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의석 확보 실패는 물론 제1당의 지위마저 박탈당했다. 엄중한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민심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무능과 불통, 여론조작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의 유행을 가져왔고,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자폐적인 대북 압살정책에 더해 선거 막판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입국 발표라는 ‘신 북풍몰이’까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민심의 심판은 냉혹했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지역 일부까지 집권여당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통일부를 앞세운 청와대의 시대착오적인 신 북풍몰이가 집권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과 역풍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정부는 ‘북한의 1번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발표하고 대북 제재를 위한 5.24조치를 취했지만 그해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북풍 효과’는 거의 없었다.

통일부는 부인했지만 ‘청와대의 발표 지시를 받고’ 총선을 코앞에 두고 무리하게 추진한 집단탈북 발표와 해묵은 북한 정찰총국 대좌 망명을 비롯한 탈북사건 확인 등 대대적 북풍몰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현 정부의 신 북풍몰이는 국민정서에 염증을 일으켰고, 집단탈북 발표는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 심판이 내려진 지금, 정부는 그간의 강경일변도의 대북 압살정책과 신 북풍몰이에 대해 자성하고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 체제를 흔들거나 교체하려는 시도들이 성공하지 못했고, 압박을 통한 정책변화를 끌어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탓도 있지만 북한이 전략무기 개발에 매달리도록 내몬 것도 미국과 한국 정부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무시’와 ‘압박’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력을 강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자기 갈길을 일관되게 걷고 있다.

5월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가 끝나면 북한은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확고한 입지를 다진 젊은 지도자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양탄일성(원자탄과 수소탄이라는 양탄과 인공위성이라는 일성의 합성어)을 손에 쥐고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확고한 입지를 갖춘 젊은 북한의 지도자를 상대로 대화와 압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이 미국과 한국 정부의 현주소다.

개성공단 폐쇄와 ‘참수작전’으로 대표되는 대북 압살정책이 효과는커녕 역풍만 맞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6.15남측위원회가 실시한 총선 후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제는 다수당이 된 야당 후보들은 대북정책 전환과 개성공단 재가동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대외적 환경 역시 대북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형식적으로나마 대화에 한발을 들여놓을 것이고, 중국의 대화 중재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대회를 마친 북한도 본격적인 대외행보가 예상된다.

한마디로 상황은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필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총선 민심을 명분삼아 대북 압살정책에서 대북 화해.협력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꾀할 시점인 것이다.

이산가족의 눈물,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업자들의 한숨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북 화해.협력의 길로 방향전환하는 것 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연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나 테러방지법, 추진 중인 사드 배치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산적한 문제들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간 대북 압살정책에 앞장서고 북한에 대한 흠집내기식 첩보 유통이나 치졸한 신 북풍몰이에 골몰해온 통일.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첫 번째 교체대상이 돼야 하고, 그들의 수족과 입노릇을 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장관들도 전면 물갈이해야 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새 인물들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고 통일.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쇄신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며,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수정,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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