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때이른 폭염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울립니다. 말간 하늘 아래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지는 햇빛은 보기에도 뜨겁습니다.

5월 21일 오후2시,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만나자는 약속에 맞춰 밀 한다발을 손에 들고 ‘GMO 반대’ 머리띠를 예쁘게 한 무리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옥수수와 콩 인형탈에 초록조끼를 입은사람들 위로 00생협, 00농민회 등의 이름이 새겨진 깃발도 덩달아 펄럭입니다. 한살림 뻥튀기 기계에선 연신 뻥뻥대며 유기능 튀밥이 튕겨 나옵니다. 여성소비자를 상징하는 ’커다란 엄마인형‘은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닙니다.

‘서울탈핵길 종교인순례기도’를 위해 찿은 광화문광장 너머 6번 출구 동화면세점 앞은 ‘몬산토반대, GMO반대 시민행진’을 위해 행진단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몬산토 물러가라! (March Against Monsanto)

세계 52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5월 21일 동시에 진행한 몬산토 반대 행진의 첫 기획자는 두 딸의 엄마인 타미 먼로 커낼 씨입니다. 그가 살던 미국 캘리포아니주에서는 지난 2012년 11월 GMO를 포함한 식품에 GMO 표기를 하도록 한 ‘제안37’이 주민투표에 붙여졌으나 부결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몬산토가 ‘제안37’이 부결되도록 어마어마한 돈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 커낼씨는 GMO 문제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는 SNS를 통해 ‘몬산토반대 시민행진’을 제안했고 폭발적으로 반응한 지구촌 사람들에 의해 2013년 330여개 도시에서 몬산토반대 시민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몬산토코리아가 있는 광화문에서 March Against Monsanto! (몬산토반대 대행진)을 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날 전국에서 모여든 300여명의 시민들은 토종종자인 앉은뱅이 밀을 들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밥상위의 옥시 GMO 반대”를 외쳤습니다.

몬산토 is GMO

몬산토는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생화학 제조업체입니다. 세계 작물 종자 사용권의 67%, GMO 특허의 90%를 소유한 몬산토는 사실상 지구 전체의 식량 생산을 조종하는 다국적 곡물회사입니다.

몬산토는 그동안 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DDT, 사카린, PCB(폴리염화비닐), 아스파탐, rBGH(소성장호르몬) 등을 개발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다이옥신이 주성분)를 개발했던 화학회사 몬산토가 세계 최대의 종자 회사로 얼굴을 바꿔 ‘몬산토=GMO’로 상징화 되었습니다.

몬산토는 자사의 ‘라운드업(Round-up)’이라는 제초제를 독점적으로 팔기 위해 라운드업 저항성 옥수수와 콩을 만들어서 미국 전역에 퍼뜨렸고, 그 결과 생물종 다양성이 심각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유전자조작 콩인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는 제초제를 뿌리면 주변 풀들이 모두 누렇게 말라 죽지만 콩만은 싱싱하게 살아남는 마술(?)을 부립니다.

GMO에 거의 필수적 동반자인 몬산토의 라운드업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와 살충제 농약은 이미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성 물질이라고 공식 발표한바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바이엘의 글루포시네이트 농약과 꿀벌의 멸종을 가져올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통제하고 있지만 우리리나라 농촌진흥청은 “장갑을 끼고 마스크만 착용하면 살포해도 괜찮다”는 입장인 듯 합니다.

몬산토는 IMF(국제통화기금) 시기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사들인 멕시코 종자 회사 세미니스를 2005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종자시장을 석권하게 됩니다. 지난 2012년 동부팜한농이 몬산토로부터 일부 종자의 국내 판매권을 사들였지만 가장 수익이 좋은 파프리카, 청양고추, 시금치, 토마토 등 70여 개 품목은 몬산토 코리아가 종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Non-GMO

2년전 ‘원불교 다시 농사다’라는 프로그램에 김성훈 전농림부 장관님을 모셨습니다. GMO 무지랭이였던 저에게 가장 꽂혔던 이야기는 “참치캔 위를 자르르하게 덮고 있는 카놀라유는 100% GMO 식품이니 먹지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즐겨했던 음식과의 이별을 예감해야 했기 때문이었겠죠.

그때부터 장을 볼 땐 통조림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명절 때 선물받은 카놀라유는 버리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창고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튀김음식이 많은 명절장을 볼때도 비싼 올리브유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유전자변형생물체)는 다국적 농약 및 제약회사들이 바이오 기술이라는 미명하에 종자의 유전자 형질을 이물질(동식물 유전자 형질)과 조합해 탄생시킨 괴물입니다.

몬산토, 듀퐁, 바이엘, 다우, 신젠타 등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지난 15년 동안 바이오 GMO 종자개발을 장악하고 제초제와 농약을 끼워 팔기 하여 어느덧 북·남미와 일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 세계 60여개국의 곡물 생산면적 중 10%이상을 GMO 종자로 바꿔 놓았습니다.

미국산은 거의 90%가 GMO입니다. 우리가 먹는 수입 농산물은 대부분 이곳에서 들여옵니다. 한국인이 먹는 거의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액상 과당 등 첨가물이 바로 이 옥수수로 만들어지고, 마트에서 파는 된장, 간장, 고추장, 두부가 바로 이 콩을 원료로 한 것입니다.

