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이 지난 3월 12일 발행한 첫 우표 발행 70돌 기념우표. [자료사진-통일뉴스]

1946년 3월 12일 북한은 첫 우표를 발행했다. 도안은 '무궁화'와 '삼선암'. 같은해 8월 해방 1돌을 맞아 김일성 주석이 우표에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김 주석의 초상 뒤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위에 무궁화가 새겨있다. 

올해는 북한이 우표를 발행지 70년이 되는 해다. 우표는 편지 우편물을 보낼 때 요금 증지의 기능이 기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능 외에도 우표는 국가 기념일 혹은 특정일이나 캠페인 등을 위해 발행되기도 한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우표는 선전선동의 또다른 매체로 활용된다.

2002년까지 집계된 남북한 발행우표 수량은 북한이 4천564 종으로 남한 2천304 종에 비해 2배가 많다. 그리고 우표 발행 70년 동안 북한은 6천여 종을 발행했다. 70년 역사를 지닌 북한의 우표로 사회를 엿본다.

첫 우표 '무궁화' 그리고 태극기 앞 김일성

북한의 우표는 1946년 3월 12일 처음 발행됐다. "우표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인민의 생활감정에 맞게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첫 우표로 무궁화와 삼선암이 그려진 우표가 발행됐다. 그리고 같은해 8월 김일성 주석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우표에 처음 등장했다.

북한의 국화는 목란, 국기는 남홍색공화국기라는 점에서 새삼스럽지만, 1948년 7월 인민회의 5차회의에서 태극기를 폐지하기 전이라는 당시 상황이 반영된 우표인 것이다. 그래서 이후에는 태극기나 무궁화가 그려진 우표는 발행되지 않았다.

▲ 1946년 3월 12일에 발행된 '무궁화', '삼선암' 우표(왼쪽)와 같은해 8월 발행된 해방 1돌 기념 우표. 김일성 주석 초상 배경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게 특징이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 조선대백과사전에서는 우표를 "우편요금을 대신해 지불하는 것으로 우편물에 붙이는 종이증서"라고 정의하지만, 정치적 목적과 사상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표가 종이증서라는 1차적 기능 외 정치, 사회 선전선동 매체로 상징적인 효과를 지니게 된 것은 독일 나치스에 의해서이다. 당시 독일은 자신들의 정책과 사상 및 문화를 다른 나라에 알리기 위해 기존 인물초상, 국가문장, 숫자중심 우표문양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와 표현기법의 우표를 발행했다.

이를 계기로 각국은 만국우편연합(UPU) 협약으로 우표에 인물, 자연, 동식물, 문화유적, 산업, 관광 등을 소재로 한 우표와 자국의 주요 행사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했고, 북한도 이에 맞는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발행하는 우표는 자신들의 인물, 역사, 산업, 문화 등을 소재로 한 우표를 발행하며, 이는 전국으로 확산이 가능한 주요 선전선동 매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는 우편산업이 "편지와 소포, 신문과 잡지 같은 우편물을 나르는 단순한 전달사업이 아니라 자국민들의 사상정신 수양과 경제생활에 이바지하는 봉사사업"이라는 정의도 한몫 한다.

실제 북한은 1946년 상업망을 통한 신문 자유판매제도를 철폐하고 우편망을 통한 신문배포체계를 수립했다. 이는 정권수립 이후 조기에 우편제도가 정비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표도 그에 맞게 선전선동의 의미로 발전한 셈이다.

▲ 지난 2012년에 문을 연 조선우표박물관. 북한 우표 7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에서 우편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은 체신성으로 우편 및 출판물국이 업무를 담당하며, 일선 체신업무는 지역체신소에서 맡고 평양-남포시와 9개도에 각각 체신관리국을 두고 있다. 우표를 발행하는 기관은 국가우표발행국이다.

북한의 우표도 외화벌이에 일조하는데, 우편기능을 거치지 않고 우정당국에 의해 소인하는 주문소인(CTO, Canceled to order)으로 해외에 수출해 연간 1백만 달러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우표는 보통 10전, 5원, 10원 이상 등이 있으며, 우표수집가를 위한 세트형도 발행되고 있다. 기념우표의 경우 별도 번호를 부여한 증서를 첨부하기도 한다. 1977년부터는 매해 새해를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마다 달라진 북한의 우표들

북한의 우표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발행됐다.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 김정은 시대의 우표가 각각 다르다는 의미다.

