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의 지난해 12월 일본군'위안부' 문제 타결(12.28합의) 후속조치로 일본 정부의 10억 엔(약 97억 원) 출연금으로 설립될 재단이 이르면 5월 발족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이라는 정부의 기존 설명과 달리, 10억 엔을 배상금으로 간주하고 추모시설 설치로 마무리짓는 모양새다. 나아가 이를 통해 한.일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세종연구소 프레스 포럼에서 '12.28합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오는 4.13총선 이후 재단설립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이르면 5~6월 중 재단을 발족할 예정이라고 정부 내 움직임을 밝혔다.

'10억 엔 재단' 설립 시점이 이르면 5월로 잡힌 점은 '위안부'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해 4월 총선을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단의 성격이 정부가 설명한 피해자 지원사업이 아니라 '10억 엔'을 배상금으로 간주하고, 해당 기금으로 추모시설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 합의 관련 Q&A'에서 '10억 엔 재단'은 순수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회복 및 마음의 상처치유를 위한 사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요양.간병 지원 등 생존자복지사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진 소장의 발언처럼, '10억 엔'으로 추모시설을 조성한다는 구상은 외교부의 기존 설명과 다른 문제이다. 국가 범죄의 해결원칙 중 핵심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공식사죄, 법적배상 등이 빠진 채, 추모시설 설치로 '위안부' 문제를 무마하려는 시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10억 엔'을 배상금으로 간주한다면, 이는 피해자들에게 전액 지급되어야 함에도 이를 정부가 임의전용하는 셈이 된다. 

김창록 경북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 정부가 10억 엔의 성격을 두고 배상금이다 아니다 규정도 하지 않았다"며 "만약 배상금이라고 하면 피해자에게 지급해야지 추모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은 피해자들이나 관련 단체들도 요구하지 않은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0억 엔이 일본 정부의 순수 예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사실상 배상금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시다 외무상이 밝혔 듯 일본 정부는 이를 법적 배상금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10억 엔 재단'을 완강히 거부하고, 이에 맞서 '일본군'위안부' 정의와 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또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기구도 '12.28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0억 엔 재단'을 통한 추모시설 설치로 재단의 활동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일간 안보.경제협력 및 시민교류 등 포괄적 교류협력을 확대할 구상이다.

1965년 한.일 협정에서 보듯 "현재 바라보면 불완전하고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것이 가지고 온 여러가지 파장과 영향력을 결과적으로 한국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진 소장의 발언은 10억 엔 짜리 추모시설로 한.일 관계 강화를 모색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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