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들은 한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한 없이 미사일방어(MD)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국제 및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해치게 될 것임을 거듭 확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25일 공개한 ‘SCO 15주년 타슈켄트 선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중유럽과 동북아로 확대하는 MD에 대한 이들 국가의 반대 입장을 거듭 분명히 밝힌 것이다.

SCO는 “회원국들은 자신의 안보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안전능력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한국 배치 추진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 측의 반대 논리이기도 하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0호(무수단)’ 시험발사 성공을 빌미로 사드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CO 정상회의(6.23~24, 타슈켄트)’ 참석 후 25일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변 안전을 공동으로 수호하고, 중대한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한 협조와 조율을 강화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날 공개된 ‘중.러 국제법 촉진 선언’에 따르면, 양국은 △유엔헌장, △평화공존 5원칙 등을 거론하며 주권 평등의 원칙이 국제관계 안정에서 핵심이며, 유엔헌장을 위배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국가의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전면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의 합법적 정권을 교체하려 하거나, 한 국가의 국내법을 다른 국가에 적용하려 하는 것도 내정불간섭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 △국제법 적용에서 이중기준 배제를 강조했다. 국제법과 무관한 한 국가의 일방적 제재를 이중기준 적용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일방적 제재를 남용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설립 목적과 실효성을 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의 중요성”에 따라, 각국의 권리와 합법적 이익이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관련 공조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26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은 “외부 경제 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중.러 간에 상호 통화결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결속하는 기류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도 25일(현지시간) “영국이 전후 질서와 안정의 축으로서 자기 지위를 흔들었다”는 기사를 통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미국 등 대서양동맹이 주도하던 기존 질서를 흔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보다 대담하게 행동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봤다. 

이 신문은 25일 베이징에서 일어난 두 가지 상징적인 장면을 주목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첫 연차총회가 열렸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틀 만에 다시 만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주도의 국제 체제 바깥에 있던 러시아”에게 있어, “영국의 투표는 예기치 않았던 선물”이라고 지적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 25년에 걸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이 끝났기 때문이다.  

영국 역사가 티모시 가튼 애쉬는 24일(현지시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기쁨에 겨워 손을 비빌 것”이라고 개탄했다. “불행한 영국인들이 서방 세계의 몸통을 가격하고, 과거 잉글랜드가 그처럼 많이 기여했던 국제협력과 자유로운 질서, 개방된 사회라는 이상에도 타격을 줬다.”

(추가,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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