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로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1일(현지시간), “행정과 통치 모두에서 실패했다”고 혹평했다. 

유엔은 재난 시기 더 빨리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난받는 데 익숙하다. 강대국 간 경쟁과 약소국의 욕망에 발목 잡혀 결정적인 순간에 주춤거리는 탓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차이가 생과 사를 가른다”면서 “누가 사무총장이 되느냐가 중요한 이유”라며, 이 같이 반 총장을 평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반 총장의 업적으로는 ‘기후변화협정’ 타결, 여성 관련 4개 유엔 기구를 하나로 통합한 것 정도가 꼽힌다. 

유엔 사무총장의 최우선 과제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사태를 막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축하는 시리아 같은 곳에서는 어느 사무총장이라도 마법을 펼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은 이라크에서 속임수와 용기, 매력과 이상주의를 혼용하여 적대세력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으나, (시리아에서) 반 총장은 굼뜨고 의전에 집착하고 강대국에 맞서길 싫어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이다. 

강대국에 밉보인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은 5년 단임으로 물러났으나, 강대국에 순응한 반기문 사무총장은 연임에 성공해 10년을 채웠다는 비아냥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반 총장의 후임으로 동유럽 출신 여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말도 안 된다(nonsense)”라고 일축했다. 능력이 아닌 지역과 성별이 인선 기준이 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자리라는 주장이다. 

한편, 반기문 사무총장은 오는 25일 방한한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대권후보 영입 방침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어 그의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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