2012년 프랑스 Caen 대학 셀라리니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실험용 쥐 2,000마리한테 쥐 평균수명인 2년, 사람으로 치면 약 10~15년 동안, 계속해서 GMO 옥수수와 콩을 먹였는데 결과는 각종 종양이 생기고, 장과 위장이 비틀어지고 유방암이 생겼습니다.

암컷과 수컷의 비율은 7:3의 비율입니다. 실험결과는 여성들이 GMO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세로 가면 자폐증과 불임증이 나타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종자를 계속 팔아먹으려고 GMO는 모두 불임이 되도록 미리 조작되거든요.

그러나 몬산토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쥐실험은 3개월, 90여일에 그쳤습니다. 셀라리니교수 논문을 실었던 미국의 저널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이 논문을 철회합니다.

한국은 매년 794만톤씩 GMO 콩과 옥수수, 카놀라를 십수년째 수입하고 있는데 식용이 190만톤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GMO 농산물 수입국입니다. 1등은 일본인데 주로 사료용입니다.

쌀 너마저!

지난 7일 전북지역 45개 단체로 구성된 ‘(가칭)농촌진흥청 GM벼 상용화 반대 전북도민행동(준)’이 전북도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을 황폐화시키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GM벼 상용화와 GM 작물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GM 벼라니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지난해 9월 8일 제16차 유전자변형생명체 포럼에서 농진청 GM작물개발사업단장이 “올해 안에 GM 벼에 대한 안전성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에 의한 유전자조작농산물 개발을 실토한 것입니다.

2011년 농진청 산하에 ‘제2의 녹색혁명’을 목표로 만들어 진 ‘GM작물 실용화사업단’에서 70여종의 작물 250여종의 GMO 종자가 만들어졌습니다. 농진청은 유전자 조작쌀을 스스로 만들었고 이미 150여종의 GMO 종자를 갖고 있으니 돈만 된다면 상용화는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2013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는 한 번도 밀을 재배한 적이 없는 밭에서 GMO 밀이 발견되었습니다. 한번 GMO가 개발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온실이나 노지에서 시험 재배되는 동안에도 이미 그 꽃가루 등으로 인해 인근 농작물까지 GMO 유전자를 가진 작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지요.

날라오는 꽃가루에 GMO 농사를 짓게 된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임종자이며 단작만 가능한 GMO 종자를 사다 심게 됩니다. GMO 식품을 피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당연히 줄어들지요.

기자회견에 나선 사람들은 “지금 지평선 들녘 입구에 설치된 GMO 벼 시험포로부터 GMO 화분들이 바람에 날려 호남의 곡창 김제 평야로 퍼질 경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부터 미리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코퍼라토크라시(corporatocracy)

'기업이 세상을 지배한다' 는 뜻의 코퍼라토크라시(corporatocracy). 몬산토의 1년 매출은 대한민국 연간 예산과 맞먹습니다. 몬산토로 대표되는 다국적기업은 우리의 밥상을 통해 국민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되겠지요.

유럽연합(EU), 동유럽, 러시아, 필리핀, 타이완, 짐바브웨 등 64개국에서는 각국 정부가 GMO의 생산과 판매를 통제하거나 완전 표시 제도를 실시합니다. 러시아 의회는 GMO를 수입, 판매, 생산할 경우 테러범에 준하는 중벌을 가하는 법률을 제정·공포했습니다. 헝가리는 GMO 옥수수 밭이 발견되는 즉시 불태우고 대만은 어린 학생들의 급식에 GMO 사용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식량 부족 국가인 짐바브웨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GMO 옥수수 수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몬산토 주식의 20%를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가 GMO 곡식을 아프리카에 무상원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짐바브웨가 거부를 했는데요 그 이유가 “우리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GMO 곡식은 안 받겠다”였습니다. ‘기업자본’과 그들의 ‘인도주의적 자선’에 한방 먹인 쾌거였습니다.

GMO 찬성론자들은 말합니다. GMO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데 웬 호들갑이냐고?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입증이 된 것도 아닙니다. 분명한 사실은 논쟁중이고 불안전한 GMO가 우리 농업에 그리고 식탁에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저는 GMO 식품을 먹고 싶지 않습니다. 마트에서 콩기름과 된장, 고추장통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GMO 식품표시가 없더군요. 최소한 소비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GMO 식품 완전표시제라도 시행되어야합니다.

우리나라에 GMO가 들어온 지 15~16년이 되었습니다. GMO 식품을 먹고 자란아이들이 20~30대 초반입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통계에 의하면 2014년 결혼 5년차 부부 가운데 불임 때문에 체외수정을 지원한 사례가 20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GMO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참혹한 밥상의 시절입니다. 오늘 식탁에는 무엇을 올려야지요?

 

 

이태옥은 핵발전소가 6기나 있는 영광지역에서 여성농민회와 여성의전화를 만들고 활동했다.

현재는 원불교환경연대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등 에너지개벽운동을 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소 협동조합인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상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