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울 안국동 카페에서 연암 스님과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한국인 피폭자를 꼭 만나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히로시마에 가서 한국인 피폭자에 대한 언급을 하고 사과를 할 필요가 있고, 가능하다면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를 방문해서 참배하기를 권고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일본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장인 연암 스님이 23일 이같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요구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한국인 피해자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나 “한국인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는 26일에는 1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미국 정부의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인정, 조사, 사죄 및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연암 스님은 “피해자 1세 5명, 한국원폭2세환우회 한정순 명예회장, 합천평화의집 관계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 3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27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지원하는 모임’ 등 일본 시민단체 및 피해자들과의 연대 활동도 조율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우리는 귀하가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먼저 아무런 죄도 없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징용과 피폭이라는 이중, 3중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합천평화의집'에 따르면,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약 70만명 중 7~10만명이 한국인이다. 사망자도 약 5만명으로 일본인의 1/6에 육박한다. 한국인 피폭자 중 생존자 2만 3천명 가량이 귀국했다.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해자는 2,584명, ‘한국원폭2세환우회’ 가입자는 약 1,300명이다.

지난 19일 국회는 원폭 투하 71년 만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연암 스님은 “법 통과 자체는 환영하지만, 2세 환우에 대한 실태조사와 피해자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이 빠진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1945년 8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원폭 투하 결정에 대한 ‘사과’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위령비 헌화 행사에 일본인 피해자들을 초대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호소하는 '소감'을 밝힐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모든 희생자'에는 한국인도 포함된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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