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조선노동당 7차대회가 끝난 지도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36년 만에 개최한 북한보다 오히려 우리의 호들갑스러움이 더했던, 그래서인지 지금의 침묵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이다. 여전히 곳곳에서 7차 당대회에 대한 세미나가 적지 않게 열리고 있고, 발표집이 부족할 정도로 청중 동원 역시 기대 이상이라지만 세간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은 듯하다. 그저 북한 연구자들만의 잔치로 지나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아쉬움과 우려스러움 속에 뒤늦은 제7차 당대회 이야기를 꺼내본다.

당대회를 통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군사정책

▲ 북한 조선노동당 7차 대회. 이번 당대회에는 다른 때와 비교해 북한 군사분야의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적지 않은 퍼즐이 숨겨져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7차 당대회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상세히 평가한지라 뭔가 좀 다른 그리고 크게 주목받지 못한 군사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과연 북한에 당대회가 군사문제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번 7차 당대회가 군사정책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증에서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당대회 사업총화를 통해 지난 당대회 이후 성과는 물론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향후 당의 노선과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큰 틀에서 대내외 정세와 위협에 대한 인식이 북한의 안보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당대회가 군사정책과도 결코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6차례의 당대회를 살펴보면 대내외 정세에 대한 평가에 추가하여 군사정책과 관련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는 아마도 군사문제가 가지는 비공개적 특성도 이유일 것이다. 1946년 제1차 당대회와 1948년 제2차 당대회에서는 조선인민군이 정부수립에 앞서 당과는 별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군사기구나 군사정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안보정책은 소련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시기였다. 전후 1956년 4월에 개최된 제3차 대회에서는 소련과 함께 중국에 의존한 안보정책이 나타난 시기이다. 이때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를 국방공업과 연결시키기는 어렵고 오히려 군축과 한미 군사동맹 문제를 언급하였다.

1961년 제4차 당대회은 개정된 당규약에 조선인민군은 “조선로동당의 무장력”이라고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공업 우선정책을 재확인했을 뿐 군사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1970년 5차 당대회에서는 전인민적, 전국가적 방위체계 수립과 국방력 강화를 별도로 언급하였지만 국방공업 우선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인민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정당화하고 있다. 1980년 6차 당대회에서는 인민군대에 대한 당적지도 강화 언급 이외에 국방공업이나 군사력 건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구체적인 군사정책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7차 당대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핵과 관련된 내용을 군사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 비하여 군사정책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7차 당대회에는 다른 때와 비교해 북한 군사분야의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적지 않은 퍼즐이 숨겨져 있다. 바로 당 중심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 하에서 강도 높은 북한식 군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식 국방개혁과 문민통제

군개혁 일명 국방개혁은 군 구조와 국방운영 두 가지 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면 군 구조는 조직과 지휘체계 같이 사람과 관련된 것이고, 국방운영은 군사력 관리와 건설처럼 돈과 관련된 것이다. 이번 7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는 당과 핵이고 이 두 가지가 향하고 있는 점은 경제이다. ‘당국가로의 정상화’와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은 선군과 함께 갈 수 없는 구조이다.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통해 안보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서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기존 군 경제에 우선해온 자원의 배분을 인민경제로 재분배하고 이에 따른 군심 이반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것이 북한식 국방개혁의 핵심이다.

김일성 시기부터 김정일 시기까지 지속되어온 과도한 군사 우선주의와 군 중심의 국가운영을 김정은 시기에 들어와 하루아침에 변경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주장대로 핵무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유지해온 대규모 병력과 재래식 전력을 단숨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까지 군이 누려왔던 권한과 이익이 줄어들면서 나타날 군 내부의 불안과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난 4년간 군 주요 직위자의 잦은 교체와 계급장 조정이 군을 틀어쥐기 위한 김정은식 '군 엘리트 길들이기'이자 '선군 물빼기'라고 할 수 있다. 따르는 군인은 남기고 조금이라도 그러지 못하면 가차 없이 제거했다. 이러한 군 길들이기는 지난 4월 현철해와 김영춘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하고 리명수 총참모장을 차수로 승진시키면서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당의 군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총정치국장 자리에 군인 출신이 아닌 당관료 출신으로 자신의 복심을 가장 잘 읽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앉혔다. 처음 최룡해가 낙점되었으나 적임자가 아니라는 판단에 보다 전문성을 지닌 황병서로 교체되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우리로 말하자면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방부장관 자리에 군과 이해관계가 없는 대통령의 오른팔인 민간인을 앉힌 격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먼저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군개혁 의지와 군에 대한 당적 강화는 이번 7차 당대회 기간 중 선출된 당중앙 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도 잘 나타나 있다. 박봉주 내각총리가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선출된 반면 기존의 것은 군종·병종 사령관(윤정린 호위, 최영호 항공 및 반항공군, 김영복 특수전, 김락겸 전략군, 리용주 해군)들이 제외되었다. 현직 사령관들의 제외가 미사일 발사 실패와 같은 과오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한다면 사령관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어 군사위원회 위원에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중앙 군사위원회가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결정하고 군수공업 등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한다는 점에서 박봉주 총리의 군사위원회 진입으로 군경제에서 인민경제로 자원배분의 이동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또한 군사령관들을 당의 군사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시켜 군의 정치적 참여를 제한하여 당의 군통제를 보다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군복을 입은 군인은 전장이나 지키라는 것이다. 이 역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함이다.

