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함경도 일대를 휩쓴 태풍 ‘라이언 록’으로 인한 수해복구를 위해 정부는 인도적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속해 있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노동본부’(6.15노동본부)는 22일 성명을 발표해 “국제사회도 발 벗고 나서는 북녘 수해 고통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즉각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6.15노동본부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천900여명이 집을 잃었다. 1만1천600여 채가 완전히 파괴됐고 주택 총 2만9천800여 채가 피해를 봤으며, 생산 및 공공건물 900여 채도 손상됐다”는 북측 매체의 보도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피해조사 보고서 등을 상세히 인용해 이번 수해 피해의 참혹상을 전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막는다 해도 남녘의 노동자들은 북녘 수해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한국정부를 통해서 수해지원이 불가능하다면 국제사회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어려울 때 도와주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 상생의 길”이며, “또한 그 과정이 71년간 쌓인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갈 디딤돌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6.15청학본부)는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측의 이번 수해 피해는 ‘해방 후 처음 있는 대재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이며,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들이 긴급구호를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유엔도 뒤늦게나마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 수재민 지원모금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치적, 안보적 이유를 대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북민협 등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마저 차단하고 있는 것은 개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6.15청학본부는 “철천지원수라 할지라도 생사의 기로에 서있으면 도와주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형제의 아픔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북한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 역시 아무런 조건 없이 즉각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결로 치닫는 남과 북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화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고통을 나누는 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며, 거듭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통일운동단체인 ‘남이랑북이랑’도 21일 호소문을 발표해 “나라 안팎의 호전광들이 한반도 전쟁의 불씨를 키우는 데 맞서 남북 사이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며, “남북 사이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줄일 겸 함경도 수재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남이랑북이랑’은 북녘 수재민을 돕는데 남쪽 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먼저 9월말까지 성금을 모아 우리 쌀을 사서 대한적십자사나 대북지원단체 또는 종교기관을 통해 보낼 계획이며, 정부의 대응에 따라 국제기구나 미국·중국 동포단체 등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도 20일 ‘북한 수해, 마땅히 도와야 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 정부는 공식 지원을 결정하고 더불어 민간단체들의 지원을 가로막아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겨레하나는 32년 전인 1984년 당시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어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서울지역에 북측이 쌀과 의약품 지원을 제의하고 한국 정부가 6일 만에 수락 성명을 발표한 후 남북적십자를 통해 수해지원이 시작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최초의 물자교류는 수재지원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보낸 쌀이 도착하자 실향민들은 그 쌀로 제사를 지냈으며, 그 해 지원을 계기로 남북관계도 전기를 맞았다. 이듬해인 1985년 남북적십자 본 회담이 12년 만에 재개됐고 분단 최초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겨레하나는 이처럼 “같은 민족의 어려움을 돕는 것은 인지상정일 뿐더러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북한 수해를 이대로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 조치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돕는데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추가-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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