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최근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적대적 상호작용-반작용의 패턴을 반복하면서 대화를 통한 화해. 협력은커녕, 남북 간 무력충돌 전야의 상황에 못지않게 남북 양측의 도발위협이 최고의 수준을 넘고 있어 대단히 불안하다. 북한은 연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핵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고 쏘아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비방 중단 안하면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연일 북한을 향해 초강수 발언에다가 여당지도부와 일부 논객들은 핵잠수함 보유론이나 핵 무장론까지 주장하고 있어, 그러한 주장의 함의와 결과에 대한 분석도 없이 경솔한 언동은 자제해야 하며 한반도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극도로 불안스럽게 염려스럽다.

더욱이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7.8)한 이후 국내외적으로 사드 배치 논란이 격렬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강열하게 반대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다뤄야 하니 왈가불가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이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장기적 국익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고 있어 국민의 삶과 생존권과 관련 있는 핵심 사안이어서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사드 배치 결정의 안보논리

먼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목적부터 잘 살펴봐야 한다. 한미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드 배치, 국민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 그리고 “자위권적 조치”이며 “정쟁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국민, 국가생존을 위한 배치”의 불가피성을 재천명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그런 단순 안보논리를 자세하게 검토해 보면 여러 가지 의혹과 질문이 생긴다. 사드 배치 결정과정에 있어 안보논리에 대한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생존권과 삶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민에게 소상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다른 주요 이슈들, 즉 고 비용운영 문제, 동북아 안보지형의 구조적 변화, 사드 배치가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영향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민이 공감하지 않은 정책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 공동실무단이 밀실에서 국민의 공감대 없이 결정한 것으로, 이는 비민주적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의 주장처럼 필자도 안보문제와 관련해 매번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 사안은 국민의 생존권과 연계되어 있어 안보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확실하게 검증된 자료를 한미 정부가 제시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어야 한다고 믿는다.

안보논리에 대한 5개 질문과 의혹 풀어야

한미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의 안보논리(rationale)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안보논리가 너무 단순하여 핵미사일 위협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하기가 어렵고 설득력이 약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드 배치의 안보논리와 관련하여 필자는 아래 5가지 의혹과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북한이 핵전쟁을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가? 북한이 핵미사일로 대남 공격하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인데 이것은 북한의 자멸행위가 아닌가?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과 북이 모두가 공멸할 것인데 이것이 진정 북한이 바라는 것인가?

둘째,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100발을 동시에 발사할 경우 사드 1포대가 소유하고 있는 48개 사드미사일로 날아오는 핵미사일 모두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가?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사드 배치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는가? 더 많은 사드 포대를 한국 정부가 구입해야 하는가?

셋째, 북한이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성공적인 시험 발사로  실전배치가 가까워지고 있고 그 결과 제2 타격력을 소유하게 되면 사드의 한반도 방어체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 아닌가? 사드 배치의 실효성은? 이런 상황에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넷째, 중국과 인도같이 북한도 선제 핵 불사용 (No First Use-NFU) 정책을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다. 북한이 이판사판식으로 자멸을 각오하고 만약 선제공격을 감행한다고 가정할 때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남과 북이 모두 공멸할 것인데 그럴 경우에 사드 배치가 무슨 소용인가?

다섯째, 북한이 NFU 정책을 선언했지만 대북불신이 워낙 팽배하여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할 것으로 가정해 북한의 핵 선제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일부 논객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대남 핵 선제공격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북한의 선제 핵 불사용(NFU) 정책 선언

한미 정부가 주장하는 안보논리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기 5개 의혹과 질문에 대해 명확한 해답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한미 정부는 팽배해진 대북불신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선제공격을 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여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가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지?  북한의 선제 핵사용은 자멸행위임을 북한지도부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최근 북한 정부 대변인 담화(2016.7.6.)에서도 밝힌 바처럼 북한이 외세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하지 않은 이상 선제 핵 불사용 (NFU) 정책 선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나 다른 적성국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하면 핵무기를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서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북한은 SLBM 실전배치로 제2 타격력 강화를 위해 총 매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선제공격을 전제로 배치되었다면 그러한 가정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북한도 잘 알고 있는 진실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궁극적으로 모두 공멸하게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한반도 주변 4강(미.중.러.일)을 믿을 수 없고  북한은 더욱 더 믿을 수 없는 핵보유국이 되었다. 모든 주권국가는 자기들의 국가이익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덧붙여 설명할 필요는 없다.

북한은 오랫동안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앓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제공격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성국인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할 때 북한은 핵미사일을 사용할 것이라 선언했다.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핵전략 독트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정부는 사드 배치의 안보논리는 북한이 선제공격을 해 올 때 방어목적으로 배치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논리는 북한의 선제 핵 불사용 독트린과 크게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미 정부의 주장처럼 사드 배치는 방어목적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드 배치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부추기는 인센티브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형 무기”로 돌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논리는 미소 간  냉전시대에 SDI(전략방어구상) 구상이 방어무기도 되지만 전략적으로 공격무기도 될 수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여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리는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다르다는 전제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배후에는 미국의 무기상들과 군산복합체의 역할이 크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 안보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와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對) 중.러.북 신 냉전체제로 구조적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미국의 국익보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무용지물로 만들게 될 큰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이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성공적으로 500㎞ 동쪽으로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에게는 쾌거이지만 우리에겐 악몽으로 한국의 국방안보에 역사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의 실전배치를 완성하면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방어체계 는 북한을 바라보고 있어, SLBM이 동해, 서해, 남해에서 어느 측면이나 사드 배치지역 뒤에서 발사하면 사드로도 막을 수 없게 되어 무용지물이 되기에 사드의 한반도 실전배치를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 대안모색의 필요성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와 국민들은 함께 고민해야한다. 한미 간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한미는 대북제재와 압박에 올인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한을 설득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남북 간 군비경쟁으로 치닫기보다 다른 대안 모색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 미국도 이란을 제재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병행 추진했다. 한미가 대북제재와 대화 병행전략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지,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하여 사드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이에 대해 필자는 사드의 실전배치 유보론/연기론을 제안한 바 있으며 그리고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청문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통일뉴스(2016. 8. 2)칼럼(제목: “사드의 한반도 배치논란, 어떻게 풀어야 하나?”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613) 참조]
 
한국 정부가 국회 청문회를 통해 사드 배치의 결정과정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드 배치 문제같이 장기적 국익과 국민의 삶과 연계되는 핵심이슈들은 민주적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민주적 절차를 통해 사드 배치 논란을 하루 빨리 잠재우고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사드 배치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보다 비군사적인 대안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그러므로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핵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이젠 남북 간 건설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가고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필자가 이미 제안한 새로운 북핵 해법의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3단계 방안이 통일뉴스에 게재된 바 있다. 3단계 방안은 미.중.남북 4자간 양보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통일뉴스(2016.2.10.)칼럼(제목:“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새로운 대안모색 해야,”)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439 참조]. 박근혜 정부의 안보팀이 이런 창의적인 구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대북 제재와 대화/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전략 만이 한반도에 궁극적으로 따뜻한 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사드 배치 논란의 돌파구 모색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통 큰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미국 클라크 대학교 석사,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 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통일연구원 원장 역임.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Taylor &Francis Group, forthcoming, 2016);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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