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성주 (KAL858기 사건 연구자)

 

KAL858기 사건 연구자인 박강성주 박사가 2010년 호주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최근 호주 외무부로부터 2차로 추가 비밀문서를 제공받았다. 2011년 공개된 1차 입수자료에 이어 2차 입수자료를 분석한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1차 입수자료 관련 기사 보기 ]
KAL858, 삶의 무게와 비밀문서의 무게
KAL858, 친필지령 증거가 있는가
KAL858, 호주에 실망한 한국?
KAL858, 모두에게 이득이 별로 없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 가운데 군사정전위원회 부분도 주목된다. 해당 내용은 2011년 일부 공개되었는데 이번에 문서 전체를 얻을 수 있었다.

1988년 2월 25일, 북쪽의 요청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가 소집되었다. 여기에서 북의 리태호 대표와 유엔(미국)의 윌리엄 펜들리 대표는 서로 날카로운 말들을 주고받는다.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한항공기 사건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유엔 쪽은 이 사건은 과거 행위들과 마찬가지로 북이 테러리스트 국가(TERRORIST STATE)라고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공식적인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다(425쪽). 이에 대해 북쪽은 이 사건은 남쪽 정부와 미국의 조작이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펜들리 대표는 김현희의 자백이 녹화된 영상을 보여준다. 이에 리 대표는 37분에 걸쳐 사건에 관련이 없다며 이 사건은 조작임을 분명히 한다.

문제의 ‘친필지령’

▲  KAL858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박사가 2010년 호주 정부를 상대로 시작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 최근 호주 외교부로부터 추가 비밀문서를 확보했다. [자료제공 - 박강성주]

1988년 1월 19일자 문서 역시 일부 삭제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공개되었다. 더글라스 팔 당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국장에 따르면, 미국은 김현희의 자백 내용 가운데 김정일 ‘친필지령’ 부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과연 이 작전은 친필로 직접 지시된 것이었는가?

안기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였지만, 팔 국장은 지령 관련 부분이 미심쩍다며(QUESTIONABLE)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193쪽). 참고로, 호주 역시 지령 부분에 대해 “핵심사항이지만, 증거가 있는가?”라며 조심스러움을 표현했다(2011년 공개 문서, 166쪽).

1988년 2월 4일자 문서는 1월 29일에 있었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외신 기자회견을 다루고 있다. 이 회견에서 남북-북남 대화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는데, 이는 다소 놀라운(SUPRISINGLY) 반응을 끌어낸다(335쪽). 왜냐하면 대한항공기 사건에 북쪽이 연관되었다는 것이 남쪽의 공식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5월 26일자 문서는 캐나다 언론에 보도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5월 24일자 <캔버라 타임스>(호주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신문 <토론토 선>(TORONTO SUN)이 미국 정보통을 인용해 서울올림픽을 겨냥한 북쪽의 구체적인 테러 계획이 적발되었다고 보도했다(508쪽).

테러의 표적이 된 항공사들은 캐나다항공, 영국항공, 프랑스항공, 그리고 미국의 트랜스월드항공 등이었다. 아울러 뉴욕공항, 토론토공항, 런던공항, 도쿄공항 등도 공격 대상이었다.

개인적으로 (토론토 현지에서 생산된) <국제합동통신>(UPI) 기사를 확인한 결과, 1988년 5월 22일자 토론토 선은 익명의 미국 중앙정보국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기사를 낸 듯하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적군파 간부 출신으로 중앙정보국에 협조하고 있던 이가 보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올림픽을 겨냥한 또 다른 계획들?

호주는 이 정보와 기사가 믿을 만한지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일단 호주쪽 정보에 따르면, 북쪽의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NOT AWARE OF ANY SPECIFIC PLOT HAVING BEEN UNCOVERED). 그래서 이 기사가 정말 맞는 것인지 미국 국무부에 확인해봐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나름대로 검색을 해본 결과, 남쪽에서는 당시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이 1988년 5월 23일자 신문 1면에서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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