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햇빛교당

“우리교당은 미니태양광 1kW를 옥상에 올렸더니 전기요금이 많이 줄었어요.”
“비가 오는 날에도 10%정도 발전을 하더라구요.”
“아파트에 베란다에 250W짜리 미니태양광 하나를 달았는데 월평균 5~6천원 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원불교가 100주년을 맞아 3년여 동안 진행한 ‘원불교100년, 100개 햇빛교당으로 천지보은하자’는 햇빛사업에 동참한 원불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읍니다.
“태양이 이렇게 힘이 쎌 줄 몰랐어요.”

지난 5월 1일 원불교 100주년 행사를 치룬 원불교는 100개 햇빛교당 달성을 선언했습니다.
상업발전소 27개 927kW, 자가소비형발전소 73개 261kW.
작은 종단인 원불교가 이뤄낸 성과여서 더 놀라운 결과입니다.

원불교100개 햇빛교당은 1980년대부터 일어난 원불교 반핵-탈핵운동의 대안지였습니다.
원불교가 탄생한 근원성지인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로부터 직선거리 7km남짓한 곳에 영광한빛핵발전소 6기가 운전 중이고, 영광한빛핵발전소 1호기는 1986년 상업발전을 한지 올해로 꼭 30년째입니다.

잦은 사고와 비리, 후쿠시마 사고이후에도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고집하는 정부정책을 극복할 수 있는 실지불공의 대안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원불교 성소인 교당옥상과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담기위한 조직형태로 협동조합을 선택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첫 단추는 원불교를 창시하신 소태산 대종사님이 바다를 막는 간척사업을 하면서 만드신 방언조합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3년 7월 14일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고 전국 교당과 기관을 뛰어다녔습니다. 먼저 교당이나 기관의 옥상과 지붕을 샅샅이 훑었습니다. 햇빛교당 설명회와 컨설팅이 끝나면 에너지법회를 열고, 수차례 회의를 통해 설득을 합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원불교 교립학교가 있는 안성, 익산, 영광, 합천등지를 돌며 햇빛학교 꿈을 꾸었습니다. 원불교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지붕이나 옥상에 올라 줄자를 들이대고 설계도면을 그렸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될 듯 말듯 엎어지기를 수차례하며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이후 10여개월 동안 햇빛발전소를 한 개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에너지문제는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공감을 얻어내더라도 국가중심의 전력시스템에 민간이 참여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라는 발상 자체가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kW당 200만원이 넘는 설비비에 대한 부담과 요동치는 태양광 시장을 보며 불안함에 선뜻 결정이 어려웠음은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현장 컨설팅과 설명회, 에너지법회 등을 통해 드디어 장학기금을 출자한 전주 덕진교당 옥상에 2014년 5월 10kW규모의 햇빛교당 1호가 올라갔습니다. 일주일후 한과를 팔아 모은 돈을 출자한 익산 함열교당은 2호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근 1년여의 장고를 거듭한 가락교당은 서울1호 햇빛교당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햇빛교당은 250W 미니태양광 하나라도 설치하자는 결의를 이끌어 냈고 ‘서울 몽땅햇빛교당’을 선언합니다.

100개 햇빛교당을 만든 원불교는 이제 전국 교당 및 기관에 몽땅 햇빛발전소를 올리는 일과 ‘통일 햇빛교당’을 향해 서 있습니다.

안양교당에서 1년간 기도하며 모은 종잣돈 200만원은 ‘햇빛으로 통일’이라는 구호를 만들어 냈고, 기도기금은 개성햇빛교당과 북한주민들에게 태양광모듈을 지원하기 위해 적립됩니다. 햇빛교당은 전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빈곤국에게도 달려갈 것입니다.

전기중독 위험사회

7월 27일 오전 2시 정각. 이 시간의 국내부하는 5,873만kW로 공급능력 8,922만kW대비, 예비전력은 3,003만kW로 51.14%에 달합니다. 남아도는 전기가 51.14%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전기소비가 낮은 시간대입니다.

