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은 민족사적 비극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생한 66주년이었다. 한민족의 분단고착화를 촉진시킨 결정적 사건인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전쟁을 잠시 멈추는 정전협정이 체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쟁의 가장 큰 후유증은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증오심이다. 인류역사상 전쟁은 늘 존재해 왔고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평화로운 날은 모두 합쳐봐야 5일이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지금도 중동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유럽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역내 구성국 간 수 많은 전쟁을 치렀다. 1,2차 세계대전에만 희생당한 수자는 약 1억명(러시아, 미국포함)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유럽연합(EU)’을 구성하여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남북은 피해규모로만 따지면 1/20정도에 불과하지만 상호 평화롭게 살 가능성은 유럽연합의 1/100도 채 되지 않는다. 이것은 남북간 증오심의 깊이와 넓이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증오심을 완화시키려는 민족 스스로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언행이 더 증가하는 추세이다. 남북의 상대 최고지도자에 대한 폄훼, ‘참수’, ‘불바다’ 등의 극악한 발언, 전쟁불사론 등은 문제를 완화시키기 보다는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사용자의 의도를 표현하는 도구이다. 상대방과 화해하고 잘 지내려면 사용하는 언어가 완곡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상대방에게 극악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상대방과 악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동안 남북간에는 형식적이지만 상호 악수하고 잘 지내보자는 약속이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손으로는 악수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무기를 쥐고 있었다.

세계사적으로도 평화조약과 불가침 조약이 지켜지지 않고 동맹이 깨지는 경우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민족간 협약이 깨지는 것은 그렇다 치고 동족간 합의가 자주 깨졌다는 점이다. 물론 동족간 앙금이 타민족과의 그것보다 더 강할 수 있다. ‘원수같은 핏줄보다 사이좋은 이웃이 더 나을 수’있다.

그러나 남북간 문제, 통일문제는 이웃간 문제를 벗어난 매우 전략적인 사안이다. 1945년 8월의 분단, 한국전쟁의 배경, 분단의 지속 등이 우리의 의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강대국의 동북아 패권 논리에 의해 기획된 것이었다.

한국전쟁의 원인만 해도 유력한 주장 중 하나가 ‘소련의 중국 견제론’이다. 소련의 스탈린이 중국을 ‘조선전쟁’에 끌어 들여 국력을 현저히 약화시킴으로써 중국이 소련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논리의 타당성을 떠나 1950년대 강대국간 동북아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국제정치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어느 주변국도 우리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분단구조를 타파하여야 한다. 더 이상 강대국 논리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전략적 이익을 챙겨야 한다. 강대국 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북 당사자의 피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말은 안보론자의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이것은 남과 북의 모든 안보론자들이 하는 말이다. 이를 위해 남은 ‘한미동맹’을, 북은 ‘핵개발’을 선호하고 있다. 어느 쪽도 자신의 논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남북평화와 통일이 요원한 이유이다.

안보는 ‘현재 상태(status quo)’를 잘 유지하자는 논리이다. 남북 각각이 달성한 이념, 체제, 자산 등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이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논리만으로는 ‘영원한 안보’를 달성할 수 없다.

남북이 영원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남북간 전쟁 가능성을 ‘0’로 만드는 것이고 그것은 곧 남북통일밖에 없다. 통일이 되면 남북이 전쟁할 이유가 소멸되고 ‘영원한 안보’가 달성될 것이다. 남과 북이 두려워하는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보호해야 할 가치와 자산 즉, 민족 자산이 수십 배로 증가하고 우리 민족이 웅비하여 강대국들이 더 이상 우리민족을 ‘노리개’로 삼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보론과 통일론이 갈등하고 타도하려 할 것이 아니라 상생하고 하모니를 이루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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