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필자의 구상은 남북한과 4강을 포함한 동북아체제의 핵심 구성국가들이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동북아체제의 바람직한 구조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체제의 새로운 구조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순기능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다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동북아체제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4강 정치지도자들의 결단과 양보와 타협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하자. 

국제체제이론(international system theory)의 시각에서 현재의 동북아체제의 구조는 역내 구성국가(4강과 남북한)간 대립.갈등 구조로 되어 있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후 바람직한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통일 기반 조성 등 일련의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동북아체제의 구조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면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는 동북아체제의 바람직한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체제이론적 접근은 다른 국제정치이론과 더불어 우리 정치학계에서 깊이 연구되어야 하는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별로 관심이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 실현되어야 한다.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정은 당중앙위 위원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이다. 이는 북한이 특별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그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5개의 강력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한 대북제재 등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하는 것 못지 않게 건설적인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어떤 조건 하에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는 현재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자는 <통일뉴스> 칼럼을 통해 북한은 안보불안감과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로부터 해방되도록 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설파해 왔다. 북한이 적대적 국가로부터 포위당하고 있다는 강박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동북아 안보체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강조하고 제2 타격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완성하기 위한 핵 무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피포위강박증의 치유가 불가능한 동북아체제의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피포위강박증에서 벗어나 스스로 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바람직한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바람직한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필요성이 없는 환경이 조성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북한이 피포위강박증으로부터 해방되어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동북아체제의 바람직한 구조적 변화와 관련한 필자의 구상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건설적인 남북대화를 통한 남북관계의 정상화이다.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주축이 되어야 함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남과 북이 양보와 타협을 통한 협상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둘째, 남북한과 미.중.러.일 4강 간의 교차 승인이 완료되어야 한다. 북.미 및 북.일 외교 관계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렇게 되면 남북한과 4강의 교차승인이 완료되게 된다. 남북한과 4강 간의 외교 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지면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도 해소될 것이고 보다 우호적인 상호관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북.중관계 또한 정상화되어 동북아체제에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셋째, 동북아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과 중국 간의 협력적 상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중 간 협력체제는 동북아체제의 안정화를 가져오게 되고 나아가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중 간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다.

넷째, 현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63년간 지속되어온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1974년부터 일관성있게 주장하여 왔으나 한국과 미국 양측은 북.미 평화협정을 반대하여 왔다. 그래서 필자는 북.미 평화 합의문을 포함하는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체결을 제안하여 왔다. 이 조약은 북.미 평화협정보다 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유엔에 등록한 다자 국제조약이 될 것이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 필자의 칼럼 참조. 통일뉴스(2013.5.10), ”북한의 ‘호전적’ 행동과 한반도 평화 구축”]

다섯째, 지난 8년 동안 고사상태인 6자회담을 재개하여야한다. 그리하여 남북한과 미.중.일.러 6자가 합의한 9.19 한반도 비핵화 공동성명(2005)을 실천하고 이행하여야 한다. 동시에 9.19공동성명에 합의한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논의하여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져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필자의 구상은 남북한과 4강을 포함한 동북아체제의 핵심 구성국가들이 한반도 평화조약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동북아체제의 바람직한 구조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체제의 새로운 구조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순기능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다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동북아체제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4강 정치지도자들의 결단과 양보와 타협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는 이루질 수 없음을 명심하자.

 

한국외국어대학 학사, 미국 클라크 대학교 석사,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 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통일연구원 원장 역임.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Taylor & Francis Group, forthcoming, 2016);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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