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늘 내 안의 한 생각이다(라마크리슈나)

 

 생각
 - 월트 휘트먼

 복종, 신앙, 결집에 관하여
 사람을 믿지 않는 자들의 지도에 수많은 대중이 따라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프다

 

 뒷산을 오르는데 나무 그늘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던 한 중년 남자가 함께 술을 마시자며 손짓을 한다. 

 마지못해 그의 옆에 앉아 그가 내미는 술잔을 받는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기독교 신자 같단다.

 묵묵히 그의 독백을 들었다.

 자신은 부동산을 한단다. 돈을 꽤 번적도 있단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세요? 그는 혼자 성경을 공부하여 하느님을 알게 되었단다.

 그는 언제부터 ‘한 생각’에 빠져 버렸을까?

 그가 풍덩 빠져 버린 ‘한 생각의 세상’이 너무나 깊고 크다.

 그는 부동산업을 하며 사는 게 얼마나 고달팠을까?

 인생의 밑바닥이 보였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눈을 똑바로 뜨고는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눈을 자주 감다 보니 어느 새 ‘자신의 생각의 성(城)’에 견고하게 갇혀 버렸을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한평생을 어렵게 살다 죽을 때 비로소 편하고 소인배는 한평생을 즐겁게 살다 힘들게 죽는다.”


 쉽게 씌어진 시(詩)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인생을 쉽게 살려는 사람은 제대로 사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이 세상이 아프면 함께 아프게 되어있다.

 하지만 인생을 쉽게 사는 사람들은 이 아비규환의 세상에 눈을 감고 산다.

 눈을 감고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 들면 우선은 얼마나 편안한가?

 그런데 그 생각 속의 세상이 ‘신(神)의 나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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