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 일본군'위안부'재단 공식 발족을 앞두고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참석 회유가 도를 넘고 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오는 28일 '일본군'위안부'재단(일명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발족하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이번에는 피해자들의 참석을 회유하기 위해 '한복'을 선물로 쓰고 있다. 현 정부의 피해자 동원령이 도를 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따르면, 여가부 관계자가 22일 전화를 통해 "돈이 왔으니 드리겠다. 몇몇 할머니들이 오시니 (28일) 11시에 데리러 가겠다.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참석을 꺼려하자 여가부 관계자는 "한복을 맞춰드릴테니 옷 호수를 알려달라"며 참석을 종용했다는 것.

외교부가 이유도 없이 '점심대접'을 미끼로 던지고 여가부가 재단 발족식에 참석해야 돈을 드린다는 회유에 이어 '한복' 선물이라는 술책을 꺼내, 재단 발족식에 '위안부' 피해자를 강제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위안부' 피해자들은 "돈으로 우리를 팔지 말라"고 현 정부를 향해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나눔의 집 등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화해치유재단' 설립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왼쪽부터)가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기자회견에 참가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가 싸우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다. 위로금으로 10억 엔이 아니라 1백억 엔을 준다해도 필요없다. 왜 우리가 더러운 돈을 받느냐.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질타했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싸워온 것을 하루아침에 정부가 무너뜨렸다"며 "할머니들은 돈 한푼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니 일본정부가 당당히 사과하고 법적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이번에 12.28합의한 것도 잘못됐는데 또 잘못되게 자꾸 허튼소리하고 돌아다니니 어떻게 해야하느냐"며 "우리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줄 아는데, 정부가 일본에서 돈 받아서 할머니를 팔아먹지 않았느냐"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돈'과 '점심', '한복'으로 재단 참석을 종용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피해자들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했다.

김 할머니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친탁(親託)'이라고 꼬집으며 "대통령도 맨날 대통령하는 것 아니다. 얼마 안남았다. 남은 동안 나쁜 짓 저지르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나가는 게 우리들에게는 당연하다. 밑에 일하는 사람들도 치마폭에 싸여만 있지 말라"고 질타했다.

다른 할머니들은 "내려와라. 대통령에서 끌어내리자"고 호응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자격상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무능과 월권으로 만들어낸 합의에 이어 이제 고령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이 정부에게 일말의 양심도 남아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이날 발표된 규탄 성명의 갈무리다.

"화해가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고 치유가 아니라 상처를 준다"는 기자회견 참가자의 발언에서 보듯, '화해치유재단'은 발족도 하기 전에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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