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 전경.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09년부터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8월 날씨 전망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덥고 습한 날이 많겠다는 것.

북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과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으며,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겠다고 한다.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중단한 것은 장마기간에 내리는 비 보다는 장마 후인 8월 강수량이 늘어나고 국지성 호우가 문제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7월 말이면 장마는 얼추 끝나지만 폭염 외에도 비 피해에 대한 걱정은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말 예년보다 한 달 먼저 시작한 장마철 집중호우를 맞아 K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임진강 상류의 북측 황강댐 수위가 만수위에 육박했다며, ‘수공(水攻)’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KBS는 아리랑위성 촬영 사진을 동원해 북측이 황강댐의 만수위에 육박한 108m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임진강 유역 댐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조차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황강댐의 만수위를 114m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평소 홍수대비를 위해 수위를 100m 이하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수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국방부의 설명도, 수력발전용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저류라는 통일부의 판단도 무시한 매우 특이한 보도였다.

급기야 지난 6일 황강댐의 수문 개방에 대해 군남댐 운영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수위조절용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들은 막무가내로 ‘무단’, ‘기습’ 방류 등 자극적 표현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이런 유의 보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연 폭염 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렸으나, 언제 다시 돌출할지 모를 일이다.

남북, ‘발전댐 대 지체댐’ 용도 차이

임진강은 함경남도 덕원군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해 황해북도 판문군과 경기도 파주시를 경계로 군사분계선을 지나 한탄강과 섞이고 하구에 들어서 한강과 합류하며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총 길이 254km의 강이다.

북측은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강을 따라 10km 상류에 4월5일댐 1, 2호, 54km 지점에 황강댐, 그리고 그 위로 4월5일댐 3, 4호 등 5개의 댐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부터 운영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측은 지난 2010년부터 북한의 4월5일댐으로부터 강 길로 10km 아래 남방한계선에 접해 있는 필승교를 사이에 두고 그 아래 10km 지점에 군남댐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임진강에 들어선 댐은 모두 여섯 곳으로 남측에 있는 군남댐을 제외한 다섯 곳이 북측 지역에 있다.

▲황강댐과 군남댐 위치도. [자료-농림축산식품부]

먼저 북측 댐을 살펴보자.

4월5일댐 다섯 곳은 규모가 아주 작아서, 북측에서도 건설을 마친 후 댐을 지었다고 발표하지 않고 중소규모의 발전소를 운영하게 됐다고 할 정도였다.

4월5일댐 중간에 있는 황강댐은 최대 3억톤 정도의 물을 저장한 후 물의 일부를 예성강 쪽으로 보내 발전을 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문이 15개 정도 있는데, 수문 바닥의 높이가 최대 105m라는 추정은 있으나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아니다.

또 유역면적(비가 흘러 들어서 강의 수위를 변화시키는 영역)은 2,800㎢ 정도로, 약 29억톤을 저장할 수 있는 소양강댐보다 약간 넓지만 저장 용량이 적다 보니까 자주 방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군남댐을 기준으로 임진강에 흐르는 물의 양은 연 평균 31억 톤이며,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는 50톤 정도가 흐르기도 한다. 황강댐이 예성강으로 유역변경해서 흘릴 수 있는 물의 양은 약 10억톤 정도로 추정된다.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황강댐의 특성으로 인해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갑작스러운 방류가 생길 수 있고 갈수기에는 물을 가둬놓기 때문에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북측 댐이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남측에서 임진강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댐인 군남댐은 ‘홍수조절용 지체댐’이라는 용도로 지어진 것이다.

보통 댐이 물을 가두었다가 필요시 발전 목적으로 방류하는데 비해 군남댐은 항상 물을 내려 보내다가 큰물이 오면 물의 양에 따라서 수문을 조절해 지체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군남댐은 북측 황강댐이 최대 저수량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되며, 여름철 황강댐의 갑작스러운 방류와 겨울철 갈수기 물 부족에 동시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 13개의 수문이 있는 군남댐. 최대 저장량은 7천만 톤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콘크리트 중력식 댐인 군남댐에는 13개의 수문이 있고 양쪽 끝에는 수문 없이 일정 높이가 되면 흘러넘치는 부분이 한곳씩 있으며, 비 홍수기인 봄·여름철에는 최대 해발 31m까지, 홍수기인 여름철 홍수조절을 위해 최대 40m까지 물을 채울 수 있다. 최대 저장량은 7천만 톤.

정확한 홍수시기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재해대책기간으로 정해진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가운데 수문 7개를 1.5m 정도 높이로 열어 초당 270톤 정도의 물이 방류되도록 운영하는데, 대체로 북쪽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이 그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댐이 없는 것처럼 흘러내려오는 물을 전량 내려 보내는데, 그러다가 내려 보내는 물보다 유입되는 물이 많아지면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수문조작을 하게 된다.

10월 15일 이후에는 가운데 7개 수문 양쪽으로 일정 높이가 되면 흘러 넘치도록 하는 선까지 물을 채워서 항시 5톤 정도가 저장되도록 조절한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가뭄이 심해서 농수 수요가 많아 4월말 6월 중순 사이에 방류량을 조절해 농수 공급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북에서 3억톤 일시 방류해도 군남댐 범람없어”

여기서 북측 황강댐의 저수량이 3억 톤인데 군남댐이 7천만 톤이라면 비율상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황강댐이 물을 가뒀다가 발전과 유역변경을 위해 사용하는 용도로 운영되는 반면, 군남댐은 항시 방류가 진행되는 지체댐이라는 걸 감안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천 내 제방 안쪽의 수위는 하천 유입량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지만 범람만 되지 않으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북한의 황강댐이 무너진다고 해도 3억 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는 것은 아니며, 서서히 물이 빠지면서 최대값이 왔다가 쭉 빠지기 때문에 하류 군남댐의 범람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강홍수통제소와 국토교통부는 군남댐에서 강을 따라 10km 상류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에 접해 있는 필승교의 수위를 기준으로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단계별 발령을 내고 있는데, 지난 2013년 폭우상황에서 ‘관심’단계까지 간 적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위험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남댐의 수위를 결정하는 유역면적 4,200km2 중 97.4%가 북측 지역인 상황에서 북측이 수위 변동이나 댐 운영 상황에 대해 통보를 해주지 않게 되면 남측의 정밀한 댐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의 연락수단이 모두 끊긴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다.

수자원공사에서 임진강 수위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필승교 등에 여러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피해방지를 위한 방송시설 등도 설치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적인 해결책은 역시 양측사이에 연락수단과 대화를 복원하는 일이다.

지난 2009년 9월 북측의 황강댐 방류로 남측 행락객 6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그해 10월 남북은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북측이 댐 방류시 사전에 통보하는데 합의했지만 최근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군 통신선 등 연락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이다.

남북이 서로 사정 알아야

임진강 군남댐은 1996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경기 북부지역에 발생한 홍수로 인해 3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9,0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이후 2002년 수립한 수해방지종합대책에 따라 2006년 착공한 후 2010년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2011년 말에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2009년 방류 사고로 인해 철야 작업 끝에 완공이 당겨진 것이다.

특이한 점은 기후 이상으로 인해 당시 초당 강우량이 3,500톤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군남댐에서 초당 1,000톤의 물을, 현재 건설 중인 한탄강댐에서 2,500톤을 추가로 지체시키고 제방정비를 더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북측 지역에 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비록 연락선이 끊어진 상태였지만 남측에 군남댐이 건설돼 운영된 이후에는 지난 5월 파주 어민 등이 어구 등을 철수하지 못해 1억 5천만원 정도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을 뿐 인명 사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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