선핵(先核)과 선택적 군사력 강화

▲ 7차 당대회에 참가한 군 인사들. 이번 당대회를 보면, 북한이 향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 하에서 핵억제력을 앞세운 군사력 건설 방향을 짐작케 한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이번 당대회 사업총화를 통해 ‘국방공업 강화’를 언급하면서 핵무기의 소형화·다종화와 반(反)항공 방어체계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특히 핵을 당대회 개최의 최고 성과이자 승리의 원천으로 간주하면서도 7차 당대회를 마치고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주체적 핵무장력을 보다 질량적으로 강화”하자고 거듭 강조하였다. 향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 하에서 핵억제력을 앞세운 북한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짐작케 한다.

핵능력의 질적, 양적인 면을 모두 강조하고 있어 5차 핵실험과 함께 다양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번에 보여주지 못한 핵탄두 폭발실험과 함께 무수단과 KN-8/14 그리고 SLBM 등이 포함된다. 결국 미 본토와 한반도 인근 미군주둔기지로 핵억지력의 공간적 확장에 필요한 핵전력의 다양성과 고도화를 통해 2격 능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북한은 미본토 타격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차원의 응징적 억제능력과 함께 역내 사용가능한 작전전술적 차원의 거부적 억제능력을 동시 구사하는 투트랙 핵 운용전략에 필요한 핵능력을 가질 때까지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움켜쥐고 갈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재래식 군사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핵무력을 바탕으로 하되 일부 저비용고효율의 선별된 재래식 전력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군사력 건설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특히 당대회에 별도로 언급한 반항공 전력은 북한이 가지는 공습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핵과 미사일을 보호해 2격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공방어 전력 등 일부 제한된 재래식 군사력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서 북한의 군사전략전술이 수세적 또는 방어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아직까지 북한이 군사비나 재래식 무기를 감축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설령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북한의 경제규모로 보아 기존에 국방의 몫이 경제로 이동한다고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남 군사행동의 정치수단화 심화

추가적으로 제7차 당대회를 통해 생각해 봐야할 군사문제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사업총화라는 점에서 보면 북한이 군사회담을 제안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름 필요성을 인식하고 언급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북한이 먼저 제안하기보다는 남북간 오인과 우발사태를 방지할 군사적 완충장치가 모두 제거된 현 상황의 엄중함을 우리 측에 각인시켜 오히려 우리가 한발 물러서 제안해 오기를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난 18일 북한의 임진강 황강댐 방류시 통보하지 않은 것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면 결국 지금 남북 간에는 군통신망을 포함해 통신수단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계기로 모두 끊겼진 상태이다.

정찰총국장이었던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인 김영철이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새로 신설된 정무국의 부위원장이자 통전부장인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직을 겸직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새로이 진입한 것이라고 한다면 사업총화의 남북군사회담 언급과 함께 향후 대남관계부분이 상당부분 군사문제와 연계하여 다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남정책 결정에 있어 군의 영향력이 증가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남군사행동을 통해 협상국면과 경제적인 열세를 만회하여 제한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개연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여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당대회의 길고 긴 글, 많고 많은 내용 중에 아주 작은 몇 개의 퍼즐만으로 북한의 군사를 평가하고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렇다고 북한군이 변화를 넘어 개혁이 실현가능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우리가 지금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주제 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 중국에서 오랜 기간 북한문제에 관여해온 분이 “이번 당대회를 잘 들여다보세요.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김정은 셀프대관식 정도로만 생각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돌아서는 얼굴에 비친 웃음이 왠지 한심하다는 듯한 비웃음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변화와 전략이 없어 보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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