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과연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언제 진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수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5월 6일에 개최되는 노동당 제7차 대회 이전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38North)의 분석에 의하면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핵 실험 준비 징후가 보여지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5차 핵 실험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가능성이 반듯이 행동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은 잘못이다. 다시 말해, 가능성과 개연성(probability)을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다 정확한 추측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 실험이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이뤄지는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한반도 핵전쟁의 가능성은 상존해왔으나 핵전쟁 가능성을 무마시키는 또 다른 변수들로 인해  핵전쟁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5차 핵 실험은 언제?

북한은 완전한 핵 국가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의 실전배치가 가능할 때까지 핵무기 실험과 핵탄두 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무조건적으로 핵 실험을 감행 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시점에서 과연 북한이  어떤 조건하에서 핵 실험을 실시할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북한의 과거 패턴행위를 살펴보면 북한이 제안한 조건이 충족 되지 않을 때 핵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핵 실험 준비의 징후가 보인다고 해서 핵 실험을 할 개연성이 높다고 점치는 것은 다소 무리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7차 당 대회를 전후해서 5차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과연 북한이 명분도 없는 핵 실험을 감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는 힘들다. 5차 핵 실험 시기와 관련하여 필자는 북한이 핵 실험 감행 이전에 새로운 대미 평화협정을 먼저 제안할 것으로 보이며 만약 이 제안이 거절될 경우 핵 실험에 대한 명분을 제공하여 그 개연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 국내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에 의한 분석으로 뒷받침될 수 있다. 우선 북한 국내적 차원에서 바라보았을 때 7차 당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핵 실험에 의한 불필요한 불안 요소를 감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당 대회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성공적인 핵 실험을 과시하려는 의도 역시 부분적으로 가능하겠으나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본다면  5차 핵 실험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평양 책략가들이 국제적 차원에서 7차 당 대회 이전에 핵 실험은 “자멸” 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엔결의 2270호가 북한 경제를 치명적으로 강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5차 핵 실험이 몰고 올 수 있는 중국, 미국, 한국, 일본에 의한 추가 대북제재와 원유 수출 차단 등의 후폭풍을 과연 평양 책략가들이 명분 없이 감당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물론 이러한 예측이 다양한 변수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으나 평양책략가들이 그들 기준에서의 합리적 정책결정 과정을 걸쳐 최종 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핵 실험 중단 방안은 없나?

그러면 북한의 핵 실험을 중단시키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일까?  최근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4월 21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 고위급회의’에서 연설을 검토해보면 북한 핵 실험 중단은 머나 먼 길처럼 보인다. 그는 북한이 유엔결의 2270호 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한반도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한미 핵전쟁 연습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도 해 보고, 국제법에 의한 노력도 해 봤지만 모두 수포가 됐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뿐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그의 연설은 미국의 대북 적대적 관계 청산, 즉 북한이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피포위강박증을 심화시키는 압박정책이 아니라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리 외무상이 <AP통신>와의 인터뷰(4.23)에서 북한이 작년부터 제의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핵 실험 중단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번에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위태롭다. 북한은 4월 23일 오후 동해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즉각적으로 유엔 안보리는 언론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5개 대북 결의안을 위반한 SLBM 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북한에게 추가 도발을 삼가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다. 향후 북한이 한미 당국과의 아무런 대화가 없다면 피포위강박증에 의해 북한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고 핵 무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 실험과 탄도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며 가까운 장래에 한미 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5차 핵 실험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연설과 AP 인터뷰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중대한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북한의 핵 실험과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하여 딜(Deal)을 하겠다는 언급에서‘ 핵 실험-한미 연합훈련’ 병행협상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며, 둘째로, 조선(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핵 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연계하여 논의할 수 있음을 암시하였고, 셋째로, 36년 만에 개최되는 5월 6일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대미 평화공세와 관련하여 새로운 평화와 통일 제안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6년 전 1980년 10월 10일 제6차 노동당 대회 때 김일성 주석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안한 것처럼 제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새로운 평화와 통일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므로 5차 핵 실험은 향후 한미 당국의 태도에 따라 7차 당 대회 이후로 연기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북한이 종래 입장만 고집하고 이에 한미 정부 역시 똑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북한은 핵 무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한미 당국은 대북 강경책 강화로 대응한다면 지금까지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새 전략 짜야

북한이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되길 원한다면 “군사적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향후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이 길이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 학사, 미국 클라크 대학교 석사,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통일연구원 원장 역임.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Taylor & Francis Group, forthcoming, 2016);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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