 발사 지점을 달리하거나, 발사각(표준은 43도)을 낮추든가 높이는 방법으로, 또 연료량을 줄이는 컷오프(Cut-off) 방식으로, 미사일 정점고도와 사거리를 조정함으로써 사드의 요격고도나 사거리를 피할 수 있다.

넷째, 이들 단거리 미사일을 놔두고 사거리 1,300km인 일본 겨냥 노동미사일은(약 200기 보유) 남을 겨냥해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북이 일부러 저궤도로 발사해 정점고도를 낮추어 사드 요격 범위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 겨냥 노동미사일 발사 경우 그 정점 고도가 300km에 달해 사거리 200km, 요격 고도 150km 미만인 사드체계로는 이를 요격하기 어렵다. 또 노동미사일이 다탄두를 장착하거나 회피기동을 할 경우에도 사실상 요격은 불가능하다.

다섯째, 지금 북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회피기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의 발사 지점과 궤도를 탐지, 추적하기가 어려워 요격이 더욱 불가능하다.

여섯째, 탄도미사일의 비행 특성 때문이다. 북의 단거리미사일은 발사 후 대기권으로 진입해 지상으로 낙하할 때 공기의 밀도가 높은 공간(지상으로부터 약 70km 이하 고도)에서 공기 저항을 받아 공중제비를 돌거나 나선형 회전을 하게 된다. 현재의 미사일 방어 기술로는 이런 불규칙적인 낙하 운동을 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중거리 노동미사일도 낙하할 때 탄두와 몸체가 분리되지 않으며, 대기권에서 공중제비를 돌거나 나선형 비행을 한다. 따라서 남한을 겨냥한 노동미사일도 요격할 수 없다.

일곱째, 노동미사일 또한 가짜 탄두와 탄도미사일 몸체 파편을 사드가 식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미사일이 공중제비를 돌거나 나선형 회전을 하지 않는 100km 고도 안팎에서도, 곧 공기가 없는 외대기권이나 공기 밀도가 낮은 내대기권에서도, 요격에 성공할 수 없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의 상승 단계에서 디코이(Decoy, 가짜 탄두)를 전개시키거나 연료 연소가 종료된 후에 노동미사일 몸체를 폭발시키면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 또는 탄두와 몸체 파편이 뒤섞여 날아오게 되어 방어하는 쪽이 탄두를 식별하지 못함으로써 요격에 실패하게 된다.

여덟째, 설사 종말단계의 요격 MD체계인 사드나 Pac3가 요격할 수 있다 하더라도 100기 이상의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는 북이 대량으로 한꺼번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에 이를 사드 1 개 포대의 48기 요격미사일이나 평택, 군산, 대구 등 일부 주한 미군기지에만 배치되어 있는 Pac3로 모두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북의 핵미사일 요격 용도의 남한배치 종말단계 사드MD체계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아예 MD체계 도입 논의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반도에 비해 요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고 탄도미사일의 비행 변화도 거의 없는 중간단계 위주의 미국 본토 방어 MD(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한·하는 GBI, 이지스함의 BMD인 SM-3 Block ⅡA, B 등)에 대해서도 미군 수뇌부는 그 효용성을 의심하여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물며 2-5분 거리의 종심거리밖에 되지 않는 한반도에서 북의 핵미사일 대비 MD체계 배치는 두 대통령의 새빨간 거짓말과는 달리 어디를 배치하든지 막론하고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이래서 박근혜 정부나 주류 언론이 주도하고 있는 사드배치의 지역 선정, 비용, 안전성, 운용 문제 중심의 접근법은 지엽적인 것이다.

진정한 핵심 접근법은 중·미 세력교체기라는 세계질서 변화의 신냉전 구도 하에서 사드배치는 한반도의 죽고 사는 문제, 전쟁이냐 평화냐?의 문제와 직결된 우리 운명의 결정판이라고 보는 것이다. 동시에 동북아와 지구촌의 평화 교란의 본격적인 출발이고 신냉전 공고화의 축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수정-오후 4시 15분)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