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인양하자’는 결의로 함께한 LA 세월호 추모제

올해 세월호 2주기를 맞이해서 해외한인들은 대단한 결집력을 보였다. 4월 16일을 전후해 지구촌 33개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LA 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세사모, 대표 남관우)이 주말인 16일 저녁 LA총영사관 앞에서 주최한 추모제에 100명이 훌쩍 넘는 동포들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두 해가 지나도록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책임있는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분노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4.16연대에서 제공한 ‘존엄과 인권에 관한 4.16 인권선언’ 13개 항목을 참석자들은 조목조목 함께 낭독했고 여러 사람들의 자유 발언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진실을 인양하자!!”고 주먹을 불끈 쥐고 모두 목소리 높여 외치며 진실이 규명되는 날까지, 끝까지 함께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 16일 LA 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제에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였다. [사진제공 - 이철호]
 
▲ LA 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제에서 제사장 앞에 절하고 있는 미주한인. [사진제공 - 이철호]
 

왜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원인이 너무 깊숙한 곳에 있는 까닭 아닐까. 세월호 참사는 그동안 공동체의 정의를 무시하고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채 오로지 ‘성공’을 향해 ‘빨리 빨리’ 달려온 한국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다.

국가 행정력의 부재, 무너진 국가공동체, 탐욕으로 얼룩진 엄청난 비리의 사슬. 성장 지상주의 하에 무력화되는 인간존중의 가치... 등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산업화를 겪으며 걸어온 길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남을 내딛고 올라서는 맹목적 경쟁, 끼리끼리 눈감아주는 야합과 썩을 대로 썩은 정경유착... 한국 사회의 병폐인 온갖 증상들이 점점 확대되고 곪아온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온갖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해버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근본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를 줄곧 캐 나가다 보면, 결국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현실에 봉착한다.

하나의 나라가 두 개로 쪼개진 것부터가 비정상이었는데,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남, 북은 과도한 체제 경쟁에 몰입해왔다. 무엇이 사회의 진정한 가치인지, 어떠한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인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빨리 빨리’ 달려오기만 한 것이다.

▲ LA 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제에는 가족과 참석한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수구세력의 일부 소동이 있었지만, 행사는 무사히 진중하게 진행되었다. [사진제공 - Joshua Cho]
 

그러나 우리는 집요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였나. 어떠한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였나. 사람이 사람답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가. 안타깝게도 세월호 문제의 진상이 온전하게 밝혀지는 날이 쉽게 올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국내보다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 있는 해외한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가주에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주 목요일 LA총영사관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는 LA세사모를 비롯하여, 세월호 문제에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기꺼이 함께 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번 2주기 행사도 여러 단체와 교회가 연대하여 미술전시회, 추모음악회, 추모제, 좌담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었고 큰 호응을 받았다.

▲ 4월 15일 세월호 2주기 추모 음악회에서 LA 세사모(세월호를잊지않는사람들의모임) 남관우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정연진]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결합이 필요하다

추모제 직후 좌담회가 같은 날 저녁 7시 LA 평화의 교회에서 열렸다.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 목사와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씨가 토크 콘서트의 주인공이다. LA향린교회, 평화의교회, 레콘실리아시안(ReconciliAsian), LA세사모(세월호를 잊지않는 사람들의 모임) 주최로 열린 좌담회는 발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루었다.

좌담의 내용은 20대 총선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번 총선결과를 장호준 목사는 ‘세월호 민심이 반영된 선거혁명’으로, 문성근 시민의날개 대표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는 기적’이라고 평했다.

▲ 로스앤젤레스 평화의교회에서 열린 세월호2주기 장호준-문성근 토크 콘서트. 좌담 사회자는 향린교회 곽건용목사. [사진제공 - 박찬민]
 

문성근 대표는 ‘온라인-오프라인을 동시 활용한 네트워크’를 통해 시민참여형 민주주의를 당내에서 실현했어야 했는데 (새정치연합 지도부에 이 제안을 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더민주 당내에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호남이 더민주에 등을 돌린 이유라고 해석하면서 ‘호남의 선택은 건강했다’고 진솔하게 자평했다.

시민의 날개가 미국의 온라인시민운동 MoveOn.org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문 대표는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결합을 강조하고 미주동포들도 여기 적극 참여해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자고 호소했다.

“한국엔 시민운동은 활발하지만 시민운동은 정치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여기는데 이 틀을 깨고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을 효율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문 대표의 말에 나는 잠시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제1야당에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네트워크 정치가 아직도 실현되고 있지 않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소셜미디어가 선거에서 어떠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일찌감치 2011년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 그리고 2012 대선에서 입증된 것이 아니었던가.

한편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을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통일운동의 현 상황을 짚어보게 한다. 통일운동 또한 민간 차원에서 아무리 사력을 다해 뛰어보아도, 정치권에서 해결해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오히려 이명박 정권에서 보다도 날로날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 하에서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의 변화와 결단만을 목빠지게 기다려야한단 말인가. 남북관계가 7.4공동성명 이전으로 퇴보하고만 현 상황이 기가 막힐 뿐이다.

결국 해법은 정치력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이번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는 대단한 잠재성을 보였다. 지역구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재외국민 선거를 싹쓸이 했고, 정당투표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을 10% 넘는 차이로 따돌렸다. 이만하면 재외투표가 앞으로 정권교체의 향방을 가르는데 변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 71년, 희망이 비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통일’ 이슈는 언제부터인가 선거에서 인기 없는 화두가 되었다. 유권자들은 먹고 사는데 신경쓰느라 통일 문제는 나몰라라하고, 정치인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인기 없는 통일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악순환이 계속되어야 하나.

분단의 질곡 하에서는 우리사회 모순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이라는 분단논리에 갇혀, 반목과 대립, 갈등과 분열이 악순환되는 수렁으로 온 사회가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4.13 총선결과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엄청난 복원력을 보여주었고, 적어도 우리들의 희망은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크게 유행하는 ‘갑질’이라는 용어를 생각해본다. 이는 아직도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피착취의 구조 속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우리 안에 수많은 식민지가 존재한다.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리고, 공공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한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이며 그러한 노력이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야한다.

분단 71년, 이제는 정말이지 반공이 국시가 아니라, 통일이 국시인 정부가 나와야한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를 만드는 것 또한 시민사회의 역량이다. 앞으로 시민사회의 역량과 에너지를 키우는데 국내외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될 것이다.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효과적인 결합에 의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성장시키고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가치지향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때, 희망은 비로소 통일을 위한 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분단시대를 끝내겠다는 의지와 목소리가 한국사회 곳곳에 결집되기 위해, 부르짖는 통일이 아닌, 면밀히 연구하고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통일운동이 되어야겠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풀뿌리운동만이 새로운 시대, 통일시대로 가는 길목을 닦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 통일의 여명은 언제 올 수 있을까, 분단 71년, 국내외 시민들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산에서. [사진 - 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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