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자 일본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왼쪽)와 오카모토 유카 문화기확자가 최근 한국을 방문,책『Q&A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지배 책임』의 한국어판 출판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우리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서 싸워왔다. 그런데 박유하 교수의 책『제국의 위안부』가 나오자 '위안부'에 대한 새로운 역사수정주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12.28합의)를 두고 한국과 달리 일본 사회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전쟁범죄의 피해자 중심 해결 원칙이 빠져있지만 일본 사회는 20여 년간 자신들을 괴롭혔다고 생각하는 돌덩이가 치워졌다는 만족감에 미소를 짓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의 '리버럴(자유주의적 개혁세력, 일본에서는 진보세력으로 통칭된다)'의 인식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끊임없이 사과를 표했는데도 한국사회가 자꾸 문제를 거론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던 차에 '12.28합의'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일본 보수세력과 동일한 태도이다.
 
이들을 향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책이 최근 한국에 출판됐다. 책『Q&A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지배 책임』에 참여한 재일동포 2세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와 오카모토 유카 문화기획자를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주택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
 
이들이 책을 낸 이유는 단 하나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사회, 특히 '리버럴'의 의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또한, 박유하 교수의 책『제국의 위안부』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퍼지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수정주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김부자 교수는 "1990년 후반부터 일본사회는 역사수정주의에 싸워왔다.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이나 언론 등은 역사수정주의에 비판적인데 박유하 교수의 책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줬다"며 "기본적인 사실오인, 인용이라든지 잘못이 많고 내용적으로 역사수정주의와 마찬가지인데, 왜 그렇게 높이 평가받는지 의심스럽다는데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즉,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거물인 하타 이쿠히코의 주장에 리버럴 사회가 반론을 제기해왔지만, 유독 '위안부' 문제에서 만큼은 태도를 달리한다는 것. 여기에는 한국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인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와다 교수는 박유하 씨의 논쟁적인 책 『화해를 위해서: 교과서, 위안부, 야스쿠니, 독도』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제국의 위안부』에는 입장을 내지않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는 민족, 여성 등 얽힌고리가 많음에도 일본 리버럴은 '위안부' 문제를 단순화시키려 한다는 인식이다. 그렇기에 책『제국의 위안부』에서 박유하 교수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지적 관계'로 주장한 데 대해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언제까지 일본정부가 사죄해야 하느냐는 태도도 중첩되어 있다.
 

▲ 김부자 일본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김 교수는 "일본사람들은 가해자 입장이라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든지 말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있다"며 "그런데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한국인 여성학자가 대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 문제이고 젠더문제에서도 병사와 ‘위안부’가 대등한 관계가 아닌데도 일본 병사도 피해자라고 보고 싶은 욕망이 일본사회에 있다"며 "식민지 지배에 관한 역사 인식문제가 보수와 리버럴 상관없이 일본사회에 있다"고 진단했다.
 
오카모토 유카 씨도 "전쟁 이후 일본이 열심히 (사죄)해왔다고 생각하고 싶은 지식인, 언론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리버럴을 중심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수정주의 시도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여기에는 여전히 책『제국의 위안부』가 한 몫하고 있다.
 
박 교수는 책에서 '위안부'는 소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버마 미치나에서 미국 전쟁정보국의 심문을 받은 피해자들의 평균연령이 25세였다고 근거를 제시하며 "한국의 피해의식을 키우고 유지시키기가 효과적이었기에 나타난 무의식의 산물"이라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는 심문당시 피해자들의 연령만 따진 것으로 실제 이들 중 과반수가 강제연행됐을 때 10대였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증거조차 다시 만들어버린 학술적으로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버럴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믿을 수 없는 상태이다. 이는 새롭게 나타난 역사수정주의이다. 일본 보수 남성들이 역사수정주의를 말한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재일동포인 정영환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준교수는 책『Q&A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지배 책임』에서 "일본의 논단이 '제국의 위안부'를 예찬하는 현상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지적 퇴락'의 종착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렇기에 독일 나치의 아우슈비츠를 부정하듯이 '위안부'문제에 대한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리버럴들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책은 『제국의 위안부』 비판에 초점을 두기보다 '위안부'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알려 리버럴의 '위안부' 역사수정주의를 차단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 오카모토 유카 문화기획자.[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오카모토 씨는 "문제의 핵심은 『제국의 위안부』라기보다 일본 언론과 지식인들이고 일본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위안부'문제도 해결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위안부'문제를 배우지 못한 리버럴을 재교육시키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책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리버럴의 관점을 전쟁범죄에서 식민지범죄로 확장시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 등 일본 정치권이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앞선 대전'으로 전쟁범죄와 분리하는데 리버럴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카모토 씨는 "일본에서는 전쟁책임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식민지 지배책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 개념을 일본사회에 처음으로 제기한 분은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同志社)대 교수이고 이 책의 기둥이 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 리버럴 사회가 '12.28합의'에서 일본 정부의 10억엔 기금출연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한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반대했던 1995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에 와다 하루키 등이 동참한 바 있다.

'12.28합의' 발표 이후 와다 하루키 교수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신념을 부분적으로 억제하고 새로운 사죄를 표명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낸 반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천착해 온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 교수는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 이들은 책을 편 이유가 박유하 교수의책『제국의 위안부』비판에 초점을 두기보다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리버럴사회의 역사수정주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김부자 교수는 "10억엔 재단은 일본 정부가 돈을 주고 한국정부가 만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르지만 오히려 국민기금보다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문제 자체를 한국정부에 떠넘기고 일본정부가 성노예가 아니라고 해도 한국은 말할 수 없게 된 입막음용"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책『Q&A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지배 책임』이 '위안부'문제에 대한 역사수정주의를 학술적으로 알기 쉽게 비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의 영향을 받는 한국사회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이타가키 류타(板垣竜太)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교수,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교수, 정영환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준교수 등 학자와 양징자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 전국행동 공동대표 등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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