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부터 베트남과 일본 방문길에 오른다. 미국 안팎의 언론들은 “역사적”, “상징적”이라는 수사를 붙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하노이에 도착해 임기 중 첫 베트남 방문을 시작한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000년 빌 클린턴, 2006년 조지 부시에 이어 3번째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현안이 역사를 덮고 있다”고 베트남 방문의 의미를 짚었다. 과거 적이었던 두 나라가 당장 동맹이 될 준비는 돼 있지 않으나, 남중국해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중국에 대한 커지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9일자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이 ‘아시아.태평양 회귀(재균형)’의 중심임을 분명히 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이미 베트남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들어와 있다.    

가장 민감한 쟁점은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해제 여부다. 이 문제는 1975년 끝난 베트남 전쟁의 유산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베트남 정부가 인권 개선 조치를 보여주는 것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군함이 정기적으로 캄란만을 방문하는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26일과 27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7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8월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곳이다. 

<ABC>는 21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과 일본 방문 : 5가지 관전 포인트’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은 (과거) 핵 공격 결정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 없는 세계의 필요성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 생존자들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일본은 베트남과 올해 아세안(ASEAN) 의장국인 라오스를 초청하여 ‘남중국해 문제’를 부각시키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킨 궁극적 동력이 중국임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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