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8일부터 25일 사이에 발사하겠다며 지난 2일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통보한 발사체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이다.

북한은 한사코 인공위성 발사임을 강조하지만 미국은 사실상 대량파괴무기의 운반수단으로 사용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며 ‘제재’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북한의 로켓 개발 과정을 오래 관찰해 온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 서부지역에 다다를 수 있을 만큼의 발사거리와 지구궤도에 진입하는 정도의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위성발사체인 운반로켓을 ICBM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인 핵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 유도제어 기술 등의 수준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5일 <미국의소리>(VOA)방송은, 미국의 상업위성 사진 분석업체인 ‘올소스 애널리시스’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 분석관을 인용해 “북한이 발사를 거듭하면서 (ICBM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진전시키고 있지만 습득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횟수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북한 로켓의 크기와 그 밖의 다른 요소들을 고려할 때 이론상으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역량을 갖기 일보직전으로 볼 수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이론상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 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수십 년 전 미국과 구 소련, 중국 등이 사용하던 1세대 기술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면서도 이론상의 역량은 핵탄두를 실은 로켓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진입하면서 발생시키는 엄청난 진동과 열을 발생시키는 ICBM을 실제로 설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반면, 미국 안젤로 주립대학교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이 이미 지난 2012년 12월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알래스카, 하와이, 그리고 미국 서부 지역 일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단언했다.

벡톨 교수는 이어서 이번에 북한 로켓의 추진체가 더욱 커질 것으로 가정하고 로켓 시험발사에 성공한다면, 시애틀부터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미국 서부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북한이 적어도 지난 2년 동안 로켓 추진체 개발을 위해 이란과 협력해 왔으며, 지난해부터 동창리 위성 발사장의 시설을 확장한 것을 볼 때 지금까지 보아 온 가장 큰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이란이 80톤 규모의 로켓 추진체를 공동개발하기 위해 기술자들을 북한에 보냈다며 이란을 제재한 바 있으며, 북한은 지난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높이를 기존 50m에서 67m로 높이는 등 시설 증축 공사를 마무리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이미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궤도 재진입 기술을 개발했고, 장거리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역시 적어도 3년 전에 갖춘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일반적 관측보다 훨씬 진일보한 탄두 재진입 역량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VOA는 이밖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과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닉 한센 객원연구원 등의 의견을 소개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현재 핵 보유국들의 과거 핵 개발과정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치밀한 계획아래 초기부터 소형화에 매진해 왔을 것”이라며, “북한이 소형화 등에 필요한 기술을 얻는데 여전히 제약이 많고 정교한 ICBM 개발을 완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최근 국제기구에 위성발사계획을 톨보하면서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을 2012년과 비슷하지만 그 범위가 축소된 것에 주목했다.

이는 로켓의 유도제어 역량과 관련해 “반복된 시험을 통해 정확한 낙하지점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관련 기술을 개선시켰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ICBM에는 그 만큼 정밀한 유도제어 역량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역량은 1960년대 초 미국과 구 소련 수준이며, 작은 규모의 위성을 낮은 지구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단기간에 수많은 로켓을 발사한 것에 비해 몇 년에 한번씩 밖에 발사하지 못하는 북한은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닉 한센 연구원은 북한 로켓의 재진입 기술은 제대로 시험을 거치지 않아서 ICBM으로 활용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최근 동창리 발사장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로켓은 크기가 커지고 추가장치가 부착될 수도 있지만 지난 2012년의 은하 3호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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