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겸 / 동국대 북한학 석사 (현재 서울대 도시계획학 박사과정)
 

‘북한의 지리’연재는 일단 이번 글로써 마무리 짓는다. 그동안 북한의 방언지리와 지명유래를 중심으로 연재를 진행했는데, 부족한 점이 많아 아쉽고 죄송할 따름이다. 시작할 때의 마음이 북한의 지리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나누고 함께 하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너그러이 여겨 주시길 당부 드린다. 방언과 지명에는 ‘힘’의 결과라는 측면과 선조들과 우리들의 삶이 녹아든 ‘땅’의 측면 등이 공존한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며, 필자도 더욱 노력하여 이에 함께하길 소망한다. / 필자 주

 

이번 마지막 연재에서는 아직 다루어지지 못한 북한의 주요 도시 중 동쪽 방면의 두 도시, 함흥시와 원산시의 지명유래와 지리적 의미를 다루려고 한다. 두 도시는 각각 함경남도와 강원도의 도소재지이며 동해안에 위치하는데, 접경지역에도 가까워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들이다.

관북의 전통도시, 함흥

▲ <그림1> 함흥과 원산의 위치

함흥시(咸興市)는 전통적으로 관북지역의 고도(故都)로서, 현재 함경남도 소재지이자 주요 공업도시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북한 지역의 대표적인 화학공업 도시로서 건설되었다. 그 지명유래는 함흥시 인근 평야지역인 ‘함주(咸州)’의 앞 글자와 ‘흥하는 고장’이 되라는 뜻에서 ‘흥(興)’자가 합쳐져 함흥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함흥시는 변방에 위치하지만 관북지방의 주요 도시로서 군림해 왔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며 ‘함흥차사’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제시기에는 대규모 화학공장들이 들어서 함흥 지역이 거대한 ‘전기화학 콤비나트’를 이루었다고 한다.

분단 이후에도 함흥은 함경남도 소재지이며 인구수 기준 2위 혹은 3위의 주요 도시로서 줄곧 자리매김 하였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이곳의 화학공장들과 도심의 전경은 이전의 명성에 비해 낙후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관북의 대표도시 함흥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앞의 연재에서 보듯이 라선시와 청진시는 주변 국가들이 동해 진출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도시의 남쪽에 위치한 대도시 함흥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의미는 앞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지 모른다.

‘물과 산’이 있는 북한의 강원도 대표도시, 원산

원산시는 고구려 때 ‘물과 산이 있는 고을’이라는 뜻에서 ‘매시달’(買尸達)이라 불렸고, 고려 시기 원산으로 개편되었다. ‘원산’이란 지명은 둥글게 생긴 산을 낀 고장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원산시를 멀리서 본 전경(그림 2)을 보면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이후에 지명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둥글 ‘원(圓)’자가 소리가 같은 으뜸 ‘원(元)’자로 바뀌긴 했다). 

▲ <그림2> 원산시 전경. [자료: 과학백과사전출판사·평화문제연구소 공편. 『조선향토대백과11』. 2004.]

원산시는 북한 강원도의 도청소재지이며 도의 제1도시이다. 하지만 강원도의 지명과 역사를 살펴보면 사실 원산시의 위상은 역사적으로 변화되고 정책적으로 강화된 측면이 있다.

잘 알다시피 강원도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나라의 도 지명은 도내 주요도시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고, 강원도의 ‘원’이 원산의 ‘원’을 딴 것이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강원도의 지명은 조선 태조시기(1935년)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북한은 광복 이후 강원도를 대표할 만한 도시가 없어짐에 따라 함경남도의 원산시를 강원도로 편입시켜 도소재지로 삼았다. 또한 원산시는 1960년대까지 동해안권에서 인구수 기준으로 상위 도시였으나 1970년대부터 점차 순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도시로의 개발과 군사적 요인 때문에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원산시와 강원도의 지명과 역사는 남북한의 분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옛 지명에서 보듯이 원산은 ‘풍부한’산과 바다, 해수욕장 등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며 인근에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평양과 통하는 고속도로 등으로 향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큰 곳이다. 남한과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확대될 시 원산시는 관광도시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원산시가 품고 있는 분단의 상징이 미래에는 희망의 상징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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