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과 2016년 상반기에 한반도가 북핵문제와 4.13 총선으로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혼돈 속에서도 미.일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철저하게 챙기고 움직였다.

그 좋은 예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틈타 미국 군산복합체는 중국 견제와 한반도 사드 판매 로비에 전력하였다. 일본 보수정권은 국제적으로는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국내적으로는 평화헌법 해석개헌은 물론이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과 함께 일본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11개 국내 안보법 법제화를 모두 마무리지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 아베 정부는 2015년 10월에 조직적으로 일제과거사 부인 운동본부를 자민당 직속으로 출범시켜 일본군성노예의 강제성을 최초로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를 비롯하여 일본의 전범국가임을 판결한 1948년 도쿄전범재판 조차도 조직적으로 재검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5월 2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오끼나와 기지 원폭피해자 기념비 방문을 앞두고, 일본 보수 정권이 ‘전범국가 면제부’로 이용할 정치적 위험성도 안고 있다.

그런데 우리 당국은 이런 냉엄한 한반도 주변정세를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고 아직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으로 소모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 예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취해진 5.24 대북 제재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이 중단된 지 이미 오래고, 올해 1,2월 북한의 제4차 핵 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이유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남북교류협력은 이 땅에서 더 이상 없어졌다.

당국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국가 안보의 어려움에 대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북한 핵과 종북몰이로 그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평화통일을 최고의 시대적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는 경직된 대북 적대정책과 과도한 한.미동맹이라는 진영논리에 여전히 갇히어 변화무쌍한 한반도 주변정세를 남북한의 단합된 외교력으로 풀어 나갈 아무런 주체적. 자주적 능력을 갖추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 미국, 중국은 북한과 물밑 접촉으로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 장래를 치밀하게 저울질하는데, 우리만 냉전적 진영논리에 갇혀 동북아에서 외로운 섬으로 고립되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주요한 안보.외교 그리고 평화통일의 미래를 우리나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 아무것도 없다. 마치 대한제국 말엽과 너무 유사하다. 이것이 한국외교의 현 주소이다.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지난해 말 ‘12.28 한.일합의’도 역사정의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한 반역사적인 합의를 피해자와 국제사회 그리고 압도적인 국민적 저항 속에서 현재 강행하고 있다.

더구나 4.13 총선에서 대북 적대정책의 전면적 개편, 역사정의 그리고 정치개혁이라는 단호한 국민적 심판의 메시지가 이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당국은 이러한 국민적 단호한 목소리를 완전 무시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 당국은 국민적 스트레스 해소용 공동적으로서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발사 그리고 최근의 북한의 노동당 전당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모든 한반도 긴장 책임을 북한에 돌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모두 종북몰이로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책과 장래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있는 정부는 마음을 비우고 역사와 민족이 이 시대에 주문하는 단호한 목소리를 경청하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사람과 정책을 확 바꾸어야 한다. 물론 북한의 행태가 국제법 위반이면서도 비판의 대상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이것을 해결하고 접근해 가는 방식이 여전히 구심력보다는 압박과 힘에 의존한 종전의 원심력이라는 점이다.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원칙적으로 남북 교류협력 행사시에 쓰이게 되어있는 것인데, 몇 년이나 남북공동행사가 없는 이 시점에 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도대체 어디에 쓰고 있는지도 매우 궁급하다. 혹시나 북한에 전단 살포나 북한 민주화 보수단체 지원금으로 쓰이지는 않는지 우려 된다.

2008년 보수정권 이후 많은 진보적 시민사회 평화통일단체들은 이념적 종북몰이로 사법당국의 국가보안법 위반 고소건으로 입을 봉쇄당하고 있다. 또 물리적으로는 이들 진보적 평화통일단체들은 경제적 운영난으로 고사 직전이다. 헌법상 평화통일의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부 당국만이 평화통일 문제를 독점하려는 것이 과연 헌법정신에 맞는 것인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좋은 예가 중국 선양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는 5월 19~20일 중국선양(심양)에서 공동위원장회의를 갖고 ‘6.15 발표 16돌 민족공동행사’를 개성에서, ‘광복 71돌 민족공동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5.24 제재조치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후 민간의 힘으로 일구어 낸 큰 성과이다.

그런데 정부는 같은 날 북한의 비핵화 태도 불변을 이유로 북측과의 불법접촉 처벌 및 행사불허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실질적인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거부이다. 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한데 이어 군사적 신뢰구축를 의제로 하는 실무접촉의 구체적 날짜까지 밝히는 대화제의를 하였는데도, 정부는 비핵화 우선을 이유로 거부했다.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군사적 긴장과 동북아 평화의 일차적 걸림돌임은 틀림없다. 또 북한의 행태는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 그리고 UN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입장에 놓인 대한민국 정부는 언제까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그리고 종북몰이 타령에 한반도 군사적 긴장 책임을 돌릴 것인가? 왜 주체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위한 발상의 전환을 못하는 것일까? 왜 한반도문제를 우선 정상화시키고, 주체적인 외교능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북한 책임과 종북몰이로 이 민족의 장래를 망칠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상 평화통일의 주체는 양편 국민이며, 정부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단체가 함께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4.13 총선에서 표출된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길 바란다. 오호 통재라.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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