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세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만났다. 왕이 부장의 표정이 굳어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한.중 외교장관이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만났으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설전 끝에 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5일자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기존 입장”을 설명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사드 체계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사드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윤 장관과 왕이 부장이 각자 기존 자국 입장을 되풀이하고 회담장을 나왔다는 뜻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 입장을 확인했다. 윤 장관은 최근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안보리 및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와 EAS(동아시아정상회의) 차원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25일 낮 12시까지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25일 <연합뉴스>를 인용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윤 장관에게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중.한 쌍방의 상호 신뢰의 기초를 훼손했다.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한국 측이 어떤 실제적인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고 압박했다. “실제적인 행동”은 지난 8일 한.미의 사드 배치 공표 이후 중국이 거듭 요구해온 “사드 배치 절차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또한 이날 회담을 요청한 쪽이 윤 장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요구에 따른 회담임에도 한국이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을 경우, 대응조치를 취할 명분을 축적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24일 오전까지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평양을 떠날 때 주북 중국대사가 환송을 나오고, 24일 리 외무상과 왕이 부장이 같은 항공편으로 비엔티안에 도착하는 등 북.중 외교장관 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측이 한.중 외교장관회담 성사에 매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미얀마의 실세인 아웅산 수치 외교장관을 만났다. 아웅산 수치 장관은 철도.항공, 에너지 등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한국의 협력을 기대했다. 윤 장관은 25일 미.일 외교장관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26일 열린다. ARF 등 계기에 한미일은 ‘대북 비난성명’을 추진 중이나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가 “특정 한 국가를 비난하는 성명은 과거의 사례가 없다”고 반대했다고 <NHK>가 23일 보도했다. 최대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 관련해서도 캄보디아가 ‘헤이그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어떤 식으로든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버텨 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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