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중단과 정부정책, 그리고 기업의 미래' 세미나가 23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 실태조사를 완료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입주기업의 불가피한 직접적 피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 하에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개성공단 중단과 정부정책, 그리고 기업의 미래’ 주제의 세미나에서 강종석 개성공단공동위원회 사무처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기업의 피해 실태조사가 완료된 후 기업의 불가피한 직접적 피해에 대한 정부의 세부 지원 대책 발표를 앞두고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가 국민대학교 한반도미래교육원과 공동 주최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날에는 기업 추산 원부자재와 완성품 등 유동자산 피해액(약 2,400억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1,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통일부의 해명이 있었다.

홍 장관은 “지난 2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민족의 생존과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라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었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지난 3개월간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자금지원, 고용안정, 판로지원, 생산기반 확보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여 기업들을 지원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 기업들의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 뿐만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이날 북측이 제시한 청산절차를 밟기 위해서도, 단전 단수 상태에서 설비 점검을 위해서도 기업들의 개성공단 방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부 측 기류가 반영된 홍 장관의 축사에 이어 토론자로 참여한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정부의 지원 대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상무는 전날 통일부가 개성공단 기업의 직접적 피해에 대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피해규모가 아무리 커도’,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당해도’ 이런 원칙과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보상’이라는 표현도 쓰지 못하고 있지만 명백히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개성공단 기업들이 피해규모에 합당한 지원도 아니고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예산 범위 내에서 주면 주는 대로 받는 일방적인 시혜대상은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인 셈이다.

그래서 피해구제를 소급적용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기도 하다.

김 상무는 정부의 지원대책에 대해서는 기업이 입은 피해보전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피해보전을 위해 정부가 3월 21일부터 기업들의 피해규모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피해실태 조사에 착수했으나, ‘예산의 범위 내에서’라는 지원 원칙으로 인해 실태파악의 목적에 부합한 조사를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3일간의 열람 기회를 주었지만, 기업들이 열람 한 후 추가 증빙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대부분이 노동집약산업으로서 이미 한계기업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것인 만큼 이제 와서 정부가 돈을 빌려 줄 테니 국내에 대체생산 시설을 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개성공단 생산비중이 낮은 곳은 경영정상화가 가능하겠지만 123개 입주업체 중 개성 생산비중이 100%인 49개사를 포함해 개성 생산비중이 70% 이상인 72개사는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안은 해외생산이지만 이는 시간이 걸리고 바이어가 기다려주지도 않으며, 투자자금 조달 문제도 있어 결국 근본적 해결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들의 개성공단 방북과 관련한 문제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지난 3월 10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제기한 청산 절차라는 것이 어쨌든 중요하며, 청산 절차를 밟아서 자산 동결 또는 압류조치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당 절차를 밟기 위해 방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분간 자산동결 철회와 관련한 협의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으나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대해 예단할 필요는 없으며, 북한이 기존 남북합의 무효화를 선언하면서도 아직 개성공단의 자산에 대해 압류조치하지 못한 것은 해외투자 유치를 원하는 측면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곧 장마가 닥칠 텐데, 개성공단이 일시 중단된 지난 2013년과 달리 지금은 단전·단수 상태여서 시설을 영구 폐기할 것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5월 10일 현재 개성공단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내용. [자료제공-김종호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

이날 ‘정부의 기업 지원정책 평가 및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한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2월 12일부터 3월 15일까지 5차례에 걸쳐 5개 영역 24개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피해실태조사 접수를 시작했으나 정부지원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지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합법성, 투명성,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지원과 보상의 원칙을 명료하게 해야 하는데, 피해실태조사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좀 더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존의 핵심 요소인 ‘값싼 노동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중장기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북한 리스크 관리 및 분쟁처리를 위해 좋은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야 할 일은 ‘신속히’, ‘최소화’, ‘충분한’ 등 여론을 의식한 감성적 표현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합법적인 지원 제도의 기능이 약화 또는 상실되지 않도록 지원내용과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지적했다.

경협보험은 123개 가동기업 중 79개사가 가입되어 있고 교역보험은 한 곳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는데, 제도적 장치로서 관련 보험제도의 활용도가 낮은 상태에서 피해 발생에 대한 지원 및 보상을 정치적으로 처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조동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개성공단 중단과 관련, 정부와 기업 모두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하면서 기업의 거래 대금이 북의 핵·미사일 개발자금으로 들어갔다고 단정적으로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개성공단 가동이 쉽지 않도록 미래 가능성까지 다 막아 버렸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에 대해서는 기업의 이익만 염두에 두면서 근시안적 경영을 해 온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회공익활동도 벌여서 개성공단의 의의에 대해 널리 알리는 일들을 해 왔다면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렇게 쉽게 공단을 폐쇄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개성공단 운영평가’, 홍순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개성공단 중단의 정책적 의미’, 김종호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이 ‘정부의 기업지원정책 평가 및 개선방향’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봉희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과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한 2세션 ‘개성공단 중단과 대응 관련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김주현 국민대학교 한반도미래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단장과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 권은민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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