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 5일을 앞둔 지난 4월 8일 통일부 대변인이 북한의 해외식당에 파견되어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집단 귀순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근로자들이 입국한 지 하루 만에 집단 탈출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직접 브리핑한 것이다.

통상 탈북자들은 입국과 동시에 국가정보원, 정보사령부 등의 합동신문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으로 보호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런 관례를 깨트리고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공개적인 브리핑을 꺼려한 통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직접 지시하여 언론에 집단 탈북사실을 공개한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북풍’을 통해 정부·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전형적인 ‘정치공작’ 형태를 보였다. 총선 종반전을 맞아 보수층 결집을 위해 전형적인 북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북한이 불안하기에 보수층이 똘똘 뭉쳐 정부와 여당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전형적인 ‘북풍’ 공작인 것이다. ‘북풍’이라는 분단이 낳은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역설이 선거라는 중요한 시점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집단 탈북사건 발표 정확히 1달 전인 지난 3월 8일 우리정부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하였다. 정부는 발표문에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제재의 충실한 이행과 함께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독자제재 및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상호 연계하여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적인 대북 제재 주요 내용으로는 △북한과 관련한 금융제재 대상을 대폭 확대, △북한과 관련한 해운 통제를 대폭 강화, △북한과 관련한 수출입 통제를 보다 강화, △우리국민과 재외동포의 해외 북한식당 등 북한 관련 영리시설의 이용 자제 계도를 제시하였다.

우리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발표 당시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것인지 의문이 있었다. 우리 국민들 중에서 북한의 개인과 단체들이 사실 우리와 금융거래를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이 없어 실제 동결한 것은 없다. 북한산 제품의 제3국을 통한 우회 반입 금지 또한 이미 ‘5·24조치’를 통해 이미 시행하고 있다. 5·24조치에서는 남북 교역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우리정부가 중국에 나가서 북한산 수산물 등이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북한산이 아닌 제3국산 석탄의 북한 나진항을 통한 수출을 예외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우리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로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후 180일 이내 국내에 입항을 전면 불허하고 제3국 선박의 남북 항로 운항 금지”시켜 라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를 전면 백지화시킨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리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우리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북한식당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지배인·종업원 13명이 오랜 시간 치밀하게 계획하기보다 어떤 이유에선가 급박하게 탈출이 이뤄진 정황이 나오면서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기획탈북’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증거로 탈북을 주도한 지배인에게 금전 문제가 있었고, 그 부인이 중국 현지에 남아 있는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각 식당 마다 파견되어 있는 보위부원을 따돌리고 집단 탈출을 감행했다는 것도 정황상 이해할 수 없다. 즉 우리 정보기관이 집단 탈북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지 않았나하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이번 북한 식당 종업원에 대한 집단 기획탈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내년 말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정보원의 ‘댓글’을 통한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잘 알고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북풍’ 조작 사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 공명한 선거를 위해 이번‘북풍 정치공작’음모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관계 기관의 정치 개입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YC(한국청년연합회) 평화통일센터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 분과위원회 전문위원, 인제대학교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글로는 “대학통일교육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2015), “독일 ‘통일정책’의 한국적용 방안과 의미”(2015), “북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출범과 남북 국회회담 전망”(2014), “강원도 도지사 후보자 남북관계 공약 비교와 당선자 공약이행 전략연구”(2014), “북한 김정은시대 청년동맹 연구”(2013), 『북한 청년동맹 연구』(한울,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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