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얘기다.

올해 1월, “한국은 ‘돈 버는 기계(money machine)’인데 우리에게 땅콩(peanuts)만큼 돈을 내고 있다”며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던 그는 4월에는 한국이나 일본이 방위비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협박하더니 5월초에는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는 극단적 주장으로 나아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했다.
“무식은 미덕이 아니다.”

주한미군 주둔으로 미국 손해? 천만에!

트럼프의 주장은 왜 무식한가?

첫째, 그의 주장은 오직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해 미국이 불필요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주권을 침해당한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정책과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미국은 패권적 방식으로 자국이 이익을 관철해왔다. 제네럴 셔먼호를 대동강에 들이민 이래 지금까지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에 개입하기도 하고 발을 빼기도 했다. 미국의 제안으로 해방과 동시에 국토가 반분된 것도, 6.25전쟁에 개입하고 주한미군을 지금까지 주둔시키는 것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를 벗어나서 주한미군을 붙박이 군대에서 전세계 신속기동군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모두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미국 군사전략의 핵심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전략을 구사하는 데서 한국과 주한미군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미국이 넘겨주기로 했던 작전통제권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핑계로 사실상 영구히 틀어쥔 것도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구축함으로써 중국을 포위.견제하려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전략을 구사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를 최단시간 내에 확보함으로써 그들의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익을 미국에게 안겨주는 일이다.

여기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4월 19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주최의 인준 청문회에서 “미군을 본토에 주둔시키는 것이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면서 트럼프가 제기한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을 일축한 사실을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매개로 2014년 한국과 70억달러(약 8조2천억원)의 미국 무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의 무기 수출 계약의 20%에 이른다. 트럼프가 말끝마다 얘기하는 한국의 대미 TV 수출액 1억9040억달러(약 2200억원)의 36배가 넘는다.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부담 당연? 한미SOFA 위반!

둘째, 그의 주장은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이 주장 역시 틀렸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는 주둔국인 한국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는’ 책임을 지고(한미SOFA 제5조2항) 파견국인 미국은 그 밖의 주한미군 유지에 관한 모든 경비를 책임진다.(한미SOFA 제5조1항)고 되어있다. 이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해 준다는 전제 아래 한미 양국이 나름대로 부담의 형평성을 꾀한 것이다.

그런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미SOFA 규정을 위반하여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의 균형을 깨는, 미국에게 특혜를 주는 불평등한 협정이다. 백보 양보하여 모법인 한미SOFA의 해당 조항을 일시 정지시키는 특별협정이라면 말 그대로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예외적이고 한시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특별’한 사유가 없고, 한국의 부담 범위(인건비→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미군기지이전비)와 액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1991년부터 매 2~5년마다 새로운 협정이 맺어지면서 26년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우리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법인 한미SOFA를 어기고 우리에게 부당한 부담을 강요하는 불법적인 협정이다.

한국이 너무 적게 부담? 한미당국 자료 의거해도 65.1% 부담!

셋째, 그의 주장은 한국이 부당하게도 너무 적은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는 위의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이) 지난해의 경우 (주한미군) 비인적 비용의 50%가량인 8억800만달러(9,158억원)를 부담한 것으로 이것은 매년 물가 상승으로 오르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의 주장을 일부 반박한 것이기는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평통사가 2013년 발굴한 미국 국방차관실의 ‘2012회계연도 예산 운영유지비 총람’을 보면, 2010년 미국 국방부가 지출한 주한미군 주둔비 총액(미군 및 군속 인건비 제외)은 7억7330만달러(8939억원)다.

한국 국방부가 집계한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직간접지원 총액은 1조6749억원(14억4489만달러, 2010년 평균환율 1156원 적용)이다. 직접지원은 방위비분담금 7904억 원, 카투사.경찰지원 114억원, 부동산 지원 54.4억원, 기지주변정비 등 기타 488.4억원 등 총 8561억 원이고, 간접지원은 토지 임대료 평가 5648억원, 카투사 지원 가치 평가 717억원, 제세 감면 1683억원, 공공요금 감면 89억원, 도로.항만.공항이용료 면제 49억원, 철도수송지원 1.9억원 등 총 8188억원이다.

