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16일 <통일뉴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는 정부 지원으로 회복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지금은 절망감이 앞서네요.”

동해 나진·선봉에서 서해 신의주, 남해의 끝 제주까지 남과 북이 함께 만든 어망으로 주변 바다를 주름잡을 포부를 안고 뒤늦게 개성공단에 입성한 중소기업 사장은 남들에게 내세워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민족의 먹을거리와 평화, 통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군사분계선 철책을 넘나들 때마다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한없는 보람을 느꼈던 그가 지금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북측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맞서 남측이 즉각적인 확성기 방송 재개·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대응을 이어가는 걸 보면 공단의 정상화는 상당히 요원할 것이라는 시린 느낌이 엄습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 산둥성 칭타오, 엔타이에서 어망 생산을 해오던 중 2007년 남북공동어로사업 구상이 담긴 10.4선언에 끌려 중국 공장을 축소해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됐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임가공업인 사업의 특성도 있었지만 북측 동포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설레는 가슴으로 개성공단의 공장을 임대했다.

그런 점에서 그를 개성공단으로 이끈 건 8할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른바 10.4선언이었다.

땅을 사려고도 했지만 2010년 5.24 조치로 인해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때도 절망은 없었다. 비록 금강산관광이 중단됐고, 남북 사이의 대치가 여전한 상태에서 2013년에는 개성공단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지만 남북관계의 개선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상황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 신한물산 대표라는 직함으로는 좀처럼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다. 지난 12일 협회를 5개 분과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꾸면서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신한용 운영위원장은 “통일부 장관이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남북회담본부에서 경제부처 차관 5명이 배석한 가운데 정부성명 발표 3시간 전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서 갑작스럽게 전원 이사회 소집을 요청해 모인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그 자리가 명절 뒤 끝에 단합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만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신 운영위원장은 당시 사흘에서 최소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 있었다면 출하될 제품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대한 빨리 물자와 인력을 철수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기왕 신고된 인원과 차량을 전부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통일부는 ‘1사 1차 1인’ 원칙을 내세워 기업의 피해를 키웠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람이 가슴속에 울화가 쌓이면 말속에 화기와 함께 물기가 섞여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담담한 듯 말하지만 울컥하며 올라오는 뜨거운 것이 계속 말을 갈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고 제품도 제대로 싣고 오지 못했는데, 어쨌든 제품이나 설비 등 자산은 가져올 수 있다면 우선은 그렇게 해야겠죠.”

그는 북측이 지난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으로 개성공단 폐쇄와 군사통제구역 선포를 골자로 한 중대조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내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자산을 ‘동결’하고 그 관리를 개성시인민위원회가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 주목했다.

북측이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는 ‘몰수’가 아니라 옮기거나 쓰지 못하도록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는 ‘동결’로 표현하고 관리 업무를 개성시인민위원회에 넘긴 것은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분쟁상황에서 남측의 소유권은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치고 비상대책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는 신 운영위원장을 중소기업중앙회 로비에서 만나 최근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신 운영위원장은 담담한 듯 말했지만 인터뷰 내내 울컥하며 올라오는 뜨거운 것이 계속 말을 갈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통일뉴스 : 지난 12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발족시키면서 정부에 피해조사팀을 제안하겠다고 했었는데...

■ 신학용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 : 우리는 우리대로 진행하고 있고 정부합동대책반 산하에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기업전담지원팀에서도 입주기업들로부터 피해조사서를 받고 있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받는 것은 아니고 피해조사서 양식에 내용을 기재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124개 입주기업과 영업소까지 개성공단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업체들만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5,0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까지는 지금 할 수도 없다. 또 협력업체들은 입주기업들을 보고 관계가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소관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업협회에서는 정부에 피해지원이 아니라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원과 보상이 어떻게 나뉘어질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 비대위에서 직원들의 재취업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건 보상이 아니라 지원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 맞다. 그런데 보상은 피해조사가 완료되어야 되는 일이지 않나. 빠르면 이번 주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로 넘어간다. 일주일동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또 급한 대로 직원들에 대한 지원은 병행해서 우선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어떤 기업들은 직원들 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50%는 해외에 대체할 수 있는 공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뭐 할 일이 없지 않나. 그래서 재취업 알선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 재취업 알선이 그렇게 급한 상황인가?

■ 지난 2013년에 6개월 동안 개성공단이 일시 중단되었을 때는 재취업 알선 같은 건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때는 희망이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휴가를 보낸다거나, 20~30%씩 분할해서 지급을 하거나, 함께 있거나 했다.

□ 그러면 지난 15일 정부합동대책반에서 발표한 지원대책은 우선 수용하고 보상요구는 별도로 하겠다는 것인가?

■ 오해해서는 안되는 게 정부 지원대책은 이미 진행되던 사안이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먼저 2013년에 진행된 대출에 대해 상환기간 1년동안 갚지 못한 업체에 대해서는 1년 갱신을 해 주었고 다시 대출 연장 문제가 협의되던 중 지난해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6개월로 조정한 상황이 있다.

