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늘나라가 아니라 대지에 충실 하라(니체)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황인숙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지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
 팅! 팅! 팅!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나이가 드니 가끔 옛 친구들이 소식을 전한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어떤 친구들이 무슨 종교에 빠졌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에 찬바람이 휙 지나간다.

 화가 난다.

 종교(宗敎)는 그야말로 최고의 가르침인데, 속세에서 열심히 살다 길이 막히면 도망가는 피난처란 말인가?

 그야말로 종교가 아편이 되었다.

 어찌하여 하늘이 신(神)이 거하시는 천국(天國)이 되었을까?

 아마 원시인들은 지상의 삶이 힘겨울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저 높은 곳에서 너무나 딱딱하게 굳어있었기에 그들에게 아무런 경외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지상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새들을 보며 그들의 마음에 서서히 ‘하늘’이 들어앉았을 것이다.

 새들이 없었다면 하늘은 영원히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아무도 엿보지 않는’ 곳이었을 것이다.

 새가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팅! 팅! 팅!/시퍼런 용수철을 튕기며’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광경은 얼마나 경이로웠을까?

 그렇게 하늘은 서서히 풀어지며 ‘천국(天國)’이 되어갔을 것이다.

 어릴 적에 상여가 지나가는 광경을 자주 보았다.

 상여에는 새들이 앉아 있었다.

 새들은 망자를 하늘로 인도한다고 했다.
 
 이제 상여가 사라졌다.

 함께 새들이 사라졌다.

 딱딱한 하늘만 남았다. 
  
 이제 하늘은 풀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하늘로 오르는 길을 알지 못한다.

 딱딱한 하늘을 동경만 할 뿐이다.

 동경만 하다 환상에 빠지는 것이 현대인들의 종교가 아닐까?

 다시 우리는 ‘얏호, 함성을 지르며/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팅! 팅! 팅!’ 하늘로 솟아오르는 새들을 불러와야 한다.
 
 새들의 안내를 받지 않으면 우리는 하늘로 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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