한미당국의 직간접 지원비를 합하여 한국의 지원율을 계산해 보면, 14억4489만 달러(한국부담)÷22억1819만 달러(한미지출 합계)×100=65.1%다. 이는 미국이 요구해왔던 한국 지원율 50%를 훨씬 넘는다. 미국이 한국의 지원율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방위비분담금 이외의 다른 직접 또는 간접 지원을 거의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평가 누락분 합치면 78.0% 이상 부담

국방부가 집계한 직간접지원에서는 저평가되거나 빠져있는 비용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비용은 주한미군에 제공한 부동산 임대료다. 현재의 평가는 1999년부터 적용한 공시지가의 5%(전용공여지) 및 2.5%(그밖의 지역권지역, 임시지역, 공동사용, 잠정사용) 기준에 따른 것이다. 1994년 이전까지는 실거래가의 10%로 평가하다가 1994년 이후에는 공시지가의 10%로 후퇴하더니 여기서 한걸음 더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임대료 평가는 토지만이 아니라 시설을 포함한 것이고 시가의 6%정도로 계산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경우도 최소한 공시지가의 10%(전용공여지 이외 지역은 5%)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일본과의 형평성에도 근접할 것이다. 이 방식으로 토지임대료 평가를 다시 계산하면 국방부 평가액 5648억원(2010년)의 두 배인 1조1296억원이 된다.

대표적으로 누락된 부분은 미군기지이전사업 예산이다. 우리 국방부의 2010년 미군기지이전사업 예산은 6967억원이다. 이 금액은 미국은 물론 한국 국방부의 직.간접지원비 내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은 자국 부담의 ‘군사건설비’를 비인적 주둔비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기지이전비용도 우리가 부담하는 예산이 분명하고 미국도 자국 부담 부분을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이 부분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미군탄약을 저장 관리하는 비용도 빠져있다. 국방부는 한 때(1988년) 이 미군탄약의 저장관리를 위한 직간접비용을 계산한 적이 있다(톤당 268,333원). 이후 자료 미공개로 1988년 기준으로 미군탄약 17.9만을 저장하는데 드는 시설비 및 시설유지비, 토지임대료 평가를 계산하되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최소 5배로 상정하면 268,333원×17.9만톤×5=2402억원이 나온다.

이 밖에도 우리는 한미공용훈련장 관리, 미국 요구에 따른 해외파병 등에 관한 직.간접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 임대료와 누락된 미군기지이전비용, 미군탄약 저장관리비만 합쳐도 우리는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의 78.0%(3조1766억원÷4조705억원×100)를 부담한 것이다.

한국민 허리 휘게 하는 방위비분담금 가중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이행되기 시작한 1991년부터 2016년까지의 방위비분담금 합계는 무려 14조9201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7조4524억 원에서 38조7995억 원으로 5.2배 늘어난 반면, 방위비분담금은 1073억원에서 9,441억 원으로 8.8배 늘어났다. 이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서 2.4%로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이 국방비 증액을 이끈 주요 요인의 하나이며,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이 날로 확대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미군이 다수 주둔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서도 큰 비중으로 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즉, 일본은 GDP 대비 0.13%, 독일은 0.07%의 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는 데 비해 우리는 0.16%의 부담을 하고 있다.(2004년 기준)

뿐만 아니라 미국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에 관한 협정을 맺으면서 미2사단이전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해놓고도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한국에 강요하여 이 중 현금으로 지급되는 군사건설비를 미군기지이전사업에 충당하기 위해 1조원이 넘게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이 자금으로 돈놀이까지 해서 3천억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착복했다.