김일성 시대의 우표 중 국가수립 초기에는 인민민주주의 사회체제 확립 보장을 의미를 담은 우표가 다수 발행됐다. 여기에는 김일성 주석을 지도자, 통치권자로 부각시키기 위해 빨치산, 애국자의 이미지를 담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국가수립, 군대창설 등 국가가 형성되면서 김일성 집권체계 강화를 위한 민주개혁을 독려하는 내용의 우표가 주를 이뤘다. '밭갈이노래', '여성의 노래', '조선청년행진곡', '복구건설의 노래'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서울해방기념', '최후의 승리를 위하여', '5.1절', '제4차 세계청년학생축전' 등의 수십 종의 우표가 발행됐다.

그러다 1960년대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면서 우표의 주요 주제도 변화했다. 김일성 주석의 일대기를 담은 우표, 주체사상을 설파하기 위한 김일성 중심 우표 등이 주로 발행됐다. 김일성 주석을 향한 충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표가 활용대상이 된 것이다.

수치로 본다면 1973년까지 김일성 주석을 다룬 우표는 전체 10%를 차지했고, 북.소 친선 7%, 북.중 친선 6%, 반미 5%, 전후복구 9%, 기타 63%이다.

▲ 1987년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등장한 우표(왼쪽)와 1998년에 발행된 광명성 1호 발사 기념우표.[자료사진-통일뉴스]

1973년 당 조직 및 선전선동담당 부장, 1974년 당 정치위원회 위원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등장해 후계구도가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우표에도 변화가 왔다. '주체의 횃불', '사회주의공업국가', '3대혁명의 기치', '주체의 조국' 등 유일지도체계 확립을 담은 우표와 함께, 1987년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표에 등장했다.

1974년에서 1994년까지 우표 등장 비율을 보면 김일성 주석은 전체 우표의 77%,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3%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1980년대부터 우표를 경제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CTO 우표가 발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1981년 '왕자결혼식'이라는 주제로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아나 비의 결혼식 기념우표가 있다.

김정일 시대에 들어 북한의 우표는 대내 선전선동을 목표로 한 우표가 주를 이뤘다. 이는 당시 고난의행군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1999년까지 발행된 우표 중 주민단결용 15%, 정치용 22%, 기타 16%인데 비해 해외판매용, 즉 CTO우표가 47%를 차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 호평받는 우표는 '광명성 1호' 발사 기념우표다.

김정은 시대의 우표는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과 문명국 건설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의 우표는 과거와 달리 사진을 중심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김일성 시대 표현방식이 단조롭고 붉은 색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던 데서 김정일 시대 주체문예이론에 입각한 리얼리즘 기법을 담던 우표와 사뭇 다른 형식이라는 평가이다.

▲ 지난 1월 발행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신년사 반영 우표. [자료사진-통일뉴스]

하지만 북한에서는 우표가 우편발송의 기능을 넘어 선전선동에 더 큰 역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종이보석', '나라의 명함장'이라는 의미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초기 종이가 얇고 색 선명도가 떨어졌던 데 비해 최근에는 인쇄기술의 발달로 종이의 질감과 인쇄상태가 세계 다른 나라 우표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 2015년 발행된 6.15선언 기념우표.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의 우표 중 이탈리아 리치오네90국제우표시장에서 '금강산의 집선봉', 리치오네91 국제우표시장에서 '등꽃과 강아지' 등이 특별권위상을, '남극탐험우표'와 '신의주-류초도사이 다리우표'는 프랑스 92우표세계컵쟁탈경기 아시아선수권을 쟁취했으며, 1985년 8월에 발행된 '핼리혜성' 우표는 일본에서 진행된 월간 세계인기우표추첨경기에서 1등을 차지했다.

북한의 우표는 평양 고려호텔 옆에 있는 '조선우표박물관'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2012년 4월 9일에 개관한 조선우표박물관에는 1884년 11월 처음 발행된 '문위우표', 1900년 1월~1901년 5월 화가 지창한이 도안한 '리화보통우표', 고종황제즉위 40년 기념우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정성스레 연필로 눌러쓴 편지를 봉투에 담아 침 발라 우표를 붙이던 시절은 아니다. 이메일, 문자,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는 편리한 시기이지만, 남북이 언젠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봉투 위에는 '통일'이라는 우표가 붙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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