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용산은 몽골군 침략-임진왜란-임오군란-러일전쟁-일제식민지-미군주둔으로 이어지는 외세에 의한 민족적 아픔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외세에 의한 치외법권의 상징이자, 민족의 자존심을 아직도 매우 상하게 하는 곳이다.

그런데 2016년 5월 20일 용산 미8군사령부가 2017년을 목표로 평택기지로 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용산미군기지가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당초 약속과 달리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 일부는 용산에 다시 잔류한다.

용산기지는 2004년 한미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기초해 2016년 평택으로 이전한다고 처음 주한미군사령부와 약속했다. 이후 2005년부터 그 자리에 용산국가공원 조성안이 추진되어왔다.

2005년 10월12일 발족한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추진위원회는 국무총리 및 민간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민간위원 15인, 정부위원 9인을 포함해 총 30명으로 구성해 발족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미군반환부지를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민족역사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2008년 이후 개편된 30명 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과반이 넘는 17명이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이고, 시민단체 및 용산구 시민을 대표하는 위원은 한명도 없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사실상 행안부)이 들어있으나, 서울시의 목소리를 내는 위원이 아니다.

현재 국토부가 용산공원조성특별법(2007.7.13) 제9조에 의거해 구성한 용산공원추진기획단은 용산공원 콘텐츠를 다양하게 수렴하여 추진하고 있다.

기획단은 용산 공원조성추진위원회 내에 조경, 역사, 문화 등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운영해 콘텐츠 발굴 기준을 마련해 2016년 4월 29일 “용산공원 콘텐츠선정 및 정비구역 변경 공청회”에서 총 8개의 콘텐츠를 밝혔다.

국토부가 밝힌 주요선별된 콘텐츠에는 국립어린이아트센터(문광부), 국립여성사박물관(여가부), 국립과학문화관(미래창조과학부), 호국보훈상징조형광장(국가보훈처),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아리랑무형유산센터(문화재청) 등 7개 정부부서의 8개 시설을 입주시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러한 콘텐츠에 대해 현재 각계에서는 특별법취지 위반 및 지나친 정부주도형 정책, 부서간 나눠먹기, 난개발 및 반환될 공원부지의 오염문제에 대한 침묵이라는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금년 5월 23일 서울시는 특히 용산공원 개발 콘텐츠 선정안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2차례에 걸쳐 의견을 전달했고 적절한 시기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콘텐츠선정이 이뤄지길 기대했었다”며 “그러나 국토부가 공개한 선정안을 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공원조성 기본이념과 콘텐츠 선정안과의 연계성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에는 용산부지를 최대한 보전하겠다고 명시됐지만 선정안에는 건축면적만 3만3000㎢에 달하는 대규모시설이 포함되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국토부가 이 7개 정부부서의 8개시설과 공원성격과의 적합성 여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부족한 형식적 선정과정도 꼬집었다.

서울시는 아직 군사시설이 있는 상태여서 조성부지에 대한 공식 현장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다가 충분한 현황 정보 없이 수용 및 설문조사가 단지 1개월만 진행돼 실질적인 시민참여와 여론수렴을 거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선정안이 7개 정부부처 콘텐츠로만 구성돼 있다며 정부부처의 개별사업을 위한 땅 나눠주기식 선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선정안을 당장 다음달 심의에서 확정짓는다는 계획도 너무 독단적이라고 비판했다. 용산기지는 오는 2017년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그간 이전 시점이 계속 연기되어왔고 현재도 공식화된 시점이 없다며, 이전 후에도 현황조사, 오염치유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공원이 조성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더 큰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국토부에 대해 2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중앙정부, 시민단체 전문가, 서울시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실시할 것, 둘째,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해서 조성부지에 대한 명확한 현황정보와 공원조성계획 추진현황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것이 그것이다.

용산공원은 민족의 아픈 역사적 공간이다. 그러므로 국가공원조성안에는 그 조성절차 및 내용에서 역사성, 시민성, 민족성 그리고 생태환경의 목소리가 실제로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위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17년만에 민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공원조성안의 콘텐츠 선정에 대해 역사성, 시민첨여, 환경, 생태의 기준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반환예정인 국가공원조성지, 용산미군기지는 현재 심각하게 오염된 땅이라 반환받기 전에 우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미군의 환경손해배상책임을 우선 물어야 한다. 오염된 땅에 공원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 정화비용은 물론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미래 세대 주민들의 건강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다행히 지난 6월 16일 시민단체의 각고의 노력으로 소송 10개월 만에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용산미군기지내부 오염정보공개청구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현재 외교관계를 이유로 이에 항소한 상태이다.

어떻든 “용산미군기지의 내부오염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에 따라 우선적으로 환경부는 용산국가공원부지에 대해 전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국토부는 이를 용산국가공원조성 콘텐츠에 다시 반영하기를 바란다.

둘째, 용산국가공원은 국토부가 바라는 개발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 다수가 바라는 휴식과 휴양이 있는 생태공원이어야 한다. 미국의 센트럴파크 공원처럼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건물 신축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과 오염을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나무를 심어가면서 세계적 공원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셋째, 용산국가공원 추진은 지금처럼 정부주도로 추진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과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추진단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추진기획단 및 자문위원회에 지자체인 서울시, 용산구청 그리고 용산거주 시민대표가 반드시 참여해야한다. 건축. 공원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지자체와 시민의 목소리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누기 뭐래도 용산국가공원의 핵심은 역사성이다. 민족의 역사적 상처가 깊은 용산공원은 특정 정부의 공원이 아니고, 국민 전체가 공감하고 사랑하는 국가공원이 돼야 한다. 역사적 상처를 잘 보존하고 오래 후손에게 기억하도록 역사성도 중시해야한다.

이처럼 국토부 선정안은 그 본질적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공원조성추진단의 원취지인 역사성, 민족성, 시민성 그리 생태환경이라는 특수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강한 비판이 The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정부와 지자체인 서울시간에 용산공원조성안을 두고 팽팽하게 견해가 맞서는 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 문제에 직접 나서 부처이기주의를 초월해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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