방위비분담금 누계 주한미군 장비가치 넘어서

한 연구자에 따르면 주한미군 장비가치는 92억 달러(10조1936억 원, 2011년 평균환율 적용)로 평가된다.(권헌철, “주한미군의 가치 추정 :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비용 추정”, 「국방연구」 제54권 제2호(2011년 8월)) 그런데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2년간의 방위비분담금 누계는 10조4184억 원에 달하여 주한미군 장비가치를 넘어선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을 한국군 전력강화에 투자했다면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것에 상응하는 장비를 우리가 모두 갖출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방위비분담금은 자주적 방위력을 갉아먹은 반면, 한국 국방의 미국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가 된 것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그 자체로 불법적인 협정이고, 우리 국민에게 부당한 부담을 가중시키며, 그 운용마저 불법적으로 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를 벗어나 신속기동군으로 전환되었다. 대북 방어 임무를 벗어난 주한미군에게 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주둔비까지 제공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 미국 전유물 아냐

이처럼 트럼프의 주장은 모든 면에서 터무니없다. 그런데 그는 이런 무식한 주장을 하면서 미군철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는 경제력 등 미국 힘의 상대적 쇠퇴로 전 세계에 걸친 패권 행사를 하기에 버거운 사정을 반영한다. 동맹국의 자원을 동원한다 해도 전 세계 패권을 행사하려면 미국의 자원도 동원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미국 중산층의 박탈감과 피로감을 트럼프가 포착하여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한편 동맹국에 방위비분담금 전액 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처럼 거칠고 극단적이지는 않을지라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동맹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은 분명하다.

사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은 한국과 협상이 틀어질 때마다 미군철수 카드를 흔들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해왔다. 미국이 미군철수 카드만 꺼내들면 한미동맹을 뒷배로 하여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친미사대주의자들은 금방이라도 북한이 쳐내려올 것처럼 사시나무 떨 듯 하면서 미국의 서슬에 납작 엎드리곤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안보는 주한미군이 있어야만 지킬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 군이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의 전력과 관련하여, 2009년 국가정보원은 “주한미군이나 전시증원병력을 빼놓고서도 한국군이 북한군보다 10% 가량 우세하다”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바 있다.(신동아 2010. 4) 한민구 국방장관은 최근 “양적으로 북한과 2배 이상 벌어졌던 재래식 전력 격차는 질적으로 우세해졌고 전면전 대응 능력을 확보했으며 특히 전차와 헬기, 전투기, 전술기 등의 전력지수는 북한을 앞질렀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16. 5. 4) 주한미군의 도움(?) 없이도 한국은 이미 대북 방어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전쟁연습이 벌어질 때마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것은 주한미군 주둔이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는 실증이다. 미국은 맞춤형 억제전략이라는 노골적인 선제공격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쟁연습과 이를 가능케 하는 F-35 등의 무기체계 도입을 이끌고 있다.

주한미군을 매개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고, 한일 군사협력을 강제하여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체제(MD)와 군사동맹을 추구함으로써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등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동북아의 신냉전을 야기함으로써 항상적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불러오고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에 중대한 장애물을 놓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해 군사주권의 핵심인 작전통제권 박탈의 치욕을 70년 넘게 당하고 있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사법주권 등 각종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각종 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친미사대주의자가 아니면 출세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이 우리 땅 곳곳을 인체에 치명적인 탄저균 실험장, 지카 바이러스 실험장으로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음이 잇따라 밝혀져 국민의 공포와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통한 주한미군 철수는 한미양국 모두에 이익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부담과 희생이 이제 일상의 생존을 위협당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고, 한미일 동맹의 첨병으로 중국 등과 맞설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미국 국민도 현재와 같은 미국의 전세계 패권 행사에 신물을 내고 있다. 한미양국에서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피로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유력한 방도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정 체결과 연동하여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관련 당사국들의 상호 안보 위협을 동시에 해소하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이루는 방안이며, 나아가 동북아 평화안보협력체와 동북아 비핵지대화의 디딤돌을 놓는 일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주권과 평화, 경제적 이익과 생존을 지킬 수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안보적 이익을 지킬 수 있고, 동북아 나라들과의 적대와 긴장을 넘어 호혜평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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