엘리뇨현상으로 지구촌이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대한민국 또한 연일 폭염기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순간전력사용량 폭주로 정전이 되는 블랙아웃을 염려하며 소비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전력예비량은 한전의 적극적인 전기사용 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고 피크를 치는 낮시간대에도 12%이상입니다. 봄가을 자정에는 70%까지 육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석탄과 핵발전소만으로도 충분하니 일부 유류발전기를 제외한 200여기의 LNG발전기가 일제히 전력생산을 중단합니다. 수요보다 공급능력이 많은 대한민국은 멀쩡한 발전기들이 순차적으로 개점휴업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지 않는다면 줄줄이 도산입니다.

이렇게 전기가 남아도는데도 왜 정부는 핵발전소 13기, 석탄화력발전소 20기, LNG가스발전소14기를 더 짓는다는 것일까요?

지난해 7월 22일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전력수요증가율은 매년 2.5%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수요증가율은 1.2%에 불과했습니다. 2014년은 0.6%까지 내려갔습니다.

지난해 여름 정부는 전기수요가 떨어지자 누진구간을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전기요금까지 내리면서 소비를 장려했습니다. 전기가 부족해서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만 33기나 더 짓겠다는 발표문에 잉크도 채 마르기전에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셈입니다.

전기수요의 큰 변수는 인구와 경제동향입니다.
최근 경제성장 지표와 전력다소비 산업의 정체를 감안하면 향후 수요는 이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 또한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남아돌면 가격이 낮아져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일반국민과 산업체가 지불한 전기요금은 53조9,600억원에 달합니다. 올 한해 국방예산(39조원)이나 교육예산(53조1,000억원)보다 많은 액수입니다.

국가적 전력공급은 천문학적인 인프라와 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250조원 가까운 자본이 전력공급을 위해 상시 동원됩니다. 발전소는 가동되든 않든 상시 발전대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정비가 투입됩니다. 필요 이상의 예비력이 지속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발전사들의 손실이 생깁니다.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부산고리에 9, 10번째 핵발전소 건설을 허가했습니다. 그리고 7월 5일 울산앞바다에서는 진도5의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요 며칠 부산과 울산시민들은 원인모를 가스냄새로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부산에서 12km, 고리핵발전소에서 5km 떨어진 바닷속에 활성단층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불안은 공포를 타고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자연에너지 열풍

세계는 에너지원의 70%이상을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2011년 기준 2.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 몇년 사이에 태양과 바람,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수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3년 기준 22%이던 재생가능에너지가 2050년이면 60%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은 이산화탄소배출율 1인위 중국과 미국이 태양광투자 1,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동안 미국에서 태양광은 석탄과 천연가스, 핵발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신규 설치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100만 태양광 설치 기록을 세우는데 40년이 걸렸지만, 앞으로 2년 내에 200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미 에너지부와 협업해 발표한 보고서에는 태양광 모듈로 주택 가치를 얼만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8개주에서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한 주택과 일반 주택 2만2000건 이상의 부동산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태양광 주택의 매매가는 평균 크기의 PV시스템(약 3.6kW)을 갖추고 있을 경우 1만5,000달러(약 1,700만원) 이상 높았습니다. 발전량 기준 Wp당 4달러씩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탄이 전력공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은 지난 5월 처음으로 태양광이 석탄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한 기록을 세워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칠레는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113일간 소비자들에게 태양광으로 생산한 공짜 전기를 제공하기도 했고 독일에서도 일조량과 풍량이 많았던 지난달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너무 많아 전기요금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5월 포르투갈은 4일간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생산하는 기록을 세웠고 덴마크는 지난해 전력의 42%를 풍력 터빈으로 공급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시대, 상생의 출구는 자연에너지입니다.
원불교가 이뤄낸 100개 햇빛교당은 가능성의 잣대일 뿐입니다.
숨 쉬고 살 수 있는 지구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태양과 바람의 곁으로 가야합니다.
단,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

 

 

이태옥은 핵발전소가 6기나 있는 영광지역에서 여성농민회와 여성의전화를 만들고 활동했다.

현재는 원불교환경연대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등 에너지개벽운동을 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소 협동조합인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상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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