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남도 신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북극성(KN-11)’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 

북한이 첫 SLBM 수중사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난해 5월만 해도 “농담”으로 치부하던 한.미 군 당국은 올해 4월 발사 이후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평가를 바꿨다. 이제는 “연내 실전배치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SLBM 개발이 어디까지 왔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로미오급’ 잠수함에 탑승한 김정은

▲ 지난 2014년 6월 잠수함에 탑승한 북 김정은. [노동신문 캡쳐]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도로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을 갖춘 나라가 SLBM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은 그 나라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적어도 2014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이 잠수함에 탑승한 사진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그 같은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14년 6월 16일자 기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오중흡7연대칭호를 수여받은 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대는 동해함대사령부 산하 부대다. 김 위원장이 ‘로미오급(배수량 1,800톤)’ 잠수함에 승선한 사진도 공개했다. 

이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잠수함 전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영상을 내보낸 것 같다”면서 “한국 해군이 갖고 있는 잠수함의 성능이 훨씬 더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공개가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현지지도의 숨은 의미는 두달 뒤 미국 보수 인터넷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을 통해 알려졌다. 이 매체는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 해군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 발사용 수직발사관이 식별되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9월 14일 합동참모본부는 진성준(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최근 북한 잠수함의 미사일 탑재 가능성이 일부 식별돼 한미 공조 아래 정밀 분석 중”이라고 확인했다. 

2015년 1월 6일 발간된 『국방백서 2014』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신형잠수함 등 새로운 형태의 잠수함정을 지속 개발 건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SLBM’과 ‘신형 잠수함 개발’에 힘을 쏟고 있음을 공식 확인한 것. 

8차례 SLBM 시험발사

2015년 이후 한.미 군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SLBM 시험발사는 총 8차례다. 지상 사출시험, 수중 사출시험, 비행시험, 잠수함 실제 발사를 통한 명중시험 단계를 거쳤다. 실전배치만 남았다.

지난해 1월 23일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항 인근 해안가에서 SLBM 지상 사출시험을 실시했다. 

▲ 지난해 5월 북한의 첫 SLBM 발사. [노동신문 캡쳐]

5월 8일에는 신포 인근 동해상에서 “북극성-1” 수중 사출시험을 단행했다. 5월 9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면서 “시험발사를 통하여 함내 소음준위, 발사반충력, 탄도탄의 수면출수속도, 자세각 등 전략잠수함에서의 탄도탄수중발사가 최신 군사과학기술적 요구에 완전히 도달하였다”고 알렸다.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못지 않은 경이적인 성과”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치하 발언도 공개했다. 

이날 사용된 잠수함이 1990년대 소련에서 구입한 ‘골프급(배수량 3천톤)’을 역설계한 ‘신포급’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5월 11일자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사출시험은 SLBM 개발의 초기단계”라며 “선진국 사례를 보면 수중 사출시험을 한 이후에 실제로 SLBM을 개발할 때까지는 대개 4~5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워싱턴프리비컨>은 12월 8일자 기사를 통해, 북한이 11월 28일 원산 앞바다에서 SLBM 시험발사를 실시했으나 실패해 ‘신포급’ 잠수함이 손상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12월 하순에도 재차 SLBM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한국 국방부는 “실패”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6년 1월 수소탄 시험, 2월 ‘위성(장거리 로켓)’ 시험발사에 이어, 3월 신포 조선소 지상시설에서 다시 SLBM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 올해 4월 23일 북한의 SLBM 시험발사. [노동신문 캡쳐]

4월 23일에는 수리를 마친 ‘신포급’ 잠수함을 이용해 신포 동북방 해상에서 SLBM 시험발사을 단행했다. 4월 24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최대발사심도에서의 탄도탄 냉발사체계(콜드런칭) 안정성, △새로 개발한 대출력고체발동기(고체연료엔진)를 이용한 탄도탄의 수직비행체제에서의 비행동역학적 특성, △계단열분리의 믿음성, △설정된 고도에서 전투부(탄두)핵기폭장치의 동작정확성 등을 검증하는데 목적을 뒀다며, “우리 식 수중발사체계의 믿음성이 완전히 확증, 공고화되었으며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주체적인 수중공격작전실현을 위한 요구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고 밝혔다.

남측 군 당국은 북한이 ‘콜드런칭’ 등 핵심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비행거리가 30여 km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실전배치까지 3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했다. 반면, 4월 23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SLBM 능력은 농담(joke)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something very serious)로 발전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의회에 제출한 ‘2015 북한 군사안보상황’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SLBM 1기 이상의 SLBM을 보유했을 가능성을 있다고 스치듯 언급했던 미국 군 당국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북한은 다시 “실패” 논란을 불러온 지난 7월 9일 시험발사를 거쳐, 8월 24일 신포 인근 동해상에서 ‘신포급’ 잠수함을 이용, 고각 발사를 통해 ‘북극성(KN-11)’을 500km를 날려서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안쪽 80km 해상에 떨어뜨렸다. 

‘북극성’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 1,000㎞ 이상, 고체연료 충전량을 늘린다면 2,000㎞ 이상의 비행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 및 2단 분리도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정상 고도인 300~400㎞보다 높게 솟구쳤고, 50㎞ 상공에서 마하 10(음속의 10배) 속도로 하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전배치까지 3~4년이 필요하다던 남측 군 당국은 “연내 실전배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꿨다. 

▲ 북한군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남도 신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북극성(KN-11)’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캡처-노동신문]

남은 과제

SLBM의 장점은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목표물에 접근해 타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공격 측면에서는 선제 기습타격에 적합하고, 방어 측면에서는 적의 선제타격으로부터 벗어나 제2차 (보복)타격에 매우 유리하다. 북한이 지난해 5월 이후 수중 시험발사에 사용해온 ‘신포급’ 잠수함으로는 SLBM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북한이 1990년대에 소련제 ‘골프급’을 들여와 역설계한 ‘신포급’은 배수량 2천톤, 길이 67m, 폭 6.6m이고 승조원 30~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젤잠수함이며, 수중 속력은 10노트(시속 약 18km)이다. SLBM 1발을 탑재할 수 있다. 

지난 26일자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월 22일 이동식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0호(무수단)’ 시험발사 성공 직후 공로자 초청 연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리만건 당 군수공업부장에게 ‘건국 70돌인 2018년 9월 9일까지 SLBM 발사관 2~3개를 갖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디젤잠수함이 배터리로 항해한다는 데 있다. 배터리 충전율 70%를 유지하는 게 관건인데, 그 이하로 떨어지면 수면 위로 흡입구를 올려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 공기로 디젤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이러한 ‘스노클링’ 과정으로 인해 디젤잠수함은 적 함정과 항공기에 쉽게 포착될 수 있다. 현재 SLBM을 보유한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인도가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는 배경이다. 

핵추진잠수함은 디젤잠수함보다 월등한 잠항능력으로 인해 은밀성을 잃지 않을 수 있고, 수상함정과 맞먹는 속력도 낼 수 있다. SLBM의 장점을 살리려면, 북한도 핵추진잠수함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 여건도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영변에서 건설 중인 100mw(전기출력 30mw) 실험용 경수로는 핵추진잠수함용 소형원자로로 전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일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24일 SLBM 시험발사 현지지도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건조”에 힘을 기울여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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