정부는 당시 방침 관철을 위해 기업을 옥죄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협의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불과 얼마 전에 몇 년 거치 분할납입으로 정리한 바 있다.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갚지 못하는 업체들도 있는 실정이었다. 그걸 어제 정부에서 다시 1년으로 연장하며, 이자납입도 유예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신규로 다시 대출과 상환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그 대출금에 한한 발표이다. 그거는 어쨌든 받았던 것이니까 그대로 유지해야지.

다만 신규로 대출이나 경협보험 다시 받아가라고 하는 것은 기업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까 공동행동을 위해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총회나 비대위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것도 금액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논란 중에 갚아 버린 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기 때문에 우리도 총액이 얼마나 되는 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개별 기업의 문제여서 수출입은행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 지난 12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임원들이 비상총회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부합동대책반 지원 조치, "2013년 지원대책 재탕"

정부는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정부합동대책반’ 제2차 회의를 개최, 남북경협보험 가입 기업들의 보험금 지급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등의 추가 지원조치를 확정했다.

정부대책반은 이와 함께 지난 12일 발표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금융 원금 상환유예에 이어 대출이자도 1년간 상환을 유예하고 정책 금융기관의 경우 외화 송금 수수료와 신용조사 수수료 등을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 생산대체를 위해 기반시설 지원을 요청한 업체에 대해서는 지식산업센터 등의 유휴 공장을 연결하여 대체공장으로 우선 배정하고 산업단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공동물류센터 등을 중심으로 물류 창고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체생산을 위해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 수요를 파악하여 쿼터 확대 등을 통해 적기에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의 공공부문 판로확대와 기존 거래선 유지, 납품기한 연장 등의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조달 입찰 및 우수제품 심사시에 1년동안 한시적으로 가점을 부여하고, 조달청 종합쇼핑몰 조기 등록 등 관공서 납품확대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며, 정부가 직접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 관련 사항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정부합동대책반 산하 기업전담지원팀은 지난 12~13일 사이에 개성공단 123개 입주기업을 방문하고 애로와 건의사항을 청취했으며, 15일부터 기업별 1:1지원팀이 해당 애로사항을 제기한 기업에 직접 설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신 운영위원장은 개성공단이 일시 중단됐던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의 재탕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 지난 1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총회.[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최근 비대위 분위기와 결정 사항을 소개해 달라.

■ 그저 급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거다. 어제 저간에는 대통령 연설에 대해 일부 기대가 있었는데 오늘(16일) 별 내용이 없으니까 상당히 실망해 있다.

지금은 어쨌든 비상상황이니까 총회를 열면 거의 다 온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 12일 비대위를 발족한 후 15일에 이어 17일 오전에도 전체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16일에도 비대위 회의를 잡아 놓았다.

□ 정부에서는 주말에 124개 입주기업을 1차 개별면담을 했다고 하는데...

■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기업들을 만나서 애로사항을 이야기 해 보라고 하는데, 문 닫힌 지 며칠 안 되어서 (기업인들이) 말들 잘 안한다.

□ 해외 생산기지가 있는 기업들이 아니면 당장 거래처의 요구 앞에 속수무책 아닌가.

■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협력업체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겠나. 아까도 보니까 여기저기서 ‘내 원단 어떻게 하느냐’며 연락받는 사람들 있던데.

□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상황일 텐데...정부에 가장 섭섭한 것은 뭔가?

■ 공단 전면 중단 재고가 불가피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적 말미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행되지 않았다. 그게 피해를 키운 직접적인 원인이다.

▲ 개성공단기업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비대위에서는 지금 정부합동대책반과 접촉하나

■ 합동대책반과는 거의 만나지 않는다. 거기서 명함도 주고 하긴 하는데 피해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니까. 업무 진행은 그동안 쭉 관계해 왔던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하고 하고 있다.

일단 파트너는 통일부 기획단으로 보아야지. 보상도 아니고 지원한다는 대책반하고 협의하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기획단에서는 비대위의 ‘보상’ 요청에 어떤 반응인가.

■ 기획단에서는 ‘처음부터 보상이라고 하면 걷잡을 수 없다’, ‘지원부터 해서 가다보면 보상까지 가지 않겠느냐’, ‘정부를 믿어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 생각에는 (정부에서 말하는) 종전 방식대로 목적물의 90%에 해당하고 최대 70억원으로 제한되는 경협보험이나 받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다. 그걸 받아놓고 더 달라고 하면 그건 떼쓰는 것 밖에 더 되겠나. 그러니까 이런 걸 우리가 어떻게 기술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도 관심이다. (피해조사)경위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판단해 봐야지.

□ 먼저 피해조사가 확실히 되고 거기 기초해서 기준을 세우고 할 계획이라고 보면 되겠나? 피해 영역은 어떻게 나누어서 조사를 하게 되나?

■ 경협보험으로 커버가 되는 것이 기계·설비, 건물 등이다. 아까 말한 것처럼 90%, 최대 70억원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이 있다. 이건 교역보험이라는 것으로 처리했어야 하는데, 124개 기업 중 한 곳도 가입업체가 없을 만큼 유명무실하다.

수출입은행에서는 설명회도 하고 가입권유도 했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거나 가입하지 않았다. 그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건 경협보험으로 되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 말미라도 줬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는 섭섭함이 생기는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건물, 설비는 나중에라도 혹시 기대를 가질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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