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8.15민족통일대축전` 평양행사 참가를 위해 8.15방북단은 평양에 갔고, 그들 중 일부 인사들만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앞에서 열린 개·폐막식을 참관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기 시작한 불협화음은 방북단이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16명을 강제 연행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로 말미암은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 수구언론과 야당으로 대표되는 `냉전수구 세력`에 의해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총공세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통일부장관이 해임되고 방북단 중 통일연대 소속 7명이 구속 수감되었다.

이에 대해 방북단과 통일운동진영은 "개·폐막식 참관은 `돌출행동`이 아니라 일주일에 걸친 방북일정과 이후 남북관계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참관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수구세력들은 더 이상 냉전논리로 민족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방북인사에 대한 구속과 처벌의 중지를 요구하였다.

한 달여 지속된 일련의 과정은 통일문제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냉엄한 현실과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수구세력들은 6.15남북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냉전의식을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정부가 방북을 허가한 사람들을 공안당국으로 하여금 구속하게 하였고, 통일부장관을 해임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집요하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우리는 방북단과 통일운동진영의 통일운동적 관점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통일운동적 관점을 바로 세우는 일은 그것이 학습 이전에 자기 내부로부터의 `성찰`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서만 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혹자는 수구세력들의 총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자기 성찰의 문제는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공세가 거셀수록 통일운동세력들은 주체적 역량을 총집결시켜 민중을 대동단결로 이끌어야 한다고 할 때, 바로 그 같은 과업의 성취를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진지한 내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30일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가 주최한 평양행사 보고대회에서는 이번 8.15방북에서 각 부문별 성과들이 매우 컸음을 강조했을 뿐 자기 성찰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성찰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추진본부가 보고대회에서 "평양체류기간 동안에 발생한 사건들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모든 일들은 우리 대표단 스스로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과 같은 `사과`는 자기 성찰의 내용일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통일운동의 전반적인 내용과 방식, 그리고 실천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검토여야 한다.

이번 8.15방북단 사태와 관련하여 통일운동진영이 자기 성찰해야할 구체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내부 동의나 어떤 형태의 합의도 없이 집행책임자 몇 사람이서 각서를 써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방북을 해야했나? `각서`는 곧 운동의 포기를 약속하는 행위 아닌가?

둘째, 수구세력들로부터 받는 `각서를 썼으면 행사에 참관하지 말았어야지`라는 도덕적 지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지난 해 통일운동단체 대표들이 `조선로동당 창건 55돌 경축행사` 참관을 위해 방북할 때도 `각서`를 썼던 점을 감안한다면 통일운동과정에서 이미 `잘못된 관행`으로 되어버린 이 `각서` 문제의 심각성을 언제까지 그냥 덮어둘 것인가? 어떻게 이 엄중한 문제가 아무 비판 없이 반복되고 있는가?

대체로 이런 물음들에 대한 심각하고 진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내외적으로 변화된 통일정세, 백가쟁명식 통일논의, 수구세력의 반통일적 공세가 혼재한 상황 속에서 올바른 통일투쟁의 길을 찾고 실천하는 일은 언제나 간고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운동의 진행과정에서 파생되는 오류나 문제점들을 바로잡지 않은 채 그냥 덮어두고 지나친다면 통일운동의 풍성한 성과와 온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늘 냉정한 자기 점검과 성찰을 통해 집행과정에서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힘은 물론 그릇된 관점과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는 지혜와 실천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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